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화투를 만들던 회사에서 명실상부한 콘솔 게임사로 성장한 닌텐도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닌텐도 뮤지엄이 드디어 개관한다.
이에 앞서 미디어를 대상으로 투어를 진행하고, 닌텐도를 비디오 게임사로 자리잡게 한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미야모토 시게루 대표이사 펠로우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미 잘 아는 사실이겠지만, 미야모토 시게루는 마리오 시리즈, 젤다의 전설 시리즈, 동키콩 시리즈, 스타폭스 시리즈 등 닌텐도의 초 히트작을 만든 인물이다. 직접적으로 게임 개발에 관여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닌텐도를 대표하는 정신적 지주로 자리잡으며 대외적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미야모토 시게루 대표이사 펠로우
Q. 닌텐도라는 회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아마 고객들은 닌텐도를 비디오 게임 회사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닌텐도는 사실 엔터테인먼트 회사다. 화투 제조사였을 때부터 항상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개발해왔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는 '독창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계속 강조해왔다. 우리가 그런 독창성을 살려 무엇을 해왔는지 보여주고자 했다. 고객은 물론 직원들에게도 닌텐도가 어떻게 독창적이고 유니크한 것을 만들어왔는지 전해주고 싶다.
Q. 뮤지엄을 개관하게 된 계기는?
A. 우선 이 박물관을 만드는 것 자체는 닌텐도답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야마우치 씨(야마우치 히로시 닌텐도 3대 대표이사 사장)가 봤다면 "이런 건 그만 둬"라고 했을 것 같다.(웃음)
닌텐도는 제품을 통해 고객과 소통하는 회사다. 우리는 회사의 홍보보다 제품 홍보에 집중한다. 예를 들어 마리오가 몇 살이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특정 마리오 게임이 얼마나 팔렸는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환경이 변하며 이런 생각을 재고하게 되었고, 뮤지엄 개관에 이르렀다. 물론 여전히 회사 홍보가 주목적이 아니다. 박물관을 통해 과거의 자료를 정리하고, 고객과 직원들이 닌텐도의 역사를 이해하길 바랐다.
이유를 크게 정리하자면 두세 가지 정도가 된다. 우선 닌텐도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그동안 수많은 문서를 축적해왔다. 그러나 일부는 훼손되거나 버려져 그 상태를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 문서들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더하여 '직원들을 위해'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매년 닌텐도에는 100명에서 200명의 새로운 직원이 들어온다. 이들에게 매년 닌텐도가 어떤 회사인지 2시간 정도 이야기하는데, 이걸 20년 동안 해왔다. 더 이상은 할 수 없겠다 싶었다(웃음).
또 마침 오래된 공장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 공장을 허물지 않고 박물관으로 재활용하는 것이 닌텐도답지 않을까 생각했다.
Q. 뮤지엄의 장기적인 목표는 무엇이며 다른 지역에서도 박물관을 세울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A. 닌텐도가 앞으로 개발할 새로운 게임과 하드웨어와 함께 이 박물관도 확장될 계획이다. 다른 지역에 박물관을 확장할 계획은 현재 없으며 닌텐도 뮤지엄은 이곳에서 진화하고, 발전하게 될 것이다.
Q. 뮤지엄에서 특히 '이건 꼭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있다면?
A. 모두 소중하기 때문에 쉽게 말하긴 어렵지만, 현재 박물관에는 프로토타입이나 컨트롤러, 위 피트(Wii Fit) 밸런스 보드의 시제품도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의 초기 콘셉트는 출시된 제품에만 집중하는 것이었지만, 고객의 관점에서 본다면 개발 과정의 뒷이야기도 보고 싶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제품이나 프로토타입을 전시하기로 결정했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거의 볼 수 없는 버추얼 보이 하드웨어도 전시된다. 실물을 직접 본 적은 거의 없을 테지만, 이번 박물관에서 스위치를 통해 버추얼 보이를 에뮬레이션을 통해 체험할 수 있다. 버추얼 보이의 플레이 시점을 그렸으니 꼭 한 번 확인해보시길 바란다.
Q. 뮤지엄을 준비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있다면?
A. 1977년 입사 당시 선배들에게 많이 배우며 알게 됐고, 시제품을 접할 기회도 많았다. 하지만 복사기 같은 사무용 제품들은 이름만 들어봤지 실제로 본 적이 없었다. 박물관을 통해 이렇게 많은 것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많이 놀랐다.
Q. 뮤지엄을 둘러보면서 이스터에그 같은 요소가 많이 숨어있는 것이 마치 샌드박스 게임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뮤지엄을 만드는 과정과 게임을 만드는 과정 사이에 공통점이 있나?
A. 큰 그림에서 보면 박물관을 만드는 것과 게임을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박물관을 만드는 것이 처음이라 모든 것이 다르다고 느꼈다. 하지만 제작 중반에 들어서면서 수정하고, 변경하고, 고치는 작업은 게임 제작과 거의 동일했다. 지금도 박물관의 변경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데, 이 작업을 언제 그만둘지 고민하는 것도 게임 개발과 비슷하다.
