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투 인터렉티브는 컴파일하트와 전격문고가 협력 개발하고 저스트단 인터내셔널이 퍼블리싱하는 수수께끼x패닉x액티브 3D 던전RPG '신옥탑 메리스켈터 Finale(Mary Skelter Finale)' PS4 및 닌텐도 스위치 한국어판 패키지를 지난 22일 정식 출시했다. 본 리뷰는 PS4판을 바탕으로 작성된다.
신옥탑 메리스켈터 Finale는 모든 것을 자아내는 등불을 테마로 한 메리스켈터 시리즈 최종장이다. 수십년 전에 갑자기 생겨나 살아있는 감옥이라 불리우며 메르헨이라 불리는 괴물과 그들을 통솔하는 광기의 존재 나이트메어에 의해 관리되는 장소, 지하세계 난공불락의 인간수용소 프리즌에서 동화의 전생체인 잭과 그가 이끄는 혈식소녀들이 운명으로부터의 탈옥을 달성하고 지상으로 올라온 시점이 신옥탑 메리스켈터 Finale의 도입부다.
플레이어는 시리즈 최종장에 이르러 한 명의 주인공이 아니라 기존 시리즈에 등장했던 캐릭터들이 총집합한 가운데 복수의 주인공들이 이끌어가는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다. 복수의 주인공 체제를 채택하면서 게임의 시스템도 '재핑' 기능을 통한 파티 교체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신옥탑 메리스켈터 시리즈를 꾸준히 플레이했다면 모든 이야기가 매듭지어지는 이번 신작으로 대부분의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 희망을 품고 지상…아니, 다시 프리즌으로?
신옥탑 메리스켈터 시리즈는 등장인물들이 세계에 갑자기 나타난 살아있는 감옥 프리즌과 감옥탑과 동화의 주인공들이 가진 이름을 대고 있는 특별한 존재 '혈식소녀'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혈식소녀들은 메르헨이나 나이트메어에게도 대응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지만 스트레스를 겪거나 전투에서 피를 뒤집어 썼을 때, 자신이 큰 피해를 입거나 동료가 전투 불능에 빠지는 등 마음이 흐트러지는 상황에서 쌓이는 오염을 방치할 경우 폭주 상태인 블러드 스켈터 모드로 변신해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공격하기 시작한다.
이를 막아줄 수 있는 것이 작중 유일한 혈식소년인 잭으로 메리건이라는 피스톨형 장비를 사용해 혈식소녀들의 오염을 정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런 잭과 혈식소녀들, 그리고 감옥탑 프리즌에 관계된 비밀과 이야기들을 풀어나간 것이 지난 두 시리즈였으며 이 모든 이야기는 지상이 아닌 지하에서 벌어졌다. 그리고 신옥탑 메리스켈터 Finale는 지하의 생존자 그룹들과 잭, 혈식소녀를 비롯한 주조연급 등장인물들이 마침내 지상으로 향하던 그 시점에서 시작된다.
