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이 결코 아깝지 않았다, '인조이'

[리뷰] 인조이
2025년 03월 24일 13시 13분 23초

처음 심즈 시리즈를 접했을 때 즐거움을 잊을 수 없다. 일반적인 ‘타이쿤’ 류 게임과는 다른, 그리고 나만의 심을 만들어 다양한 사회 관계를 맺는 즐거움과 나만의 집을 만들고 꾸미는 재미……

 

심즈는 또 다른 인생에 대한 대리 만족을 충실히 해 준 작품이었고 이에 대한 만족감도 상당히 높은 게임이었다. 

 

하지만 4편이 발매된 이래 십년이 넘는 시간 동안 후속작 없이 확장팩만 출시가 이루어지다 보니 그만큼 시대에 뒤떨어지는 비주얼이 걸렸고, 어쨌든 서구권 ‘갬성’으로 무장한 만큼이나 ‘한국적’이지는 않았다. 심즈 시리즈를 좋아했고 많은 시간을 투자했음에도 언젠가부터 플레이를 하지 않게 된 이유다. 

 

23년 지스타에서 생각치 않은 게임을 만났다. 일단 비주얼에 끌렸다. 그리고 ‘심즈’와 같은 방향성을 가진 스타일에 더더욱 감격했다. ‘한국적’ 이면서 현대적인 비주얼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모습을 보며 그 게임 ‘인조이(inZOI)’가 머리에 각인됐다. 

 

하지만 기다려도 쉽게 완성되지는 않았다. 어느덧 24년 지스타까지 왔다. 그리고 확신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3월 28일, 인조이의 ‘미리 해보기’ 버전 판매가 시작됐다. 드디어 기다렸던 작품의 실제 정식 버전이 나온 것이다. 

 


 

- 일단 눈이 정말 즐겁다

 

(참고로 리뷰에 사용된 버전은 정식 버전과 동일하다. 다만 리뷰용 목적으로 정식 출시보다 조금 더 일찍 게임 플레이가 가능했다) 

 

이미 23년과 24년 지스타를 통해 시연 버전을 플레이 해 본 만큼 플레이 자체에 새로운느낌은 없었다. 다만 시간 제한이 있는 플레이와 여유 있는 플레이 간의 차이는 존재했다. ‘어떤 것들이 있을까’와 같은 접근 방식이 아니라 순수한 즐거움을 느끼기 위한 플레이였기 때문이다.  

 

인조이의 매력은 처음 캐릭터를 만드는 순간부터 느낄 수 있다. 캐릭터 하나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옵션이 존재해 ‘또다른 나’ 혹은 내 대신에 다른 인생을 살아갈 ‘조이(조이는 인조이에서 살아가는 캐릭터들을 지칭하는 말이다)’를 다양하게 창조할 수 있다. 

 


 

세부적인 설정은 다소 간략화 된 부분이 있기는 하나 사실상 이 정도면 차고 넘친다. 무엇보다 단순히 바를 이리 저리 움직이며 조정을 하는 형태가 아니라 실제 조이에 표시된 특정 포인트를 드래그 하여 쉽게 체형 조정이나 얼굴 조정이 가능한 것이 특징적이다.   

 


 


 

언리얼 엔진5를 기반으로 탄생한 게임 답게 결과물도 매우 훌륭하다. 단순히 조이를 만드는 것 만으로도 하루 종일 시간이 흘러갈 만큼 이것 저것 해 보고 싶은 것들이 많고 그 결과 또한 만족스럽다. 여기에 자신만의 의상을 세팅하는 것 또한 매우 즐겁다. 

 


 

심즈 시리즈를 즐겨 본 이들이라면 적어도 새로운 조이를 만드는 과정 만으로도 충분히 벅찬 감동을 느낄 것 같다. 그만큼 인조이는 혁명이다. 적어도 그렇게 느껴질 만했다. 그리고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닐까. 

 

- 보다 입체적인 라이프

 

조이를 만들었다면 다음은 자신이 살 지역, 그리고 집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는 서울과 비슷한 도시 ‘도원’과 미국 서부 해안 지역의 느낌이 풍기는 ‘블리스베이’ 중 하나를 선택해 이주가 가능하다.

 

하우스는 주어진 모델 중 하나를 선택해 생활할 수 있고, 자신이 직접 모든 벽이나 타일, 바닥재와 디자인까지 스스로 만들 수 있다. 심즈 시리즈와 비교해도 확장성이 상당히 높으며, 그 결과물은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이미 만들어진 집을 사용하더라도 엄청나게 다양한 가구들과 기타 장식품들의 조합으로 나만의 개성이 살아있는 집을 만들 수 있다. 심지어 고 퀄리티의 비주얼로 구현된다. 개인적으로 조이와 집을 만들고 꾸미는 기능 만으로도 구입이 전혀 아깝지 않을 만한, 그런 수준이다. 

 


 

캐릭터의 의상 퀄리티 또한 훌륭하다. 심지어 모드 기능을 지원할 예정이기에 개인이 만든 멋진 의상들도 사용할 수 있다. 

