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가퍼블리싱코리아는 아틀러스의 대인기 시리즈 페르소나의 세 번째 작품을 현행 최신 하드웨어로 되살린 신작 '페르소나3 리로드'를 지난 2일 PS5, PS4, Xbox 게임패스, Xbox Series X/S, Xbox One, 윈도우즈, 스팀에 정식 발매했다.
페르소나3은 전 세계 시리즈 누적 판매 1,700만 이상을 돌파한 페르소나 시리즈의 터닝 포인트가 된 타이틀이다. 진 여신전생 시리즈에서부터 이어진 다크한 세계관과 스토리에 팝하고 상징적인 디자인 워크, 눈에 띄는 레이아웃의 인터페이스, 보컬이 들어간 BGM 등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것 외에도 어드벤처 시뮬레이션적 요소를 주축으로 한 육성 시스템이나 시대에 걸맞는 시스템으로 구축된 완전히 새로운 페르소나 타이틀로 높은 평가를 받아 아틀러스의 대표 RPG로 자리매김하는 데에 크게 일조했다.
이번에 출시된 페르소나3 리로드는 시나리오와 등장 캐릭터 등의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은 게임의 근간은 유지하며 최신 하드웨어 맞춰 조작성 향상과 그래픽 쇄신, 추가 사이드 에피소드 및 애니메이션 등을 새롭게 수록했다. 다만 출시 전부터 알렸던대로 페르소나3의 여주인공이나 FES 컨텐츠들은 담기지 않았다. 이번 리뷰는 PS5 환경에서 플레이되었다.
■ 청춘의 현장에 발생한 기묘한 현상
페르소나 시리즈는 아틀러스의 기존 대표 RPG 라인인 진 여신전생과 등장하는 악마, 그러니까 페르소나를 공유하는 편이다. 게임의 스토리 같은 부분도 이미 망했느냐, 곧 망하느냐 정도의 경중을 두는 정도지 세계 규모의 위기가 항상 등장한다. 그러나 페르소나 시리즈의 경우는 이런 어두운 소재를 청춘이라는 인생의 가장 밝은 시기 중 하나와 엮어 한정된 시간 내에 그들의 일상과 같은 이야기와 비일상의 이야기를 섞어내는 것에 도가 텄다. 자사가 공언하는 것처럼 페르소나 시리즈의 본격적인 흥행이 시작됐다고 보아도 좋을 페르소나3도 그런 요소들이 강하다.
플레이어는 게임의 주인공이 되어 인공섬 타츠미 포트 아일랜드에서의 1년을 보내게 된다. 처음 이곳에 도달해 기숙사를 찾아가던 시점에 이미 플레이어는 이 섬의 비일상을 체험하는데, 자정이 되는 시점에 주변의 분위기가 이상해지고 관처럼 생긴 오브제들이 곳곳에 놓여있으며 건드려도 꿈쩍하지 않는 현상을 목도한 것. 이런 기묘한 현상에도 크게 당황하지 않고 일단 기숙사로 가자며 움직이는 주인공의 의지에 따라 플레이어는 무사히 기숙사에 합류하며 이후 월광관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현재 이곳에서 날짜가 변하는 사이에 존재하는 섀도 타임과 괴물들인 섀도가 활보하는 불가사의한 현상이 발생한다는 사실, 그리고 플레이어 또한 이런 현상과 관련된 자질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본격적으로 사건에 발을 들이게 된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다른 페르소나 4편과 5편처럼 3편도 플레이어는 1년이라는 정해진 시간을 효과적으로 써먹을 스케쥴링을 해야 한다. 날짜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방과후, 밤에 자유행동을 할 수 있고 이 때 요일마다 달라지는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상품 구매, 가게 이용 등을 하며 학력, 매력, 용기 등의 인간 패러미터를 향상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인간 패러미터는 이외에도 선택지 등을 통해 향상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행동을 취하는 시간대에는 가게 이용 같은 컨텐츠 말고도 주변의 인물들에게 말을 걸고 다닐 수 있으며 페르소나 시리즈의 핵심 컨텐츠인 특정 인물이나 집단과의 커뮤니티를 쌓아 개별적인 스토리를 즐기면서 페르소나 보너스도 얻을 수 있다. 커뮤 소화도 당연히 시간이 경과하니 어떤 커뮤를 언제 진행할 것인지, 알바나 가게 이용 등은 어떻게 할 것인지 잘 생각하면서 진행하는 편이 좋다. 완벽하게 클리어하는 것을 노리는 게 아니라면 그냥 마음 가는대로 해도 되기는 하지만 말이다.
■ 총공격, 타르타로스 공략
페르소나3의 이야기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자정이 되는 순간 발생하는 숨겨진 시간, 섀도 타임과 그 시기에 돌아다니는 섀도라는 괴물들을 처리하는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이 현상이 왜 생기는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는 것인지가 처음 주인공이 발을 들이는 시점에 먼저 이 일을 하고 있던 선배 그룹이 가진 의문이었다. 그리고 이런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공교롭게도 섀도 타임이 되면 인공섬 타츠미 포트 아일랜드 월광관 고등학교 위치에 존재하는 거대한 구조물 타르타로스 공략을 추구하게 된다.
