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링을 즐겨보는 게이머라면 거의 20년에 달하는 역사를 자랑하는 레슬링 게임을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PS4, Xbox One, PC 스팀 플랫폼에 각각 출시된 'WWE 2K19'는 2000년부터 THQ 유통으로 시작된 장기 레슬링 시리즈 작품으로, 지난 2013년 출시된 WWE 2K14부터는 THQ 대신 2K 게임즈가 판권을 소유하면서 새로운 타이틀명으로 2K가 포함되고 있다. 플레이어는 WWE 소속 레슬러들을 각종 모드에서 직접 조작하거나 관전하면서 나만의 쇼를 만들어가거나, 개발사에서 준비한 스토리 모드를 나만의 선수로 진행할 수도 있다. 심지어 선수의 기술이나 관객 반응 등의 세세한 것들도 직접 손볼 수 있어 게임을 즐기면서도 나만의 WWE 쇼를 구성하는 느낌을 주는 시리즈다.
전작의 세스 롤린스에 이은 WWE 2K19의 패키지판 표지 모델은 TNA 스타였다가 2016년부터 WWE로 이적한 SMACKDOWN LIVE의 슈퍼스타 레슬러 AJ 스타일스로 선정됐다.
■ 다소 옥수수 같은 로스터
실제 선수들을 기반으로 하며 시리즈로 제작되는 스포츠 장르 게임들은 실제 당대 활동하고 있는 선수들을 기반으로 출전 캐릭터를 추가하는 선수 로스터가 굉장히 중요한 요소들 중 하나로 작용하는데, WWE 2K19에서는 많은 선수들이 등장하지만 현역임에도 로스터에서 빠진 선수들이 존재한다. 아예 작품의 바탕이 되는 시즌에 활동을 하지 않았던 선수들이 빠진 것이라면 괜찮겠지만 최근 메인 쇼인 RAW나 SMACKDOWN LIVE보다 더 각광받고 있는 NXT 소속의 토마소 치암파, 니키 크로스 등 일부 활동중인 선수들이 WWE 2K19 선수 로스터에 추가되지 않았다.
앞서 언급된 두 선수 같은 경우는 2K와 로스터 계약 문제로 등장하지 않은 것 같지만 치암파 같은 경우는 특정 선수로 플레이하는 도중 해설자가 언급하기도 해서 팬이라면 여간 아쉽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정식 로스터에 빠진 선수들은 추가 DLC들이 출시되면서 추가되지 않는다면 플레이어들이 직접 만들고 공유하는 CAW로 다운받아 사용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그래도 PS4에서는 훌륭한 퀄리티의 CAW들이 꽤 많아서 아쉬운 부분을 이렇게나마 충족할 수 있다.
한편 기본 로스터 외에 패키지 선행 배포 선수로 루차 리브레 계열의 레전드 레이 미스테리오와 UFC 명예의 전당 헌액자에서 WWE 데뷔로 놀라움을 전해줬던 론다 로우지를 추가해 플레이할 수 있다. 로스터에 처음부터 등장하지 않는 것은 선행 배포인 두 선수와 타워 모드를 진행하면서 특정 지점까지 목표를 달성하면 추가되는 골-든 AJ 스타일스를 제외하면 찾아볼 수 없다.
그래도 게임 내 샵에서 게임플레이를 통해 모을 수 있는 포인트로 추가 개방 선수들을 구매할 수 있다. 지금 20대라면 10대 시절 WWE에서 기억에 남았을 스톤콜드 스티브 오스틴, 영화에서 활약하고 있는 더 락을 비롯한 전설적인 선수들이나 현재 고령이 된 선수들의 전성기 시절 캐릭터도 구매 가능하다.
■ 비주얼은 일진일퇴, 등장신도
비주얼적인 면에서는 향상된 부분도 있지만 시리즈 대대로 비주얼이 여타 AAA 게임들처럼 뛰어난 편이 아니라서 크게 향상됐다는 느낌을 받기는 어려웠다.
