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을 완전히 뒤엎고 한화생명e스포츠와 케이티 롤스터가 3라운드에 진출하게 되면서 금일부터 시작하는 패자조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당초 젠지가 2라운드에서 케이티 롤스터에게 승리를 거두었다면 케이티 롤스터를 제외한 모든 플레이오프 진출 팀들(+LPL 4시드 팀)이 바라는 양상이 나왔겠지만 결국 지옥의 문이 열리게 되면서 롤드컵으로 향하는 길이 매우 험난해졌기 때문이다.
젠지는 패해도 롤드컵 4번 시드를 이미 확보한 상황이기에 그나마 나은 상황이기는 하다. 하지만 남은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를 한다는 보장이 없고 심지어 결승전에 진출하지 못하는 상황도 존재하는 만큼 최강팀의 이미지가 구겨진 상태다. 다음 경기에서 패할 경우 4번 시드로 롤드컵 진출이 확정된다.
디플러스 기아와 BNK 피어엑스는 패자조 1라운드 경기에서 승리하더라도 T1을 꺾어야 롤드컵 진출이 확정된다. 당초 예상으로는 마지막 관문을 케이티 롤스터가 지킬 것으로 생각됐지만 결국 최악의 상황이 만들어지면서 T1과의 경기가 롤드컵 진출을 확정 지을 수 있는 경기가 되어 버렸다.
T1 역시 오늘 경기 승자와의 2라운드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패하는 순간 올 시즌 롤드컵은 없다.
결국 19년부터 24년까지 6년 연속으로 롤드컵에 진출하며 롤드컵의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은 디플러스 기아와 23, 24시즌 연속으로 롤드컵 우승을 차지한 T1 중 한 팀은 올해 롤드컵에 갈 수 없게 됐다. 1라운드 경기부터 파격적인 결과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 BNK 피어엑스 전력 분석
케이티 롤스터에게 패했던 것은 케이티 롤스터가 기대 이상의 전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이미 젠지에게 승리를 거둔 상황에서 BNK 피어엑스보다 케이티 롤스터가 훨씬 나은 전력인 것은 분명하다.
정규 시즌 후반, 그리고 플레이인과 플레이오프까지 BNK 피어엑스의 경기력은 꾸준히 고점을 유지 중이다.
이전에도 언급했던 부분이지만 팀 자체가 한번 고점의 기운을 타게 되면 그 기세가 제법 오래 유지되는 것이 BNK 피어엑스다. 적어도 플레이오프 기간 동안은 현재의 폼을 유지할 것으로 생각되는 이유다.
현재로서는 크게 문제 있는 선수가 없다. 물론 개개인의 경기력은 제법 차이가 있지만 특별하게 구멍이라고 할 만한 부분이 보이지 않기에 지금처럼 팀웍이 잘 받쳐 준다면 오늘 경기에서도 좋은 결과를 낼 만하다.
무엇보다 이번이 BNK 피어엑스 입장에서는 롤드컵을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디플러스 기아의 경기력도 예전 같지 않고 이미 플레이인에서 승리를 거둔 적도 있다. 오늘 경기를 승리하고 2라운드에서 T1마저 넘어선다면 창단 이후 최초의 롤드컵 진출도 결코 꿈은 아니다.
- 디플러스 기아 전력 분석
지난 1라운드 경기에서 디플러스 기아는 T1을 상대로 풀세트 접전 끝에 패했다. 스코어로만 본다면 케이티 롤스터에게 3대 1로 패한 BNK 피어엑스보다 나은 결과라고 할 수 있지만 케이티 롤스터가 젠지를 잡는 이변을 만들어 내고, 반대로 T1은 한화생명e스포츠에게 3대 0으로 셧아웃을 당하면서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다.
현재의 케이티 롤스터는 젠지, 한화생명e스포츠와 맞먹을 만한 고점을 보여주고 있고, 반대로 T1은 다시금 좋지 못한 상태로 돌아간 모습이다.
물론 팀간의 승패 관계가 전력 순으로 정확히 나뉘는 것도 아니고, 팀과의 상성이라는 것도 존재하기에 단순히 이를 기반으로 평가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지만 확실히 BNK 피어엑스는 고점의 케이티 롤스터에게 그래도 무너지지 않은 플레이를 펼쳤고, 디플러스 기아는 현재 상당히 저점 상태인 T1에게 접전 끝에 패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디플러스 기아는 현재 ‘에이밍’의 폼이 나쁘다. 이미 정규 시즌 후반부터 에이밍 답지 않은 모습이 노출됐으며 경기력 자체도 좋지 못했다. 이러한 양상이 T1전에서 확연하게 드러난 느낌이다.
