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월드 게임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 레드데드리뎀션 2

전작 이상의 완성도
2018년 12월 20일 19시 03분 48초

GTA 시리즈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락스타는 8년 전에 서부판 GTA ‘레드데드리뎀션(이하 리데리)’를 출시하며 다시 한번 저력을 보여줬다. 그리고 2018년 락스타 창립 20주년 게임 ‘레드데드리뎀션 2(이하 레데리2)’가 선보였을 때는 마치 마블이 MCU 10주년 기념작으로 ‘어벤저스: 인피티티워’를 공개했을 때와 같은 충격과 기대감을 가지게 됐다.

 

 

 

■ 스토리는 전작의 앞선 이야기를 다루는 프리퀄

 

게임의 배경은 서부개척시대에서 점차 문명화 되고 있는 미국의 서부마을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 아서는 자신의 소속된 갱단에서 생존을 위해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본래 블랙워터를 근거지로 삼고 활동하던 아서의 갱단은 블랙워터에 정박한 배를 털다가 일이 꼬이는 바람에 갱단의 전 재산을 블랙워터에 놓고 간 채 사설 탐정사무소 핑커튼 요원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었고, 5월에도 눈보라가 몰아치는 북쪽의 헤이겐 산에 있는 버려진 광산 마을에서 정착하며 시작된다.

 

나중에 갱단에 합류하며 게임후반부에는 중요인물로 나오는 존 마스턴이 레데리 1편의 주인공으로 게이머는 자연스럽게 ‘존 마스턴’의 과거 이야기를 ‘아서’의 시점으로 보여주면서 게임이 진행되는 방식이다.

 

 

 

■ 오픈 월드의 진수

 

이 게임은 오픈월드가 담아낼 수 있는 모든 것을 채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픈월드에 이런 진정한 있는 스토리를 담아낸 제작사에 찬사를 보내고 싶을 정도이다. 일단 이 게임은 오픈월드가 가지는 대표적인 단점 중 하나인 메인스토리의 집중력 분산이 없다. 일반적인 장르의 게임과 달리 오픈월드 게임은 메인스토리가 파편화되어 중간중간 끊어지는 게 일반적인데 이 게임은 자연스럽게 그러한 구성을 절묘하게 비틀어 놓아서 집중력 분산이 느껴지지 않는다.

 

잘 만든 오픈월드는 하나의 세계가 된다는 것을 이 게임이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모든 것이 살아 숨 쉬고 있다는 느낌이 게임을 하는 내내 들었다. 게임에 등장하는 NPC는 그냥 폼으로 서 있는 그런 인물이 아니라 실제 각자 사연이 있고 게임 내 세계에서 소시민으로 삶을 살아가는데 충실하다. 마을에 서 있으면서 매번 늑대가죽이나 잡아 오라고 심부름시키는 기존 MMORPG에서는 느낄 수 있는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적당히 먹기도 해야 하며 수염과 머리스타일도 꾸며줘야 하고 계절과 지역에 따라 그에 적당한 옷도 입어주어야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다. 리얼리티 목숨을 걸다 보니 모든 것이 수동이다. 아이템도 전부 하나씩 집어야 한다. 말의 실을 수 있는 짐의 무게도 한계가 있다. 그 리얼리티 때문에 게임이 불편할 수 있지만 덕분에 게임의 세계는 살아 숨 쉰다. 다만 최근 수년간 게임의 특히 모바일 게임 중심으로 편의성이 우선시 되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런 사실성을 추구한 귀차니즘이 버거운 게이머들도 있을 것이다.

 

특히 반복적인 이동 때문에 이 게임이 지루하다는 게이머들이 상당히 많다. 물론 빠른 이동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매우 제한적이다. 그리고 명확하게 개발사는 이동을 통해 발생하는 랜덤 이벤트나 한땀한땀 수놓은 멋진 전경을 감상하길 원해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여기에 개발사는 일반적인 이동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시네마틱 카메라를 쉽게 설정할 수 있는데 신의 한 수라 생각될 만큼 좋은 기능이다.

 

또 음악 역시 정말 적재적소에 주인공과 게이머의 감정선을 자극하는 것으로 가득하다. 주인공의 정의의 복수를 시작할 때에 느껴지는 분노감정과 친한 동료를 잃어버렸을 때 슬픔, 그리고 밀당을 거듭하는 연인과의 감정이 고스란히 음악에 녹아내렸다. 특히 미국의 남부억양을 부산사투리로 번역하는 등 현지화 작업도 매우 높이 평가할 만하다.