중간중간 예상치 못한 곳에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Q. 가장 마음에 드는 전시물은 무엇이며, 박물관을 둘러볼 때 어떤 감정을 느끼나?
A. 전시품을 보면 안쪽을 향하고 있는 전시물은 모두 제품이고, 바깥쪽을 향하고 있는 것들은 제품 콘셉트나 제품과 관련된 액세서리들이다. 그리고 별 모양으로 둘러싸인 섹션은 닌텐도가 가장 좋아하는 '세계 최초'와 관련된 것들로 독창적인 것을 창조한 것을 보여준다. 은색 원으로 둘러싸인 섹션은 모험적이고, 도전적인 제품이 붙어있다. 또 어떤 시리즈가 처음 등장한 게임에는 금색 원이 붙어있다.
이 모든 것에 관여해왔기 때문에 특별히 한 가지를 꼽기는 어렵지만, 닌텐도64의 카피인 '세상을 바꾸다, 게임을 바꾸다'나 '모두 함께 연결되어 놀자' 같은 각종 캐치프레이즈를 정리하면서 가장 즐거웠다.
또 1층 큰 컨트롤러 체험관 섹션 뒤쪽에는 역대 컨트롤러가 전시되어 있다. 아케이드 캐비닛의 조이스틱부터 게임&워치의 십자키, 패미컴, 슈퍼 패미컴, 닌텐도64의 아날로그 스틱, 모션 컨트롤까지 대부분이 닌텐도에 의해 개발되었다. 그 부분을 보면 닌텐도가 게임 인터페이스의 기본 디자인을 많이 만들고 선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점 역시 우리 회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 중 하나다.
Q. 일반적으로 박물관은 역사 순서대로 배열되지만, 닌텐도 뮤지엄은 원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유가 있을까?
A. 일반적으로 박물관의 입구 부분은 붐비지만, 깊숙이 들어갈수록 관람객이 적어진다. 그러나 우리는 관람객들이 보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경험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 크게 배치한 컨트롤러로 전체 전시물의 위치를 파악한 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체험하고, 자신만의 속도로 전시물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Q. 입사할 때만해도 자신의 게임이 이렇게 박물관에 전시될 것이라고 생각했는가? 과거의 작품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나?
A. 솔직히 이렇게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웃음). 전시물을 보며 닌텐도 뮤지엄을 통해 달성하고 싶었던 바가 잘 드러난 것 같아 굉장히 기뻤다. 긴 역사만큼, 3대에 걸친 가족이 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각 세대가 서로 자신만의 추억을 공유하고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도 닌텐도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며 지속해서 사랑받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다.
Q. 닌텐도는 회사 자체를 홍보하기보다 제품을 홍보한다고 이야기했는데 그렇게 하는 이유나 경영 철학 같은 게 있을까?
A. 개인적으로 고객과 소통하는 유일한 방법은 제품을 통해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게임 개발에는 '내'가 있지만,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해 집으로 가져갈 때에는 내가 그들과 함께 갈 수 없다. 그래서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제품이다.
이런 내 철학은 회사의 철학과도 일치한다. 실제로 보통 다른 회사들이 판매에 많은 노력과 자원을 투자해야한다고 말하지만, 야마우치 씨(제3대 대표이사)는 '만약 과도한 광고가 필요하다면, 팔지 말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즉,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고 집으로 가져갔을 때의 품질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며, 과도한 광고보다는 제품의 품질에 집중하자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뮤지엄 역시 마찬가지다.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닌텐도의 유니크함을 스스로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다. 우리가 직접 '닌텐도는 유니크한 회사입니다'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관람객 스스로 '닌텐도는 유니크한 회사구나'라고 직접 느끼셨으면 좋겠다.
Q. 전시품 중 과거의 개발을 되돌아보거나 자신에게 있어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이나 감정, 혹은 그런 기기가 있나?
A. 모두 그렇지만, 역시 Wii를 꼽고 싶다. Wii는 '원래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게임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즐기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제작에 임했다. 모두가 게임을 할 수 있고, 모두가 게임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생각했다.
그것이 Wii와 DS의 개발 이유와 방향성, 그리고 원동력이었다. 가족과 함께 게임을 즐기는 사진을 보면 그런 목표를 우리가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전시된 가족 사진은 우리가 찍은 사진이긴 하지만, 이 사진을 전시하면서 게임이 가족 모두의 것이 되어서 정말 좋았다고 생각한다.
Q. 앞으로 50년 후, 이 박물관에 어떤 것들을 전시하고 싶은가?
A. 어려운 질문이다. 비디오 게임이 어떻게 진화할지는 분명히 어떤 흐름이 있겠지만, 우리는 이제 영상도 만들고, 다양한 미디어에서 닌텐도의 캐릭터를 어떻게 전개할지도 구상하고 있다. 부지에 아직 비어있는 공간도 있고하니, 앞으로 영화가 10편 정도 더 나오면 극장을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웃음). 이 외에도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김성태 / mediatec@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