지하의 생존자들이 더 나은 환경을 꿈꾸며 올라간 지상은 마치 지옥도를 연상시키듯 사람들의 시체들로 즐비했고,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그 참상을 만든 주범 처형대 소녀들의 무자비한 공격을 받게 된다. 지하의 감옥탑을 돌면서 우여곡절을 겪은 혈식소녀들은 놀랍게도 제대로 대항하지 못하면서 처형대 소녀들에게 압도당해 모두가 죽을 위기에 빠진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전작에서 위치크래프트의 힘으로 천사의 능력을 얻은 히카리에 의해 생존자들은 인근의 지역으로 뿔뿔이 흩어져 겨우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뿔뿔이 흩어졌다는 대목에서 알 수 있듯이 신옥탑 메리스켈터 Finale에서는 이 흩어진 등장인물들이 합류하며 자신이 전이된 곳에 있던 감옥탑을 조사하고 이야기의 흑막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흩어진 파티를 새로운 기능 재핑을 사용해 원하는 타이밍에 바꿔가며 게임을 플레이하게 된다. 재핑 기능 때문에 앞서 소개한 도입부의 스토리를 약간의 차이가 있는 각기 다른 시점으로 여러 번 보게 된다는 점은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다소 납득이 되지 않을만한 부분도 있지만 일단 이번 신작을 끝으로 신옥탑 메리스켈터 시리즈의 이야기가 완전히 매듭지어진다. 심지어 그 캐릭터가 어떻게?라는 생각이 들만한 부분까지도 떡밥을 해소할 정도니 이 정도면 꽤 깔끔하게 이야기의 마무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 재핑으로 파티를 교체
스토리의 흐름에 따라 플레이어는 재핑이란 기능을 이용해 언제든 현재 조작하고 있는 파티를 바꿀 수 있다. 같은 프리즌으로 떨어진 파티들끼리도 1장에서는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고 서로 도움을 주면서 프리즌의 조사와 동료 발견을 목적으로 움직인다. 그렇다. 눈치챘겠지만 파티가 달라도 같은 구역에 있다면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보다 반드시 재핑을 이용해 같은 지역의 파티를 움직여 막힌 길을 열어줘야만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심판의 감옥탑에서 깨어난 잭과 츠우의 파티가 심판의 감옥탑 1층을 조사하다 더는 진행할 수 있는 길이 없고 잠긴 문만 있을 때 마찬가지로 심판의 감옥탑에 떨어진 메리의 파티를 조작해 심판의 감옥탑 속 다른 구역을 조사하다보면 레버를 당겨 잭의 파티가 통과할 수 없었던 잠긴 문을 열어줄 수 있다. 물론 당연히 반대의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1장부터 2장까지는 이렇게 흩어진 등장인물들이 만나는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막힌 길을 열어줬다.
하지만 파티원으로 참가하는 여성 캐릭터들은 전부 혈식소녀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잭과 떨어지면서 그녀들의 블러드 스켈터화를 막을 수 없는 상황에 빠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조건이 붙지만 혈식소녀의 오염도를 관리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진 파티원들이 한 명 각각의 파티에 배치됐다. 메리 파티에서는 메리가 가진 성냥을, 또 다른 혈식소년이라 주장하는 모 캐릭터는 잭처럼 메리건을, 쿠라라의 파티에서는 모종의 이유로 잭과 같은 능력을 가지게 된 쿠라라가 메리건을 사용하는 등 파티의 오염도를 관리할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한다. 특히 의문의 소년이나 쿠라라가 메리건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주인공 중 한 명인 잭의 존재감이 의도치 않게 위협당하는 상황이 됐다.
한편 잠시뿐이지만 이런 수단이 전혀 없는 빨간망토의 파티는 블러드 스켈터가 되는 것을 경계하며 조심스레 감옥탑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제약이 붙는다. 이번 작품에서도 감옥탑이 주무대이며 악식의 감대탑이라는 최종 목적지까지 향하기에 전작들에서 존재했던 나이트메어와의 학살 술래잡기 역시 건재하다. 역대 최대 규모의 캐릭터가 등장하므로 각 파티의 감옥탑 탐색에서 혈식 스킬을 활용해 기믹을 돌파하는 방식도 여전.
파티가 흩어진 직후에는 거점을 막 생성한 참이라 기능이 적지만 인원이 늘어감에 따라 전작들처럼 거점의 기능도 늘어난다. 이외에도 블러드팜 같은 기존작의 요소들이 고스란히 존재해 이미 신옥탑 메리스켈터 시리즈를 플레이해 게임 노하우를 축적한 상황이라면 상당히 수월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 핑크빛 유혈이 낭자하는 전투
신옥탑 메리스켈터 시리즈 특유의 유혈이 낭자하는 전투도 여전하다. 혈식소녀들의 설정이 변경된 것이 아닌 이상 달라질 이유도 없다. 스토리 진행에 따라 각 파티는 최대 5명의 혈식소녀와 그녀들의 오염도를 관리할 수 있는 리더로 구성된다. 시리즈 전통의 시스템이 유지되어 오염도 관리와 혈식소녀 버프 등의 커맨드는 리더가, 혈식소녀끼리는 혈액 수치를 핥아서 관리할 수 있으며 전투에서 약점 찌르기, 오버킬 처치 등으로 대량의 핑크빛 피분수가 솟구친다.
