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해지고 다채로워진 던전관리, 던전스 3

아직도 머나먼 던전키퍼
2017년 12월 21일 23시 41분 13초

EA에 인수되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제작사 ‘불프로그’의 역작 ‘던전 키퍼’의 정신적인 후속작을 표방하며 출시된 ‘칼립소 미디어’의 ‘던전스’, 그 3편이 출시되었다.

 

‘악’의 입장에서 던전을 운영하며 쳐들어오는 얼라이언스를 막고, 군대를 양성하여 지상 위로 올려보내 얼라이언스를 무찌른다는 기본적인 것은 전작과 동일하다.

 

본작의 스토리는 전작에서 완전한 승리를 거둔 악이 새로운 신대륙을 점령하기 위해 다크 엘프 ‘탈리아’를 타락시키고 그 세력을 넓혀 나가면서 시작된다. 시리즈 전통적인 내실 없는 스토리는 그대로지만 덜떨어진 캐릭터들에 의한 황당한 전개와 위트 있는 메타픽션 발언이 가득한 나레이션이 이를 상쇄하고 있는 것은 전작과 비슷한 느낌이다.

 

 

 

 

 

 

지하 던전에서는 타일을 깎아서 건축물이나 함정을 설치하며 던전을 확장시키고, 지상에서는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유닛을 컨트롤하며 적들을 무찌른다. 복합적인 게임 방식은 처음 플레이한 유저에게는 생소한 플레이 방식이겠지만, 캠페인이 튼실하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플레이하며 자연스레 게임 방법을 배워 나갈 수 있다.

 

실질적으로 변화된 부분은 세부적인 게임 플레이 방식이 되겠다. 우선 악마, 언데드, 호드로 나뉘어 있던 종족이 하나로 통합되었는데, 오히려 게임 플레이에서는 더욱 다채로워졌다. 과거에는 종족에 따라 진행 방식이 틀에 박힌 듯이 정해져 있었다면, 지금은 3갈래의 테크트리가 되어 어떤 종족에 집중하여 발전시키느냐에 따라 진행 방식이 판이하게 달라진다. 또한 사망한 호드 유닛을 언데드 불사의 요람에서 살려내거나, 언데드 감옥에 가둔 적 영웅을 악마 고문실에서 고문하여 전향시키는 등, 각 종족 건물 간의 상호 작용이 가능하게 되었다.

 

다만 이렇게 종족이 통합되면서, 전작에서 종족 간의 차이점 중 하나였던 세세한 특성들이 사라진 것은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 더 이상 악마들을 만족시켜 주기 위해서 연설소에 강제로 청중을 동원해주지 않아도 되고, 호드들이 잔챙이들을 괴롭히면서 스트레스를 풀지도 않는다.

 

 

 

 

 

과거 던전 키퍼 시리즈의 연장선을 바랐던 사람들에게는 깨알 같은 부분들이 되려 축소되어버린 것에서 불만족스러우리라 본다. 다만 자잘한 부분들을 신경 쓰지 않고 심시티와 전투에 집중할 수 있는 데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플레이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차라리 이런 방향을 시리즈의 갈래로 잡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또한, 기존에는 자원인 ‘금’과 ‘사악함’을 던전 내에서 확보할 수 있었기에, 굳이 던전 밖을 나서지 않아도 모든 병력을 완벽하게 준비할 수 있었지만, 3편에서는 ‘사악함’을 얻기 위해서는 지상의 ‘섬’을 점령해야만 한다. 전작의 초반이 던전 확장에 집중되어 루즈했던 것을 생각하면 유닛을 모아 밖으로 나갈 이유를 만들어 준 데에서 나쁘지 않은 변화라 할 수 있겠다.

 

마우스와 키보드 대신, 컨트롤러라는 태생적인 한계를 가진 PS4로 플레이하는 ‘던전스 3’의 조작감은 트리거와 버튼의 조합을 통해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단축키와 휠 방식의 인터페이스를 통해 PC를 기반으로 콘솔로 컨버팅 된 전략 시뮬레이션치고는 나름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다만 전작에 비해 그래픽적인 발전이 전혀 없고, 딱히 좋은 그래픽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 화면에 일정 이상 유닛이 들어오면 프레임 드랍이 발생하는 것. 또한, 캠페인에서 배경 음악의 볼륨이 나레이션을 몽땅 덮어버린다거나, 배경 음악이 튀는 등의 사운드 버그는 게임 플레이 내내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던전 키퍼의 정신적 후속작을 표방한 것 치고는 그야말로 가소롭다는 느낌이었던 초기 ‘던전스’와 비교하면 지금의 ‘던전스 3’는 칼립소 미디어가 양산해내는 딱히 좋지 않은 전략, 경영 게임 무더기 중에서 그 값어치를 제대로 하는 몇 안 되는 게임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던전 키퍼’가 주던 그 깨알 같던 단계에는 도달하지 못했다는 데에서 ‘던전 키퍼’와 개발자 ‘피터 몰리뉴’가 90년대 그 시절 얼마나 대단한 작품을 만들어 내었던 것인지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된다. 

 

 

 

 

이형철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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