특히 ‘베릴’ 또한 경기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에이밍마저 저점을 찍고 있다 보니 바텀 라인의 파워가 상당히 떨어진 상태다. 그나마 ‘시우’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고, ‘쇼메이커’ 역시 폼이 올라오고 있기에 현재의 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바텀이 살아나지 않는 한 오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 실제 경기 분석
디플러스 기아와 BNK 피어엑스는 스플릿 3시즌 및 플레이인에서 나란히 2승 2패를 기록했다. 라이즈 그룹 3~5 라운드 정규 시즌에서는 2승 1패로 디플러스 기아가 우위를 보였으나 플레이인에서는 패했다.
만약 플레이인에서 디플러스 기아가 승리를 했다면 오늘 경기 역시 무난한 디플러스 기아 승리를 예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반반이었고, 특히나 5전제에서 승리를 한 부분은 분명 의미가 있는 결과다.
여기에 팀 내에 2년차 이하의 선수가 세 명이나 존재하는 젊은 팀 입장에서는 충분히 풍족한 경험치를 먹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승리까지 하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분명 선수들의 성장이 작지 않을 것이다.
사실 디플러스 기아의 경기력은 정규 시즌에 비해 크게 상승하지 않았다. 5라운드 경기에서 OK저축은행 브리온과 BNK 피어엑스에게 2대 0 승리를 거뒀고 농심 레드포스에게 3대 0 승리, 여기에 T1과 풀세트 접전을 펼치다 보니 전력이 ‘나아진 것 같은’ 인상이지만 만약 ‘정상적인’ 상태의 100% 전력이었다면 플레이인에서 BNK 피어엑스에게 패할 일도 없었고 저점의 T1에게도 충분히 승리할 만했다.
약간은 좋아졌다. 다만 이것은 시우가 조금씩 폼을 회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쇼메이커가 좋아지는 반면 바텀은 더 나빠졌다. 결국 팀 전력은 평행선 상태다.
다만 디플러스 기아는 롤드컵 DNA가 있는 팀이다. 지금까지 6년 동안 롤드컵에 단골 손님으로 진출했다. 팀 전력이 좋았을 때는 물론이고 좋지 않을 때도 이는 변하지 않았다.
물론 올 시즌은 상황이 매우 어렵다. T1에게 반드시 승리를 해야 하고 BNK 피어엑스 역시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올 해는 이러한 연속 참가 기록이 깨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간간히 좋은 경기력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러한 경기력이 오래 가지는 못하지만 발동만 한다면 승리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BNK 피어엑스 역시 할 말은 있다. 일각에서는 생각 외로 좋은 밴픽과 빅라의 긍정적인 경기력이 나오면서 어렵게 디플러스 기아전에서 승리한 만큼 이번 경기는 다를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기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더 잘해서 승리한 것이다. 밴픽이나 경기력이 더 좋았기 때문이지 요행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경기 역시 BNK 피어엑스가 우위에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이전 경기에서 3대 0으로 승리한 팀이 리매치에서는 반대로 완패할 수도 있는 것이 LOL e스포츠다. 선수들의 컨디션과 밴픽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고, 비슷한 전력을 가진 팀 간의 경기에서는 이전과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빈번하다.
다만 스포츠 경기에서 흐름이라는 것은 결코 무시하기 어렵다. 흐름의 관점에서 본다면 플레이인과 이번 플레이오프 초반 라운드는 상대적으로 정규 시즌 순위가 낮은 팀들이 더 잘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추세다. 상성 면에서도 디플러스 기아가 BNK 피어엑스에게 좋다고 보기 힘들다.
기세 면에서도 BNK 피어엑스가 우위이고, 교전 능력에서도 앞선다. 운영 능력에서 디플러스 기아가 보다 앞서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긍정적이지 않다. 결국 디플러스 기아의 바텀이 살아나지 않는다면 오히려 BNK 피어엑스의 승리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된다.
결국 디플러스 기아가 지금까지와 비슷한 경기력을 보여준다면 BNK 피어엑스가 승리하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까 싶다. 물론 BNK 피어엑스가 경기를 압도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이전처럼 풀세트에 가까운 양상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디플러스 기아 특유의 고점이 나온다면 디플러스 기아가 압도하는 흐름의 경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서는 디플러스 기아의 고점보다는 BNK 피어엑스의 선전에 보다 무게가 실린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