선수 모델링의 경우 전작보다 확연히 나아진 선수들도 반 정도는 되지만 전작에서의 모델링이 더 낫다고 평가를 받는 선수들도 있고, 지금도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레슬러 언더테이커처럼 연도별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선수의 모델링은 외모를 지금의 늙은 모습으로 유지하고 복장만 과거의 복장으로 입혀둔 일종의 코스프레 같은 모습으로 팬들에게 여전한 아쉬움을 사고 있다. 여성 레슬러의 모델링은 시리즈 대대로 동떨어진 느낌을 주지만 이번에는 일부 선수들이 비슷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레슬링 팬이라면 응당 중요하게 여기게 되는 디테일 면에서도 다소 물음표를 띄우게 되는 장면들이 종종 보였다. 주로 레슬러의 입장 장면들에 그런 부분이 두드러진다. 레슬링에서 경기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이 등장인데 솔로 등장은 그럭저럭 괜찮지만 태그 팀 등장의 경우 사실과 다른 입장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전작의 것을 완전히 똑같이 가져왔다거나 둘 중 한 명의 가면이 없거나, 트레일러에서도 보여줬던 모션이 실제 게임에서는 없다거나, 실제로 선수가 전혀 입은 적이 없는 스타일의 옷(이를테면 민소매)을 입고 나오는 등 팬이라면 눈에 밟힐 모습들이 보이곤 한다.
허나 부드럽게 연계되는 모션 방면과 후술할 페이백 시스템과 연관이 있는 연출 기술의 추가나 더 강화된 기능이 된 캐싱인, 광원 효과와 터질듯한 관객의 음성, 다채로워진 장면 연출 등은 전작에 비해 크게 발전한 모습들로 호평을 하고 싶은 부분이다.
■ 페이백 시스템과 더 극적인 경기
이번 작품에서는 보다 아케이드적인 부분들이 가미되면서 기존 WWE 2K 시리즈가 현실성만을 최대로 추구했던 것과 달리 이런 요소들이 속도감 있는 경기와 맞물려 경기의 극적인 감각을 살려주며 게임이라는 장르의 특성을 느낄 수 있게 됐다.
대표적인 시스템은 앞서 언급한 페이백 시스템이다. 캐치프레이즈인 Never Say Never보다도 더 WWE 2K19를 상징할 주요 시스템이며 잘 만든 시스템이기도 한 페이백 시스템을 통해 게임이 더욱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쉬워졌다. 이번 작품에서 추가된 페이백은 경기의 판도를 완전하게 돌릴 수 있는 시스템으로 경기 승패와 더불어 레슬러 컨셉 플레이를 즐길 때에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2단계로 나뉜 페이백 게이지를 채워 사용하는 것으로 단순하게 마이너 반격을 해주거나 기습 핀 같은 것부터 피니셔를 곧장 채워주거나 반칙 기술인 로우 블로, 포이즌 미스트, 그리고 언더테이커의 연출이었던 경기 중 암전 등 독특하고 다양하며 일발 역전이 가능한 기술들을 골라 사용할 수 있다.
과거작까지 통틀어 최고로 손꼽히는 스맥다운5과는 방향성도 다르고 실제로 여전히 최고는 해당 작품이 언급되곤 하지만 WWE 2K19는 전작 2K18에 비해 크게 성장한 작품이며 상술한 것처럼 모션의 연계도 부드러워지면서 아케이드성이 가미되었지만 적당히 실제 경기처럼 매 경기를 연출하는 것도 가능해 전작의 동 컨텐츠들과 비교하면 큰 발전을 이뤘다 할 수 있다.
■ 다양한 게임 모드
굉장히 다양한 게임 모드를 지원한다. 실제 WWE 레슬링 쇼가 다양한 규칙의 경기들을 갖추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흥미본위로는 한 번 정도 해볼만한 대두 모드가 추가되는 등 게임 컨텐츠가 다양한 편이다.
