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1년 첫 방영을 시작한 일본의 특수촬영(특촬) 히어로물 ‘가면라이더’는 곤충을 연상시키는 비범한 디자인의 헬멧과 바람에 휘날리는 머플러를 두른 영웅(라이더)들이 우렁찬 배기음과 속도감을 자랑하는 바이크를 타고 나타나 지구의 평화를 위협하는 악당에 맞서 싸운다는 매력적인 스토리와 화려한 액션 등을 선보이며 ‘울트라맨’, ‘그리고 ‘슈퍼전대’ 시리즈에 이은 일본 3대 특촬물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했다.
남자들의 마음속 열정과 투지를 불타게 만드는 우수한 작품성을 선보인 본 시리즈는 그 인기에 힘입어 무려 49년간 시리즈의 명맥을 이어가는 중이며 TV 방영판 이외에도 만화 및 애니메이션, 콘솔과 모바일 그리고 아케이드를 넘나드는 다양한 게임 플랫폼 등 다채로운 미디어믹스에서 지금도 대활약하며 여전히 그 명성과 인기를 실감케 하고 있다.
덧붙여 국내에서도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케이블 TV 채널을 통해 본 시리즈의 송출을 시작했기에 국내 팬층도 나름 두터운 편. 특히 작중 등장하는 곤충 컨셉의 헬멧과 머플러, 바이크, 변신 벨트 및 라이더들의 필살기 ‘라이더 킥’ 등은 작품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요소로 남아 후대 시리즈까지 이어지게 되며 이는 워낙 유명해져 본 시리즈물을 전혀 시청해본 적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사진을 보면 “아, 이게 바로 가면라이더이구나”하고 바로 알아챌 정도. 그만큼 가면라이더 IP의 인지도는 일본 현지를 넘어 매년 전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이렇듯 국내외에서 대흥행을 이어 나가며 전 세계인들을 매료시킨 시리즈의 신작 게임이 지난 29일 PS4 및 닌텐도 스위치 플랫폼으로 국내에 정식 출시됐다. 그 이름하여 ‘가면라이더 메모리 오브 히어로즈’. 이는 지난 2018년 발매된 ‘가면라이더 클라이맥스 스크램블 지오’에 이은 콘솔 기반의 최신 히어로 배틀 액션 게임으로 기존 클라이맥스 시리즈보다 한층 강화된 액션과 화려한 연출, 스토리 무비 등을 선보이며 팬심을 대폭발시켰다.
참고로 본 리뷰는 PS4 플랫폼을 기반으로 작성됐다.
■ 흥미진진한 오리지널 스토리, 원작 초월 재현에 감탄
게임 내 등장하는 주역 작품은 W, 오즈, 그리고 제로원. 한마디로 3대 가면라이더 작품의 크로스오버작이라 말할 수 있겠다. 이 세 작품들은 현지 기준 순서대로 각각 2009년과 2010년, 그리고 작년부터 방영을 시작했고 각 작품들 모두 헤이세이, 그리고 새롭게 시작된 레이와 시대를 대표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의 뛰어난 완성도와 매력적인 스토리로 무장해 팬들을 사로잡았다. 더불어 가장 최신작인 제로원의 경우 지난 가을 첫 방송을 시작해 금년 여름 종영을 마친 시리즈의 최신작이자 게임 시리즈 기준으론 본 작품이 첫 등장이다 보니 그 기대감이 매우 컸다.
이렇듯 각 시대를 대표하는, 그리고 시리즈의 가장 최신작 3대 작품이 게임 내 주축인 만큼 가면라이더의 팬인 필자의 기대감은 게임 출시 소식을 접할 무렵부터 차올라있었다. 물론 가면라이더 IP를 활용한 기존의 게임들 대다수가 워낙 처참한 퀄리티로 흥행에 참패한 전례가 많아 기대감과 불안감이 반반으로 교차하는 상태였지만. 다행스럽게 전반적인 게임의 완성도와 재미는 충분히 마음에 들었다.
간단히 작중 무대를 언급하자면 본 작품은 정체불명의 미지 에네르기를 분출하는 ‘섹터시티’ 섬을 배경으로 모종의 사고로 인해 세계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손아귀에 들어가 위험에 빠진 섬을 구해내는 라이더 일행의 모험의 여정을 담아냈다.
누군가에 의해 섬의 조사 의뢰를 받게 된 W의 주연 필립과 사립탐정 쇼타로(국내판 박태상)이 먼저 점으로 잠입해 다수의 괴인 및 이미 죽었을 악당 무리와 조우하게 되고 이어 오즈와 제로원이 합류해 적 세력을 무찌르고 악의 세력을 구축하는 전개로 게임이 진행된다. 등장하는 세 작품 중 비중이 가장 큰 건 바로 W. 한마디로 게임 내 스토리텔링의 중심이자 주축이라 할 수 있겠고 마치 한편의 후일담 성격의 극장판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 덕분에 W의 팬이라면 보다 즐겁게 게임을 즐길 수 있겠다.
