김기진 디자이너, “레벨디자인은 세밀, 단 분명하진 않게하라”

NDC2022 3일차
2022년 06월 10일 11시 00분 32초

국내 최대 개발자 컨퍼런스인 넥슨개발자컨퍼런스 2022의 마지막 날 막이 올랐다.

 

3일차에는 요구조건이 빡빡한 게임에서 레벨 디자이너로 살아남기라는 흥미로운 이름의 강연이 존재했다. 해당 강연은 넥슨코리아 신규개발본부 프라시아 전기 프로젝트의 김기진 레벨 구성 파트장이 연사를 맡았다.

 

 

 

게임의 레벨을 설계하는 사람, 레벨을 기획하는 사람을 레벨 디자이너라고 말한다. 게임 기획자와 마찬가지로 게임의 세계를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한 사람들이다. 단순히 사냥터나 마을 등의 공간과 위치만 정의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레벨 디자이너가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생각보다 다양한 능력이 필요하다. 레벨 디자이너는 컨텐츠, 시나리오 라이터, 배경 아티스트의 감각을 조금씩 갖춰야 한다. 이유는 협업 때문이기도 하다.

 

게임 개발은 협업의 연속이다. 레벨 디자이너는 그런 협업 속에서 다양한 부서와 상호 협력하게 된다.

 

프라시아 전기 개발 초기에 한 맵에 긴 언덕길이 있었다. 지상으로부터 20m 높은 곳에 위치한 20m 폭의 대로였다. 예상대로라면 아래쪽으로 저 멀리 사냥터가 보이는 최고의 전경이어야 했지만 실제 테스트를 진행하니 부하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론상으로는 멋진 기획이었으나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겪으면서 레벨 디자이너는 모든 것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단편적인 문서 포맷이나 미비한 검증 등이 쌓이고 쌓여 발생한 일이었고, 이런 일이 발생하자 아티스트를 포함한 팀원들의 사기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당시 검증에 쓸 수 있는 시간은 두 달이었기에 쿼터뷰 TF를 만들어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개선을 위한 TF를 시작하고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분석,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첫 단계였다. 이후 검증을 통한 규격을 수립해 해결책을 로우폴리 목업으로 검증하게 되었으며 배경과 기획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확립 및 강화해 신뢰를 회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로우폴리라는 표현 방식이 있다. 극단적으로 적은 폴리곤과 단순 매핑이지만 있을 건 다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초보자라도 빠르게 무엇이든 제작할 수 있는데다 이 스타일을 활용하면 생각한 결과물과 최대한 유사하고 빠르게 레벨을 만들어보는 것이 가능했다. 기존의 툴들은 모두 로우폴리를 작업할 수 있지만 조금씩 아쉬움을 느껴 블렌더를 사용해보기로 했다. 단점을 찾아보기 어려운 제품이라고 생각되는 블렌더는 그야말로 로우폴리 레벨디자인에 최적화된 도구다.

 

3D 맵 데이터를 기획자가 손수 제작한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거의 모든 형태와 장르의 게임 맵을 제작할 수 있고 cm 단위로 정확히 공간을 설계할 수 있어 문서용으로 가공하기에도 나쁘지 않다. 로우폴리 레벨디자인은 기본 지형과 동선을 설계하고 로우폴리 오브젝트로 3D화한 뒤 엔진에 올려 테스트 및 수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짧은 시간 안에 맵의 구성이 유효한지 검증하기엔 최적의 능력이었다.

 

쿼터뷰 TF로 얻은 교훈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시작이 반이라는 것이다. 기준을 세우고 공간을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밀도를 올리는 건 무조건 좋아지는 작업이다. 여기에 개발을 2개월이나 중단하고 기존 영지를 폐기하면서까지 수정한다는 리더 그룹의 결단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이전과의 레벨 디자인 문서에서 가장 큰 변화는 꾸밈 공간과 플레이 공간의 명확한 분리였다. 레벨 디자인에 많은 규칙들이 세워지며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맵이 로우폴리하지 않을수록, 즉 목업이 더 디테일해질수록 아티스트의 창조성을 저해하게 된다. 누군가의 일을 쉽게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다. 레벨 디자이너의 디자인 문서와 목업은 배경 아티스트에게 영감을 주는 일종의 뮤즈가 되어야 한다.

 

그는 강연 막바지에 "레벨디자인은 세밀하게, 그러나 분명하진 않게 하라"며 자신이 얻은 교훈을 공유했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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