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1년 메가드라이브 기종으로 첫선을 보인 세가의 액션 게임 ‘베어너클’은 캡콤의 파이널 파이트와 더불어 벨트스크롤 장르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불리며 국내외 수많은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우수한 타격감과 화끈한 연출, 매력적인 등장인물과 흥미로운 스토리 등으로 무장한 베어너클 시리즈는 1편의 성공 후 1994년까지 총 3편의 작품을 선보였다. 하지만 그 이후 KOF나 스트리트 파이터 등을 비롯한 대전 격투 장르가 액션 게임 시장의 맹주로 떠올랐고 이내 벨트스크롤 게임의 인기가 주춤해지며 위의 두 불후의 명작을 남긴 세가와 캡콤 역시 199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시리즈의 개발에 손을 떼고 말았다.
물론, 벨트스크롤이란 장르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며 이를 추억하고 즐기는 이들도 아직은 많기에 그 후에도, 그리고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타 개발사들의 벨트스크롤 신작 게임들은 30여 년 가까운 세월 동안 꾸준히 발매되고 있지만 대체로 게임의 재미와 퀄리티가 낮아 베어너클 마냥 완성도 높은 명작이라 부를 만한 작품은 없었다.
이렇듯 한 시대를 풍미했던 벨트스크롤 장르의 명작 베어너클 시리즈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무렵, 시리즈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쏘아졌다.
지난 30일 H2 인터렉티브를 통해 PC 및 PS4, 그리고 닌텐도 스위치 플랫폼으로 발매된 ‘베어너클 4’는 지난 1994년 출시된 시리즈 3편에 이어 무려 16년 만에 선보이는 시리즈 넘버링 최신작으로 기존 시리즈를 기반으로 현대적으로 다듬어진 그래픽과 뛰어난 재미를 선사하는 다양한 컨텐츠, 그리고 시리즈 첫 한국어화 등을 선보이며 본 시리즈 및 벨트스크롤 장르 팬들을 매료시킨다.
참고로 본 리뷰는 스위치 플랫폼을 기준으로 작성됐다.
■ 전작의 명성을 잇는 뛰어난 게임성, 흥미로운 컨텐츠로 무장
다른 이들 못지않게 필자 역시 벨트스크롤 액션 게임의 오랜 팬이다. 좌우로만 이동하는 대전 격투 게임들과 달리 x, y축 모두를 사용하는 조작 방식이 마음에 들었고 투박하면서도 묵직한 액션이 큰 매력으로 느껴진 것이 그 이유로 이 때문에 베어너클 시리즈의 최신작 발매 소식을 접하고 큰 기대감에 들떠 있었다.
전반적인 게임의 완성도는 매우 뛰어났다. 장르의 대표작이자 명작이란 불리던 전작들과 견주어 손색이 없을 만큼 그 재미가 우수했고 액션을 비롯한 모든 컨텐츠가 전작 이상의 볼륨과 즐거움을 자랑했다.
베어너클 4는 지난 3편으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시점의 이야기를 다룬다. 게임 세계관 상 15년이 훌쩍 지난 만큼 전작 1, 2, 3편에서 20대의 청년으로서 활약을 펼친 오리지널 플레이어블 캐릭터 3인방 블레이즈 필딩과 액셀 스톤, 아담 헌터는 어느덧 중년이 됐고 중후한 미중년 모습으로 변모한 액셀과 아담, 그리고 보다 요염한 자태와 미모를 뽐내는 블레이즈로 게임을 진행하는 것은 전작에서 느껴볼 수 없던 색다른 재미를 안겨줬다.
이 3인 외에도 1, 2편, 그리고 3편의 캐릭터인 새미와 맥스, 잔과 시바 등 또한 참전하며 각각 아담의 딸이자 길버트 잔 박사의 의수를 손에 넣은 ‘체리’와 ‘플로이드’가 새롭게 등장, 플레이어블 캐릭터의 볼륨이 늘었다. 이 둘은 각각 스피드와 힘에 초점이 맞춰졌고 기존 캐릭터들과는 색다른 재미와 화려한 액션을 선보인다.
본 작에서 그 무엇보다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현대적으로 변화한 그래픽일 터. 2D에 3D의 그래픽을 입힌 듯한 카툰 렌더링 풍의 그래픽은 매우 깔끔한 색감과 디테일이 일품이었고 도트가 아님에도 원작에서 보여줬던 도트 게임 특유의 레트로 감성마저 느낄 수 있었다. 이처럼 그래픽 퀄리티가 우수한 덕분에 필자는 플레이 내내 한편의 액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좋았고 인 게임 OST의 퀄리티 역시 높은 편이며 신규 음악 외에도 전작의 레트로풍 고전 BGM를 사용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한 점 또한 마음에 들었다.
덧붙여 게임의 컨텐츠는 매우 다양하며 재미 역시 뛰어나다. 본 작품의 줄거리를 보고 즐길 수 있는 스토리 모드, 그리고 원하는 스테이지를 골라 플레이할 수 있는 스테이지 선택 모드 및 스토리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전투가 가능한 아케이드 모드 및 온라인 배틀, 그리고 잡몹 없이 오로지 각 스테이지별 보스와 싸울 수 있는 보스 러시 및 각 캐릭터의 정보와 갤러리 등을 탐색할 수 있는 추가 콘텐츠 도감이 있다.
