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독 ‘요제프 파레즈’가 만든 제작사 ‘헤이즈라이트 스튜디오’는 ‘브라더스: 어 테일 오브 투 선즈’의 성공을 바탕으로 2018년 2인 코옵 플레이가 필수적으로 필요한 게임 ‘웨이 아웃’을 발매한다.
이 게임은 2인 플레이라는, 다소 진입 장벽이 높은 구성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준수한 평가를 이끌어 냈다. ‘친구 패스’를 통해 하나의 게임으로 두 명이 같이 즐길 수 있는 ‘혜자스러운’ 시스템도 긍정적이었고 말이다.
그리고 이 제작사는 2021년 발매한 ‘잇 테익스 투’로 결국 사고를 치기에 이른다. 잇 테익스 투는 게임을 플레이한 유저들의 엄청난 호평을 받으며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고, 결국에는 2021년 ‘더 게임 어워즈’에서 올해의 게임상까지 수상하게 된다. 사실상 2인 플레이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 스타일을 생각한다면 매우 이례적인 결과다.
전작 '잇 테익스 투'
얼마 전 정식으로 발매된 ‘스플릿 픽션’은 ‘잇 테익스 투’를 잇는 헤이즈라이트 스튜디오의 후속작이다. 물론 스토리가 연결되어 있거나 정식 넘버링 타이틀은 아니기에 공식적인 후속작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비슷한 게임 스타일과 2인 플레이가 필수라는 점 만으로도 충분히 기대를 가질 만하다. 과연 ‘스플릿 픽션’은 ‘잇 테익스 투’의 감동을 다시금 재현할 수 있을까.
- 초심자의 시선으로 해보다
사실 본 기자는 헤이즈라이트 스튜디오의 2인 강제(?) 게임을 해 본적이 없다. 아예 혼자서 즐기는 게임이나 다수가 즐기는 온라인 게임을 좋아하는 성향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2인 플레이가 강제된다는 점 역시 부담이었다. 바쁜 현대인의 생활 속에서 지인과 연속으로 게임을 같이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플레이 중 갑자기 사정에 의해 중단하기도 미안하고 몇 시간 시간을 내는 것도 쉽지 않다. 대전 게임이나 스포츠 게임처럼 잠깐 플레이를 하고 멈추기에 적합한 게임도 아니다.
그럼에도 ‘스플릿 픽션’에 도전해 봤다. 전작이 워낙 평가가 좋았던 작품이기도 해서 이 작품만큼은 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플레이를 하면서 처음 느낀 부분은 ‘불친절’ 이었다. 아마도 전작들을 해 본 사람들을 기준으로 하는 듯한 인상이 들었다. 간단한 조작이기는 하지만 느껴지는 감정은 ‘가게에서 물건을 사세요!’ 라는 말을 들었는데 어떤 가게인지, 어떤 물건인지와 같은 세세한 부분은 없는 그런 느낌이다.
물론 몇 번 추락하다 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수준이기는 하다. 다만 조금 더 ‘친절한’ 부분이 있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옆에서 ‘왜 그걸 못하지?’ 하는 눈빛으로 보는 ‘플레이어 2P’의 시선을 느끼며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게 됐다.
게임 내 표시되는 아이콘이 작다는 것도 아쉬웠다. 이번 플레이는 PS5를 활용해 2인 분할 플레이로 진행됐는데, 게임 중 특정 위치에 표시되는 버튼 아이콘이 작다 보니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잘 보이지 않았고, 덤으로 ‘플레이어 2P’의 불편한 시선도 자꾸 느껴졌다.
반면 어느 정도 적응이 된 이후에는 사실 플레이에 크게 무리가 되는 부분은 없었다. 좁은 길로 가거나 연속적으로 오브젝트로 점프하며 이동하는 등 겉 보기에는 상당히 위험천만해 보이고, 조금만 조작을 미스해도 아래로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게임 자체가 어느 정도 무난한 판정을 해 주기 때문에 아주 정확하게 움직여야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올바른 길’을 찾는데 다소 고전했지만 적당히 하다 보면 저절로 길이 보이는 놀라운 체험도 하게 됐다. ‘이렇게 가면 될 것 같은데?’ 하고 생각한 대로 하면 됐다. 그만큼 스테이지 디자인이 깔끔하다.
사실 본 기자의 경우 ‘쿠노이치’나 ‘메트로이드’ 시리즈처럼 약간의 미세한 조작 미스로 낙사를 당하거나 처음부터 다시 플레이를 해야 하는 게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게임 역시 처음에는 ‘그러한 게임’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막상 게임을 해 보니 전혀 달랐다. 판정 자체도 상당히 후하다. 세밀한 컨트롤로 액션을 해야 하는 게임이 아니라 ‘길을 찾는 즐거움’, ‘퍼즐을 푸는 재미’를 주는 것이 목적인 게임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두 명이 동시에 죽는 경우가 아니면 근처에서 즉시 리스폰된다. 게임 속도도 빠르다. ‘소닉’ 시리즈처럼 신나게 달려가면서 지속적인 시도를 하게 되면 ‘저절로 넘어감을 당하는’ 그런 느낌으로 플레이가 가능하다.
