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저작권 침해 소송, 어디까지 인정될까

표절과 보편성 사이
2023년 04월 07일 14시 38분 11초

과연 게임에서 '표절'과 '보편성'의 마지노선은 어디까지일까. '~라이크'에 제한은 없을까.

 

최근 엔씨소프트는 엑스엘게임즈의 '아키에이지워'를 상대로 소장을 접수했다. 리니지2M의 콘텐츠와 시스템 등을 다수 표절했다는 주장으로, 최근 범람하고 있는 '리니지라이크'를 넘어 세세한 부분들이 동일하다는 판단에서다.

 

구체적으로 엔씨소프트는 모바일 환경의 전투 편의를 위한 '타겟 스캐닝', 랭킹 시스템과 혜택 시스템, UI, 캐릭터 육성 방식, 게임 플레이를 돕는 편의 기능 등을 모방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들 시스템은 게임 플레이 경험과 수익모델(BM)에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엔씨소프트 측의 설명이다.

 

반면, 카카오게임즈측은 '동종 장르에서 보편화 된 방법'이라는 주장을 펼 전망이다. 7일,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는 "동종 장르의 게임에 일반적으로 사용되어 온 게임 내 요소 및 배치 방법에 대한 것으로 관련 법률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파악하고 있다"며 "추후 소장을 수령하여 면밀히 검토 및 대응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참고로 현재 엔씨소프트는 웹젠의 'R2M'과도 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 2021년 웹젠의 'R2M'이 '리니지M'을 모방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이렇다할 만한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이 소송에서도 관건은 '보편성'이다. 웹젠은 해당 재판에서 "리니지M과 그 기반이 된 리니지의 강화 시스템, 무게 시스템 등은 1987년 나온 초창기 컴퓨터 역할수행게임(RPG) '넷핵'(Nethack)의 규칙을 차용한 것"이라며 "게임 규칙이 유사하다고 이를 저작권 침해라 주장할 수는 없다"고 반론하고 있다.

 

■ 국내 게임 저작권 침해 관련 재판 결과는

 

우리나라 재판부는 '보편성'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 2002년부터 최근까지 진행 된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는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는 판결이 우세해 왔다.

 

국내에서 최초로 게임 저작권 관련해 법원 판단이 내려진 것은 2002년 9월 '포트리스2블루'와 '건바운드' 분쟁이다. CCR에서 '포트리스'를 만든 한 개발자가 소프트닉스로 옮겨 '건바운드'를 개발해 출시했는데, 캐릭터나 게임화면, 포탄의 종류, 계기판, 게임 방식 등이 유사했으나 당시 재판부는 '포트리스만의 독창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이후에도 몇 차례 게임 저작권 분쟁이 있었지만 대부분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지 않았다. 2007년 '봄버맨(허드슨)-크레이지아케이드BnB(넥슨)' 재판에서도 재판부는 '아이디어는 유사하지만 구체적인 표현이 유사하지 않다'며 넥슨의 손을 들어줬고, '실황파워풀프로야구(코나미)-신야구(네오플)' 때도 2등신 캐릭터를 두고 '유사한 면이 있으나 이와 같은 표현은 실황야구 이전에도 흔히 사용되었던 것'이라며 표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 2016년 보드게임 ‘부루마불’ 제작사로부터 독점적인 사용권을 부여받은 게임사 ‘아이피플스’가 ‘모두의 마블’을 개발 및 출시한 ‘넷마블’을 상대로 저작권 위반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대법원은 '게임 방식은 유사하나 이것은 부루마불에만 있는 고유한 특성이 아니다'라며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게임 규칙이나 진행방식은 창작자가 만들어낸 '저작물'이 아니라 '아이디어'이며, 아이디어는 비록 독창적이라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의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즉 게임 규칙은 저작권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2019년, 이전과는 반대로 게임 규칙과 시나리오가 비슷하면 저작권 침해에 해당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 2014년 '킹닷컴'은 '포레스트 매니아'(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가 자사 게임 '팜히어로사가'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약 5년 만인 2019년 승소 판결을 받았다.

 

당시 대법원은 '과거에도 팜히어로사가와 유사한 방식의 게임(매치3게임)은 있었다고 인정했지만, 특유의 창의성이 인정된다'며 '유기적인 조합에 따른 창작적인 표현형식을 그대로 포함하고 있는 만큼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판결이 'R2M'과 '아키에이지워' 소송에도 영향을 미친다면 엔씨소프트가 승소할 수도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특히 그 동안 표절 의혹을 받아왔던 '양산형 리니지류' 게임들도 영향이 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전문가는 "예전에는 게임의 저작권 침해에 대한 시각이 좁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재판부도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어느 정도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며 "어쨌든 재판부가 표절을 어디까지 볼 것인지, '장르적 보편성'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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