타르타로스는 페르소나3에서도 주요 전투 컨텐츠의 장소인데, 그 구조가 모바일 게임이 정형화되면서 등장한 일일 컨텐츠 무한의 탑 계열과 비슷하다. 들어갈 때마다 구조가 달라지고, 플레이어는 파티 멤버들과 함께 계속해서 층을 올라가야 한다. 일단 타르타로스 내부로 진입한 뒤에는 다시 1층으로 돌아가는 전송 장치 같은 것을 찾거나 시계를 발견해 이번에 추가된 박명의 파편이라는 아이템을 7개나 사용해서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면 HP/SP를 회복할 수단이 극히 제한적이다.
전투는 아틀러스 게임들의 공통적인 요소를 차용했다. 공격이나 페르소나의 스킬에는 각각의 속성이 붙어있고 약점 속성으로 공격에 성공하면 1 MORE가 발생해 추가로 행동 턴이 주어진다는 것. 그리고 모든 적의 약점을 공격해 무방비 상태로 만들면 총 공격을 시도할 수 있다. 1 MORE가 발생했다고 반드시 그 캐릭터가 다시 행동을 할 필요는 없다. 플레이어는 1 MORE 발생 후 다른 파티원에게 넘기기로 추가 행동 턴을 넘겨줄 수 있어 속성 구성이 잘 되어 있다면 충분히 총공격을 반복해 유리한 상황에서 전투를 끝낼 수 있다. 다행히 진 여신전생4처럼 약점 공략에 실패해 저항이 뜨면 아군 턴이 전부 날아갈 정도의 난이도는 아니라 침착하게 플레이하면 무난하게 층을 올라갈 수 있다. 그 분량이 많긴 하지만 말이다.
전투가 종료될 때 종종 셔플 타임이 발생하고 이 셔플 타임에서 주인공이 다른 페르소나를 획득할 수 있는 카드나 최대 HP의 절반 만큼 회복, 돈 획득, 경험치 보너스, 메이저 아르카나 등을 선택해서 획득하는 것이 가능하며 타르타로스로 오기 전에 충분히 체력이나 SP 회복 아이템을 챙겨서 왔다면 탐색을 오래 지속하며 보상을 기대할 수도 있다.
획득한 페르소나는 합체시킬 수 있다.
■ 페르소나 입문자에게도 좋은 기회
페르소나3 리로드는 출시 후 오랜 시간이 흘러 이제는 확실히 고전 게임의 반열에 올랐다고도 볼 수 있는 페르소나3을 다시 현대적 감각으로 수면 위에 끌어올린 작품이다. 일단 기존에도 강렬한 푸른색을 적극 활용해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을 보여준 바 있는데, 이 부분을 더욱 극대화해 극찬을 받았던 페르소나4, 5편처럼 강력하고 과감한 색상 활용 및 UI 구성을 해냈다. 이에 페르소나5를 너무 따라갔다는 의견도 있지만 확실하게 비주얼적인 향상이 이루어진 것은 분명하다.
비주얼의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볼거리가 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일단 오프닝부터 시작해 게임 내에 등장하는 애니메이션들이 상당히 깔끔하게 재제작이 되었으며 캐릭터들의 일러스트도 상당히 미려한 버전으로 교체됐다. 기존에도 페르소나 시리즈의 개성적인 그림체를 반영했었지만 이번에는 좀 더 수려한 일러스트를 사용해 화풍을 좀 더 현대적으로 만들어냈다. 엑스트라 모델링의 경우는 페르소나5에서 볼 수 있었던 익숙한 녀석들이 종종 보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타르타로스 컨텐츠 자체가 개벽하는 일은 없었지만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요소를 추가했다. 앞서 살짝 언급한 박명의 파편이 그렇다. 타르타로스 내부에는 마치 검은 손이 올라오는 것 같은 구조물들이 무작위로 생성되어 있는데, 여기서 파란 불빛이 나오는 구조물을 파괴할 때나 페르소나3의 무대 어느 곳이든 반짝이는 오브젝트를 통해 획득할 수 있는 박명의 파편을 사용해 1층의 시계나 타르탈로스 내부에서 발견 가능한 시계에서 HP/SP를 회복할 수도 있고 잠겨있는 상자에 일정량의 박명의 파편을 투입해 좋은 아이템을 노려볼 수도 있다. 회복의 경우 박명의 파편이 그렇게 많이 주어지는 편이 아니라 그냥 돌아갔다가 나중을 기약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지만 상자에서는 당장 쓸 수 있을만한 괜찮은 장비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유카리가 사용할 수 있는 독 속성의 활은 계층의 문지기급 적과 싸울 때 독만 잘 걸리면 상당히 도움이 된다.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긴 하다. 일단 시나리오 자체가 추가된 부분이나 번역이 수정된 부분을 제외하면 기존 감성을 유지하는 기조이기 때문에 지금 와서 보기에는 좀 억지스러운 전개나 반응이 아닌가 싶은 것들도 끼어 있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이것 외에도 각종 모션과 관련해서는 아쉬운 감이 있는 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르소나3 리로드는 구작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구성해 페르소나 시리즈의 신규 유입 게이머에게도, 기존에 페르소나3을 플레이했던 게이머에게도 새로운 즐거움을 제공할 수 있는 신작이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