이는 앞서도 언급했듯이 액션에 대한 판정이 상당히 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언급하지만 고난이도 컨트롤을 바탕으로 ‘해냈다’는 만족감을 얻는 게임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굳이 플레이를 멈추게 하는 쓸데없는 요소들이 없다는 점도 좋고 비슷한 플레이가 계속되지 않는다는 부분 또한 흥미로웠다. 플레이를 하면서 다양한 장르를 체험하고 의외의 캐릭터가 되어 진행을 하기도 한다.
복합적인 장르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왜 갑자기?’ 라는 의아함은 있지만 이것이 게임의 의욕을 저하시키는 느낌도 없었다. 그냥 나오면 돌파해야 하는 재미 요소였기 때문이다. 특정 장르에 약하더라도 몇 번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클리어가 가능한 난이도 역시 플레이의 흐름을 깨지 않는 역할을 했다. 다양하지만 이것이 플레이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 그런 느낌이랄까.
특히나 ‘물 흐르듯이 진행되는’ 빠른 템포가 상당한 강점이라고 생각됐다. 일례로 게임 초반, 신나게 게임을 하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옆에 있는 ‘플레이어 2P’씨에게 “1스테이지가 상당히 기네요” 라는 말을 했다가 “지금 2스테이지 입니다만” 이라는 충격적인 말을 듣기도 했다. 그만큼 몰입도가 높고 템포가 빠르다. 그러면서도 지루하지 않았다.
실제로 게임을 해 보니 왜 전작이 극찬을 받는지를 알 만했다. 어렵지 않으면서도 조작의 즐거움을 확실히 느낄 수 있고, 맵의 디자인도 탁월하며 템포가 빠른데 몰입도도 뛰어나다. 이 정도면 좋은 반응이 나오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 경험자의 시선으로는?
(참고로 이 글은 ‘플레이어 2P’를 담당했던 전작 경험자인 게임샷 모 편집장의 감상을 기술한 것이다)
스플릿 픽션은 헤이즈라이트 스튜디오가 기존에 출시했던 두 작품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웨이 아웃’이 조금 진중한 느낌이라면 ‘잇 테익스 투’는 보다 가벼운 느낌을 풍겼다. 스플릿 픽션은 이들의 중간 선상에 위치한 인상이다.
실제 비주얼에서 풍기는 느낌도 그러했다. 잇 테익스 투가 조금 더 부드러운 그래픽을 사용했다면 스플릿 픽션은 웨이 아웃처럼 실사 기반의 비주얼을 사용한다. 그러면서도 웨이 아웃보다는 더 라이트하다.
비주얼 자체의 퀄리티는 4년 만에 나온 스플릿 픽션의 완승이다. 특히나 이번 작품 자체가 판타지 작가와 SF 작가가 그려 내는 ‘상상력에 기반해’ 만들어진 스테이지를 무대로 하다 보니 하나의 작품에서 SF적인 요소와 판타지 배경으로 구현된 스테이지를 즐기는 상반된 즐거움이 상당히 높았다.
조작은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게임의 플레이 방식이나 흐름 역시 그러하며, 2인이 협력해 스테이지를 풀어나가는 느낌 또한 그러했다. 게임 초반은 전작에 비해 조금 더 쉽다는 느낌이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상대적으로 어려워지는 인상이었는데, 이미 전작을 통해 어느 정도 플레이에 익숙해진 상태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전작에 비해 난이도가 소폭 상승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스토리적인 측면에서 전작이 가족애와 남녀간의 사랑과 같은, 어느 정도 ‘애정’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면 스플릿 픽션은 인간 관계의 ‘갈등’에 대한 부분을 주 소재로 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잇 테익스 투에 비해 조금 더 높은 연령 층에게 맞는 느낌이기도 하다. 물론 아이들과 같이 즐겨도 문제될 것은 없어 보인다.
게임에 대한 만족감 면에서는 스플릿 픽션에 더 점수를 주고 싶다. 조작이나 흐름 등 기본적인 부분은 흡사하지만 보다 향상된 비주얼과 더불어 게임의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플레이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작보다 더 다채로운 상황이 연출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전작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범주라면 스플릿 픽션은 보다 ‘뻔하지 않은’ 상황이 펼쳐진다. 이러한 부분이 게임의 몰입도를 보다 높여 주고 있기도 하다.
전작만큼이나 재미있고 완성도 또한 높은 게임이다.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오히려 더 나은 작품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이번에도 역시 ‘같이 할 사람만 있다면 완벽한’ 게임이 아닐까 싶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