이런 혈액이 뿜어지면 전투에 참가한 혈식소녀들은 혈액 게이지가 점점 차오른다. 혈액 게이지가 가득 찼을 경우 자동으로 해당 혈식소녀는 광기의 제노사이드 모드로 돌입해 모든 스테이터스가 상승하고 한정 필살기 개념의 제노사이드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혈액이 오염된다면 폭주해서 피아구분이 안 되는 블러드 스켈터 상태가 되므로 오염 관리나 혈액 게이지의 상태를 상황에 맞게 관리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전투를 수행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쌓이는 혈액 게이지는 제노사이드 모드 돌입 외에도 다른 혈식소녀가 핥아서 제거할 수 있다. 이 경우 혼혈 스킬이 발동해 회복이나 강화 등 다양한 버프를 얻기도 한다.
전투는 일부 심볼 인카운트를 제외하면 던전을 조사하다 갑자기 발생하는 랜덤 인카운트 방식을 주로 채용하고 있다.
잭은 싸울 수 없지만 시라는 싸울 수 있다.
■ 깔끔하게 마무리 된 시리즈
각종 매체를 통해 스토리와 설정을 분산시킨 시도는 신선했지만 찾아보기가 번거로웠고 게임 내 스토리에도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신옥탑 메리스켈터 Finale를 끝으로 이야기는 깔끔하게 마무리됐다고 생각한다. 떠올렸더라도 무심코 지나치거나 생각지도 않았던 떡밥까지 끄집어내 확실하게 매듭을 지어버렸다.
개발사에서 공식적으로 추천하는 플레이 순서는 2편 클리어 후 1편 플레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번 신옥탑 메리스켈터 Finale를 즐기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구할 수 있다면 가장 처음 리메이크 이전 1편까지 플레이한다면 완벽하게 신옥탑 메리스켈터의 이야기를 만끽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1편 리메이크가 작품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리메이크라는 의미에 부합하고 있기 때문에 신옥탑 메리스켈터의 이야기는 이렇게 네 개의 게임이 하나의 큰 이야기를 이룬다고 느꼈다.
서브컬쳐 계열의 컨텐츠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캐릭터들의 개성도 나름대로 잘 표현됐다. 시리즈 최대 규모의 등장인물 총집결이 늘 치트키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신옥탑 메리스켈터 Finale에서는 캐릭터의 모티브나 개성을 활용한 대화나 반응들을 적절히 끌어냈고, 전작을 플레이해보지 않은 게이머들을 위해서 비록 음성은 출력되지 않지만 Before Story 모드를 제공해 신옥탑 메리스켈터와 신옥탑 메리스켈터2의 스토리를 모두 감상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적절했다.
던전RPG를 표방하는 만큼 던전 구성에도 집념을 느끼게 하는 부분들이 있었으며 이외에도 연애 문자 어드벤처 게임 '연옥탑 메리스켈터'가 게임 내 특전으로 수록되고 거기에 새로운 요소를 추가한 연옥탑 메리스켈터 True end 플래그 해방 DLC를 기간 한정 무료 배포하는 등 본편과는 다른 분위기의 번외편도 즐길 수 있다. 전작이 그랬던 것처럼 상당히 알차고 풍성한 컨텐츠로 구성되었다는 것이 특징.
전작의 등장인물들이 대단원의 끝을 장식하며 모두 등장하기에 2편에서 소위 백합이라는 느낌의 주연급 커플도 유지되니 이 장르에 면역이 없다면 다소 꺼려질 수도 있다. 그래도 이야기의 중심이 그들이었던 2편에 비해 그녀들만으로 이야기를 진행하지는 않으니 대충 적당히 감안하고 플레이할 수 있는 정도.
신옥탑 메리스켈터 Finale는 전작을 플레이했던 게이머, 던전RPG를 선호하는 게이머 등에게 추천할 수 있는 신작이며 당연히 서브컬쳐나 특정 장르 및 속성에 염증을 느끼는 게이머에겐 추천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