바로 경기로 직행할 수 있는 플레이에서는 1대1의 기본적인 경기부터 시작해 8명이 동시에 하나의 링 위에 올라오는 경기나 철장 안에서 진행되는 헬인어셀, 하드코어, 링 위가 아닌 백스테이지에서 싸움을 벌이는 백스테이지, 로얄럼블 등 실제 WWE에서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유형의 경기를 체험해보는 것이 가능하다. 플레이에서 접할 수 있는 매치들도 경기 전 다양한 부분에서 플레이어에 입맛에 맞춘 설정이 가능하다. 이번 작품에서도 구작 시리즈에서 할 수 있었고 쇼에서도 가끔 보여주는 남여 혼성 대결은 성사되지 않았다.
마이 플레이어 모드에서는 자신만의 선수를 생성하고 그 선수를 통해 스토리를 진행하는 마이 커리어 모드를 진행할 수 있다. 마이 커리어 모드는 전작에 비해서 즐거워졌다. 최근 루즈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고 관객 동원이 줄어가는 WWE 메인 쇼보다 재미있었다는 감상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도 WWE 메인 쇼를 챙겨본 사람이라면 그와 같은 감상을 느낄 수 있다. 마이 커리어는 마이 플레이어 선수가 낡아빠진 밴에서 생활하던 인디에서부터 WWE 메인 쇼의 정점을 향해 올라가는 성공담을 담고 있다. 선역과 악역 성향의 대화 선택지가 등장하고 사사로운 변화는 있지만 분기점이 딱히 없다는 점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나 경기장과 백스테이지 등 다양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을 잘 담아냈다. 이번 작품의 특징으로 경기가 아케이드 성향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을 언급했는데 마이 커리어에서도 특정 지정까지 진행하면 그런 변화의 편린을 엿볼 수 있다.
유니버스 모드는 일정대로 진행되는 WWE 쇼를 자신이 원하는대로 주무를 수 있다. 단순 경기부터 마이크웍 등 실제 쇼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냈으며 전작의 심각한 로딩 시간에 비해 로딩 시간이 많이 줄었다. 별로 관여하고 싶지 않은 경기의 경우 시뮬레이션으로 무작위 승부를 내거나 드디어 추가된 승자 지정 시스템으로 시뮬레이션에 앞서 승자를 정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게임 플레이 내용에 따라 선수들의 성향 수치에도 영향이 생긴다.
쇼케이스 모드는 대니얼 브라이슨의 귀환이라는 테마를 다루고 있어 대니얼 브라이슨의 경기를 재현하게 되는데 길이도 길지 않은 편이고 다시 플레이할만한 동기부여도 되지 않아 굳이 별도의 모드 탭으로 분류될 정도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이외에도 여전히 온라인 매치 모드를 즐기는 것도 가능.
■ 한글 미지원의 아쉬움
전작에 비해서 많이 개선된 부분이 보이는 와중에 여전한 아쉬움은 시리즈 전통의 한글 미지원이다. 텍스트량이 은근히 많은 편이고 마이 커리어 모드를 제외하면 마이크웍 등에서도 실제 레슬러들의 음성이 출력되는 상황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대사는 자막으로 처리되니 다소 밋밋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이번 마이 커리어에서 전혀 닮지 않아 위화감만 조성하는 존 시나의 대역 음성 같은 참사가 벌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전작에서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고, 비주얼 면에서는 급성장이랄 부분을 찾아보기 힘든데 PC 플랫폼에서는 최적화 문제로 사양이 크게 올라서 아쉽지만 PS4 같은 콘솔 플랫폼에서는 성능 업그레이드에 대한 부담이 없어 구매 결정이 상대적으로 가볍다. 유니버스 모드에서의 로딩 시간 단축 등 긍정적인 변화들이 눈에 띈다.
새로운 면모는 적어도 아쉬웠던 부분들을 상당부분 개선한 만큼 WWE 2K19에 대한 우려를 가지고 있었던 팬이라도 관심을 가져봄직한 작품이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