이러한 W와 달리 나머지 두 작품의 비중은 적다. 오즈는 들러리 격이고 제로원은 워낙 최신 작품이라 그런지 게임 내에서 스토리의 비중이 사실상 없는 얼굴마담 격이다. 물론 오즈 및 제로원의 주역들 역시 게임 내에서 활약을 펼치며 멋진 모습을 선보이며 W에 비하면 적긴 하나 오즈의 스토리 비중도 나름 괜찮은 편이니 너무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어디까지나 필자의 주관적 관점이나 이처럼 인 게임 오리지널 스토리텔링은 TV방영판급 이상으로 매력적. 결과적으론 악의 무리에 손에서 평화를 지킨다는, 어찌 보면 매우 진부한 흔한 양산형 클리셰일지 모르나 필자는 열혈과 투지가 불타오르는 전개에 가장 큰 만족감을 얻었다. 게임의 볼륨도 스토리 시작부터 엔딩까지 10~20시간 내외로 나름 괜찮은 편이다.
각 시리즈 라이더들 및 악당 등 게임 내 등장하는 각 시리즈 인물 재현도 매우 뛰어나 플레이 내내 필자의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가면라이더의 정체성이자 상징이라 말할 수 있는 앞서 말한 변신 벨트를 통한 변신 장면이나 필살기 라이더 킥, 폼 체인지를 통한 다채로운 액션 연출 등은 원작 그 이상으로 화려하며 아름답고 8세대 거치형 콘솔인 PS4 기반으로 제작된 작품이라 그런지 각 인물들의 모션이나 모델링 등 그 무엇 하나 흠잡을 곳이 없다. 한마디로 지금껏 발매된 시리즈 IP 게임 중 최고의 그래픽과 최강의 재현도.
■ 액션의 손맛은 좋지만 반복적 진행 요소는 아쉬워
지금껏 출시된 시리즈 IP 작품들을 보면 대체로 무쌍이나 대전 배틀 장르의 게임이 주축을 이뤘는데 이러한 장르 유형은 이미 타 게임들에서 수도 없이 접해온 요소인데다 그 구성 역시 단순해 단순히 팬심으로 즐기기도 힘들 만큼 저급한 수준의 양산형 느낌을 받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이에 반해 본 작품은 스토리 진행에 입각한 실시간 액션 어드벤처 장르로 게임을 설계하여 기존 게임에서 보여줬던 무미건조한 진행에서 탈피했고 바로 위에서 언급한 고 퀄리티 라이더들을 게임에 내세우며 기존 작품들과는 다른 매력적인 모습을 선보인다.
액션의 재미 역시 우수하다. 각 총이나 근접 무기 등 라이더 각각의 고유한 무장의 재현도 우수하고 근, 원거리 공격할 것 없이 타격감 역시나 일품. 공격 모션 또한 일괄적인 것이 아닌 각 라이더 고유의 특성대로 만들어졌고 실시간 폼 체인지 및 체인지를 활용한 콤보 연계가 가능해 그 손맛 역시나 좋아 원작 이상의 액션 쾌감을 느낄 수 있다.
또 각 라이더 필살기 연출 역시나 일품. 때리는 맛과 보는 즐거움 모두가 정말 완벽에 가깝다. 더불어 중간중간 라이더 전용 장비(가젯)인 특수 바이크 하드보일러 및 수중, 그리고 공중 이동용 장비인 하드스플래셔, 하드터뷸러 등을 타고 적을 해치우는 이벤트 격 슈팅 게임이 등장하는 것도 인상적. 다만 생각보다 이동 장비의 속도감이 떨어지고 플레이어가 조작할 수 있는 옵션이 오로지 이동과 원거리 공격뿐이다 보니 그 재미는 그다지 뛰어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더불어 전투 시 얻게 되는 포인트를 모아 각 라이더들의 스킬을 강화하고 공격력과 HP, RP(라이더 파워) 등을 상승, 개발시킬 수 있는 엑셀레이터 제작 시스템은 RPG와 유사한 육성의 재미를 선사한다. 라이더의 능력치를 직접 상승시키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만족스럽다.