 

거의 모든 게 완벽에 가까운 게임이지만 가장 아쉬운 점 중 하나는 바로 전투이다. 좀 더 전투의 다양성이 부족하고 그냥 너무 평범한 느낌이다.

 

‘어쌔신크리드’나 ‘갓오브워’ 같은 호쾌한 전투나 거침없이 적들을 제거하는 방식을 이 게임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그 역시 사실성을 강조한 개발사의 의도된 요소로 보인다.

 

 

 

■ 오픈 월드 극한의 그래픽

 

레데리2의 그래픽은 지금까지 그 어떤 오픈 월드 게임에서도 구현할 수 없었던 극한의 그래픽을 보여주고 있다. 720p의 높은 해상도와 드넓은 시야, 그리고 캐릭터 모델링이나 질감 표현에서도 흠잡을 곳이 없다. 특히 그림자 표현과 배경 환경 부분이 우수한데, 그림자의 경우 오픈 월드 게임에서 단점으로 지적받는 거리에 따른 해상도 변화가 매우 자연스럽게 일어나서 어디에서 그림자 해상도가 변하는지 눈치채기 어렵다.

 

또 배경 환경은 실시간으로 작용하는 시간, 날씨 변화에 따라 비가 올 때 바닥에 점점 물이 고이는 등의 세세한 환경 변화와 비가 온 후 산 중턱에 생기는 물안개, 한차례 몰아친 폭풍우 이후의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지평선 너머로 부드럽게 드리우는 석양이 인상적이며, 이런 퀄리티에서 지역 이동에 로딩 하나 없다는 것은 GTA 5 이후 한 단계 더 발전한 락스타 게임즈의 기술력을 잘 말해주는 듯하다.

 

 

 

■ 하면 할수록 빠져드는 게임

 

이 게임의 가장 놀라운 점 중 하나는 퀘스트 이후 변화하는 NPC들의 태도와 대화이다. 납치된 동료의 아이를 구출해 오면 NPC들이 다가와서 ‘정말 훌륭한 일’을 했다고 칭찬한다. 반대로 악행을 저지르거나 의견이 맞지 않는 행동을 하면 적대적으로 변하고 주인공을 독설을 내뱉기도 한다. 여기에 후반부에 주인공이 큰 병이 걸려서 힘들어하면 지나가는 행인과 마을상인들도 얼굴 안색이 안 좋아졌다며 병원에 가보라고 한다. 이러한 NPC와의 상호작용은 일부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고 모든 지역에 수백 명 수천 명의 NPC와 동일하게 적용된다.

 

여기에 주변 환경은 얼마나 사실적인지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온도가 내려가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온도가 올라가는데 온도가 낮은 곳에 여름옷을 입고가면 주인공의 체력이 급격히 낮아지고 심지어 죽기도 한다. 당연하게 겨울옷을 입고 온도가 높은 곳을 다니면 당연히 체력이 떨어진다. 단순히 지역에 따라 온도가 다른 것이 아니다. 계절도 있어서 모든 지역의 온도가 낮을 때도 있고 올라갈 때도 있다. 게다가 주인공이 물에 오래 들어가 있으면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는 등 게임 내에서 신경 쓸게 아주 산적하다.

 

또 게임 내 메인퀘스트와 서브퀘스트는 모두다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어 맨날 잃어버린 애완동물이나 물건 찾아달라는 MMORPG 퀘스트는 본질적으로 차원이 다르다. 메인스토리는 반전이나 큰 감동을 주는 엔딩은 없지만 잘 만들어진 대하 서부극 드라마 한 편을 본 느낌이다. 이와 함께 서브퀘스트는 '서브'란 말이 아까울 정도로 기피와 완성도에서 독보적이다.

 

 

 

■ 올해 최고의 게임 VS 버겁고 불편한 게임

 

일단 레데리2는 갓오브워와 함께 가장 'GOTY'를 많이 받은 게임이 될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평단의 평과 달리 게이머들의 평은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고 있다.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불친절한 편의성과 조작성 그리고 스토리의 무거움으로 게임을 버겁게 느끼기 때문이다.

 

이 게임은 현재 수많은 매체로부터 “최고의 퀄리티로 무법 시대를 세심하게 표현한 오픈 월드 게임이다.”란 극찬을 받고 있다. 그리고 락스타가 제작한 또 다른 명작게임이 분명하다. 다만 편리함에 익숙해진 신세대 게이머들에게 과연 이런 게임을 통해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개인적으로 개발사가 사실성을 추구하는 고집을 조금만 줄여서 게임의 무거움과 불편함을 조금만 줄였다면 전 세계를 아우르는 진정한 명작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김성태 / mediatec@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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