■ 화끈한 액션이 일품, 완성도에 만족
먼저 스토리 모드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3편의 악역이자 최종 보스이기도 한 미스터 X, 마찬가지로 적 세력인 신디케이트를 괴멸시킨 후 15년이 지난 시점에서 새롭게 생겨난 거대 범죄 조직을 소탕하는 이야기. 3의 후속작이라 그런지 4편의 흑막 역시 미스터 X와 관련된 인물이며 기존 시리즈에서 봤던 일부 보스들도 다시 한번 등장한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3편에서 이어지므로 전작을 접해본 사람이라면 게임의 이해도 및 즐거움이 배가 되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선택사항. 정의의 편이 악의 세력을 쳐부수는 이야기로 한 줄 요약이 가능할 만큼 스토리가 단순하니 본 작을 통해 시리즈에 입문하더라도 스토리 진행에 큰 불편함은 없다. 그냥 열심히 적을 때리기만 하면 된다.
도심은 물론 비행기나 열차 위 등 다양한 곳에서 전투를 벌이게 되는 스테이지는 총 12개로 구성됐고 쉬움부터 매니아까지 총 5개의 난이도가 제공된다. 스테이지 1부터 파이널 스테이지 클리어까지의 시간은 노멀 난이도에서의 필자의 플레이 기준 약 2시간 내외가 소요됐다. 액션 게임임을 감안했을 때 이 정도 플레이 타임이라면 충분히 만족하며 히든 스테이지도 마련됐다. 또 스테이지 모드와 보스 러쉬는 스토리 모드를 진행하며 해금이 완료된 곳만 진행 가능하다.
아울러 온라인 멀티플레이를 지원해 전 세계의 플레이어들과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점도 만족. 허나 멀티 플레이의 환경은 그다지 쾌적하다고는 말할 수 없었는데 스위치 기준으로 약간의 서버렉이 발생할 때도 있었다.
본 장르를 논할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요소 중 하나인 액션성 역시 대만족이다. 벨트스크롤 장르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떨어진 장비를 주워 적을 처단하고 적 잡기 및 점프 등을 활용한 콤보 연계, 그리고 궁극기 등 원작의 재미와 감성을 완벽히 계승했고 그 재미도 원작 이상으로 우수하다. 적이 드랍하는 무기의 종류도 단검부터 쇠파이프 등 다양한 편.
특히 각 캐릭터별 기술의 연출이 정말 뛰어났고 묵직하며 때로는 시원한 느낌의 타격감 또한 일품. 컨트롤러의 진동이 더해진 액션의 손맛은 정말 환상적이다. 덧붙여 일반 대전 격투 게임에 비해 입력 커맨드 버튼도 적고 몇 안 되는 조합만으로도 화끈한 연출이 돋보이는 콤보 연계가 쉽게 가능한 점도 마음에 들며 점프를 통해 발동 가능한 공중 특수 공격인 ‘메가크래시’ 및 스테이지에서 얻을 수 있는 스타를 소모해 발동시키는 일종의 필살기 ‘스타 무브’ 등의 신규 액션 또한 호평의 요소다.
다만 장르 특성상 상하좌우 4방향을 조작해야 하고 적 역시 모든 방향에서 몰려오다 보니 좌우 이동만 하면 되던 대전 격투 게임들에 비해 캐릭터 조작에 있어 손이 좀 더 많이 가는 편. 더불어 신규 캐릭터 체리 헌터를 제외한 나머지 캐릭터들은 슬라이드나 대쉬 등의 빠른 이동기 하나 없어 오로지 묵묵히 느릿느릿 걸어 다녀야만 하는데 이러한 시스템도 사람에 따라선 상당히 속 터지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전작 3편까지만 해도 모든 캐릭터의 대쉬 조작이 가능했는데 본 작에서 사라진 점은 게임의 템포를 늦추고 전반적인 플레이의 속도감을 저하시켜 상당히 아쉽다. 또 캐릭터 간의 성능 편차가 심해 전반적인 밸런스 붕괴가 보이는데 이 부분의 개선도 이뤄졌으면 한다.
전체적인 난이도는 필자 주관적인 관점에선 지난 1~3편보다 쉬웠다고 느낀다. 전작에서 컨트롤러 샷건을 유발했던 닌자나 복서와 같은 발암 몹들이 삭제 및 하향을 먹고 마찬가지로 전작에서 어려웠던 일부 보스의 난이도도 하향을 먹어 후반부로 갈수록 게임 자체는 쉬워진다.
허나 초심자의 입장에선 이마저도 상당히 높은 난이도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 앞서 말했듯 4방향 조작이기에 이에 익숙하지 못하다면 조작 미스로 인해 사방에서 몰려드는 적에게 공격당하기 쉽고 가장 낮은 난이도의 잡몹이라 할지라도 그 한방이 매우 아프며 각 필드 보스의 피통도 높고 그들의 공격 패턴 역시 사람에 따라 여러 번 재도전을 해야 할 만큼 매우 까다로워 보일 수 있다. 아울러 챕터 내에 세이브 및 로드 시스템이 따로 없다 보니 혹여 진행 중 죽기라도 한다면 그 챕터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리스크 또한 있기 때문. 이 부분은 게임에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다.
이처럼 베어너클 4는 깔끔하게 현대적으로 재탄생한 그래픽과 더불어 화려한 연출과 뛰어난 타격감, 그리고 새롭게 선보이는 신규 기술 및 콤보 시스템이 더해진 화끈한 액션이 인상적이다. 벨트스크롤 장르를 자주 즐기고, 본 시리즈의 팬이라면 꼭 한번 즐겨보자.
김자운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