아울러 인 게임 UI의 배치도 상당히 만족스럽다. 좌측 상단에 위치한 HP와 EX 바, 그리고 우측 하단의 미니맵과 콤보 마커 등의 시인성은 매우 뛰어나 게임 진행의 편의성을 높여주며 폰트, 그리고 글자의 가독성 역시나 우수하다. 덧붙여 본편 엔딩 이후 즐길 수 있는 몇 가지 컨텐츠도 마련됐다. 대표적으로 게임 진행도 변경해 다회차 즐기기와 서바이벌 모드 두 가지를 들 수 있는데 이는 후술할 단점들로 인해 사실상 즐길 일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 극히 적은 라이더 볼륨, 일부 시스템은 개선의 여지를 남겨
이렇듯 원작 초월급의 우수한 라이더 재현도와 흥미진진한 게임 스토리, 그리고 손맛 좋은 액션으로 무장한 본 작품이나 이 세상에 완벽이란 것은 없듯 몇 가지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필자가 느낀 몇 가지 단점들을 일부 나열해 보자면, 첫째로 필드 진행의 불편함을 언급하고 싶다. 본 작은 스테이지 형식으로 게임이 진행되는데 필드 곳곳에 위치한 모든 적들을 제거해야 그다음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허나 등장하는 적의 수가 일반적인 액션 어드벤처 게임 대비 배 이상으로 많고, 이를 쓰러뜨려도 곳곳에서 다시 적들이 생성되니 상당히 골치 아프다. 그렇다고 무쌍처럼 적의 체력이 적거나 라이더의 광역기로 한 번에 쓸어버리기도 힘든 데다 앞서 말했듯 필드 내 적을 모조리 쓰러뜨려야 다음 지역이 개방되는 형태다 보니 적당히 피해 지나칠 수도 없다.
이러한 게임 진행은 첫 시작부터 엔딩까지 적게는 수 시간, 많게는 십여 시간 동안 끊이질 않고 내내 이어지기에 제아무리 좋아하는 라이더의 활약을 게임에서 경험한다 하더라도 쉽게 실증이 나고 심신이 지치기 마련. 더불어 작중 곳곳 쓸데없는 기믹들이 등장해 진행 흐름을 끊고 스테이지의 탐험 요소가 전무한 점 역시나 아쉽다. 사실상 자유도 없는 일직선식 반복 컨텐츠만 내내 플레이해야만 한다. 더군다나 기본적인 카메라 시점이 적 강제 고정인 데다 카메라 워크 또한 그다지 부드러운 편이 아니라 이동 조작 및 공격에 약간의 불편함이 따른다.
플레이 방식도 매우 단순하다. 앞서 말했듯 스테이지 형식의 전투, 새로운 필드 입장, 전투가 내내 반복되는 형태를 띠며 매판 종료 시 스테이지에서 획득한 콤보 및 타격 데미지 점수를 바탕으로 랭크를 산출하나 이 역시도 겉치레일 뿐, 그다지 의미가 없다. 또 라이더의 기본 고유 공격과 회피 등 극히 일부의 이동기와 타격을 제외한 대부분의 액션에 RP, 즉 능력을 사용하기 위한 포인트가 사용되기에 다채로운 공격과 그 연출을 보는 것이 매우 한정적이며 전투의 박진감을 저하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등장하는 적 진영 악당들의 체력이나 공격 패턴 설계도 개선의 필요성이 느껴진다. 양산형 괴인 전투원이야 언급할 가치도 없다지만 보스전의 경우 너무나 쓸데없이 괴인의 체력이 높다. 심지어 보스급 괴인들 모두는 기본적으로 아머까지 장비하고 있어 안 그래도 높은 체력 때문에 짜증 나는 플레이어의 불편한 심기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더불어 공격 패턴 역시나 처음부터 끝까지 복사 붙여넣기를 한 것처럼 매우 단순한 광역 범위 기술의 연속.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이나 스릴을 느껴 보기 힘든 구조다. 물론 일부 보스는 나름 잘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으나 이 역시 극히 일부일 뿐이다.
끝으로 등장하는 라이더의 수는 총 7명으로 너무나도 적다. 1971년 첫 방영부터 지금까지 나온 방송에 등장한 라이더만 합쳐도 수십 여명을 훌쩍 넘는데 오직 세 작품만 게임 내 넣는 점도 올드팬 입장에선 아쉬울 수밖에 없고 이마저도 모두 등장했다 할 수 없다. 등장인물 중 조커는 필립이 이탈하는 특정 구간을 제외하면 사용도가 떨어지는 데다 바스와 그 프로토타입은 합류 타이밍이 너무나 후반이다. 덧붙여 다회차 진행 시 언락되는 폼이 있다고 하나 위에서 언급한 진행의 불편함 때문에 도저히 2회차는 손이 가지 않는 것도 문제.
이처럼 본 작품은 용기와 열정, 투지 및 권선징악이란 단순하면서도 호쾌한 특촬물 본연의 재미을 게임 내 스토리에 잘 녹여냈고 각 라이더들의 원작 초월급 재현에 다시금 감탄을 내뱉게 만들었으나 위에서 언급한 일분 단점들이 게임의 완성도를 크게 저하시키는 점이 상당히 아쉽다. 차기작에선 이러한 부분을 보다 보완해 주길 바란다. 시리즈 IP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권한다.
김자운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