 

플레이 자체도 보다 입체적이다. 단순히 AI에 따라 움직이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내’ 주관이 충분히 개입될 수 있다. 특정 조이를 선택해 MMORPG 게임처럼 직접 움직일 수도 있고 수많은 대화 카테고리 중 원하는 주제나 내용으로 대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조이의 경우 8가지의 욕구가 존재하고, 개개인에게 설정한 ‘기질’과 ‘소망하는 삶’의 종류에 따라 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욕구 충족이 달라진다. 이를 감안해 커뮤니케이션이나 행동을 해야 항상 만족스러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맵을 넓게 사용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예를 들어 조이가 직업을 가지고 있고 출근을 할 경우, 해당 조이를 선택하는 것 만으로 조이가 출근하는 길, 그리고 회사에서의 일상을 감상하는 것이 가능하다. 단순히 집 안에서의 생활뿐 아니라 외부적인 행동 역시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외부 요소들까지 이미 구현이 되어 있다

 

수많은 대상과 오브젝트들이 모두 유기적인 상호작용을 한다는 것도 놀랍다. 단순히 TV를 켜는 정도가 아니라 어떤 주제의 프로그램을 볼 지도 선택이 가능하고, 도시에 위치한 300여 명의 NPC 조이들과도 교감과 행동,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길가에 있는 푸드 트럭에서 음식을 사먹을 수도 있고, 연주 중인 버스팅 팀에 끼어 키보드를 연주할 수도 있다. 사실상 맵 내에 존재하는 모든 NPC 및 오브젝트들과 상호작용이 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심지어 단순히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적절하게 보여주기까지 한다. 

 


그냥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된다

 

처음에는 정보가 없어 할 것이 별로 없지만 게임을 알아 갈수록 이것 저것 할 일이 늘어난다. 다만 이러한 부분들을 강제적으로 해야 할 필요는 없다. 다양한 행동을 하는 것이 귀찮다면 집순이, 집돌이로 살면서 소소한 즐거움을 느껴도 상관없다. 모든 것은 자유이지, 반드시 해야 하는 공략의 대상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일을 하지 않고 가끔 산책을 하는 한량의 생활도 인조이에서는 가능하다. 시스템 내에서 무상으로 소지금 지원을 받을 수 있어(필요시) 굳이 일에 목을 멜 필요도 없다.     

 

- 가족? 개인? 원하는 선택을 하자

 

인조이는 시작 시 가족 설정을 할 수 있다. 부부의 경우 아이를 낳을 수도 있고 친구와의 삶도 가능하다. 싱글 라이프를 즐길 수도 있다. 

 

멋진 집에서 사랑하는 이와의 행복한 라이프 생활을 할 지, 아니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지, 혹은 친구들과 왁자지껄한 삶을 살 지는 자신의 선택이다. 다만 가족이 많아질수록 신경 써야 하는 욕구 같은 것들이 늘어나기에 적응이 필요한 초반 시점에서는 소규모 가족을 꾸리는 것을 추천한다. 

 


 

차량은 구입이 가능하지만 레이싱 게임처럼 직접 조작해 운전하는 개념보다는 먼 장소를 이동하는 형태로 활용된다. 다만 이번 정식 버전에서도 아직까지 펫이 구현되어 있지 않은 점은 아쉽다(추후에 구현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나마 도시에 존재하는 동물들의 빈도를 높이거나 하는 등의 요소가 있어(사슴이나 악어 등도 가능) 아쉬움을 달래는 느낌이다. 도시 역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어느 정도 방향성을 결정할 수 있다.   

 

화장실의 사용이나 샤워, 혹은 부부간의 행동 등은 모자이크 처리 및 간략한 모습으로 처리된다. 이러한 부분은 심즈 시리즈와 비슷한 느낌이다. 

 


일종의 매너 모드??

 

이밖에 자신이 촬영한 사진을 바탕으로 3D 오브젝트를 만드는 기능이나 아이폰 페이스 ID 센서를 사용해 조이의 표정 연동을 할 수 있는 등 숨겨진 기능들도 상당히 많다. 아직은 완전하지 않은 부분도 있고 실험적인 기능들도 존재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충분히 만족스러운 퀄리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 말로는 설명이 힘들다, 그냥 해 보면 안될까?

 

인조이에 거는 사람들의 기대가 상당히 높다. 과거 심즈 시리즈를 즐겼던 이들뿐 아니라 커스터마이징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말이다. 깔끔한 비주얼에 현혹된 이들 또한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인조이는 지극히 한국적이다. 플레이 중간 중간 만나는 한국어 간판도 새롭고 심즈 이상의 입체적인 플레이도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2025년에 어울릴 만한 비주얼이 그렇다. 이 정도면 사실상 해보지 않는 것이 더 힘들다. 

 

현대적인 기능들이 대거 추가되어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모든 부분이만족스러울 정도는 아니지만 ‘심즈’라는 게임이 완성된 궤도에 오르는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를 생각한다면 이는 당연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처음이지만 능숙하다. 이 정도면 준수하다. 아니, 기대한 것 보다 더 좋은 결과물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온라인 기반의 게임이 되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있지만 이는 나중에 생각해 볼 문제다. 

 

23 지스타 이후 꾸준히 기다렸던 것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개인의 소감을솔직히 말한다면 거의 만점을 준다고 해도 아깝지 않을 정도다. 비주얼이나 플레이 모두 기대 이상을 보여 준 느낌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만족감은 더 높아질 것이다. 서양이 아닌 한국 스타일의 게임이라는 사실이 더더욱 반갑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장르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조금이라도 공통 분모가 있다면 구매해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 직접 해 보면 저절로 알게 된다. 무엇보다 지금은 시작일 뿐, 확장 가능성은 무한하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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