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은 여전히 훌륭, '테일즈 오브 베스페리아 리마스터'

최초 정식 한국어화
2019년 02월 14일 02시 07분 33초

'테일즈 오브' 시리즈의 10번째 작품인 '테일즈 오브 베스페리아'가 10주년을 맞이하며 지난 1월 10주년 기념 '테일즈 오브 베스페리아 리마스터'를 국내에 정식 한국어판으로 출시했다.

 

이번에 리마스터판이 출시된 테일즈 오브 베스페리아는 여러모로 테일즈 오브 시리즈의 기념적인 의미를 가진 작품인데, 2008년에 Xbox360판으로 처음 출시된 본 작품은 테일즈 오브 시리즈 중에서는 첫 HD 타이틀이었고, 발매와 동시에 Xbox360의 일본 내 판매량을 늘리며 동년 소프트 판매 랭킹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플레이스테이션3에 이식되며 해적소녀 패티 플레르, 이벤트 참전만 하던 프렌 시포가 파티멤버로 합류하고 메인 시나리오를 풀보이스화 하는 등 이외 다수의 컨텐츠들을 추가해 더욱 강화된 구성을 보여줬다. 또 주인공 유리 로웰과 프렌 시포의 제국 기사단 시절을 그린 전일담을 극장판으로 개봉하는 등 시리즈 내에서 굉장히 성공적인 입지를 다진 작품이다.

 

 

 

고전 슈퍼패미컴 시절부터 계속된 테일즈 오브 시리즈는 특유의 횡스크롤식 전투가 익숙한 작품이기도 한데, HD세대 첫 작품인 테일즈 오브 베스페리아에서는 횡방향뿐만이 아닌 자유이동 모드를 사용해 전투 필드 내에서라면 어느 방향으로든 이동하거나 적을 공격할 수 있다.

 

여담으로, PS4에서 트로피 수집을 하는 플레이어라면 꽤 고생할 악랄한 트로피가 일부 존재하며 1회차에서는 영 획득하기 어려운 트로피도 있으니 주의.

 

 

 

■ 마도기에서 시작된 갈등

 

테일즈 오브 베스페리아는 인류를 지켜준 기술의 발전, 그리고 그를 비롯한 문제들에서 야기된 여러 세력 집단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테르카 류미레이스에서 살아가는 보편적인 인간들은 자신들보다 강한 마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도시를 지키는 결계 안에서 살아간다. 세계의 근원이 되는 에너지 에아르의 힘을 이용해 작동하는 도구, 마도기 블라스티아를 활용해서 자신들을 지키며, 그들을 보호한 결계부터 시작해 빛과 불, 그리고 물 등 블라스티아의 힘을 통해 생활에 필요한 중요한 요소들을 충족하게 된다. 그렇게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받은 인간은 점점 발전해가며 인간 사이의 격차가 발생하고 어떤 이는 풍족한 블라스티아의 혜택을 받지만 어떤 이들은 겨우 하나의 마도기조차 힘겹게 유지해가는 실정이 발생한다.

 

 

 

제국의 수도 자피아스의 아랫마을에 사는 유리 로웰과 주민들이 꼭 그런 사람들이었다. 테일즈 오브 베스페리아 본편의 이야기는 아랫마을에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분수대의 블라스티아가 고장나 물바다가 되면서 시작된다. 상대적으로 빈곤한 계층인 아랫마을 사람들이 자신들이 소중히 여기는 것까지 팔아가며 모은 돈으로 구비한 블라스티아가 고장나고, 유리 로웰은 망가진 블라스티아에 대해 추궁하기 위해 귀족 거리로 향한다.

 

귀족 거리에 진입해서 대화를 시도해보면 알겠지만 함께 마도기의 혜택을 받아 살아남은 인간들은 계층 사회에 찌들어 아랫 마을 사람들을 얕잡아보며 모욕적인 언사를 거듭하고 있다. 고작 한 개의 마도기조차 고장을 일으켜 문제가 생긴 아랫 마을과 달리 자피아스의 귀족 거리에 사는 사람들은 마도기를 방탕하게 사용하고 있어 귀족 거리에 있는 다른 종족이 이에 대해 꼬집기도 한다. 이후 이야기를 진행하다보면 제국과 길드 사이의 미묘한 분위기나, 기사단 내에서 벌어지는 알력 다툼, 은밀히 진행되는 음모 등 다양한 갈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안에서 유리 로웰은 새로운 사람, 친구들을 만나며 이야기의 중심을 향해 점차 걸어간다. 적어도 중반부까지는 그렇다. 테일즈 오브 시리즈 중에서도 괜찮은 작품이라는 테일즈 오브 베스페리아에서조차 후반부에서는 다소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여주듯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아니 이건 설명충? 

 

■ 특유의 배틀 시스템

 

테일즈 오브 시리즈 하면 특유의 배틀 시스템을 빼놓을 수 없다. 구작에서 횡스크롤처럼 좌우로 움직이며 전투를 벌이는 것처럼 테일즈 오브 베스페리아는 전작인 테일즈 오브 디 어비스의 배틀 시스템을 개량해 더욱 진화한 방식의 전투를 펼칠 수 있다. 물론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단순히 횡방향으로만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 이동 조작 방식을 활용해 어느 정도 넓이가 확보된 전투 지역 경계선 내의 모든 장소로 이동하며 전투를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테일즈 오브 시리즈에서 늘 그랬던 것처럼 일정 타수 이상 일반 공격이 이어지지 않는다. 조작하는 방식에 따라 같은 일반 공격임에도 공격 방식이 달라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위치가 달라진다던가, 스킬을 잘 연결해서 끊기지 않고 길고 화려한 콤보를 구사하는 것도 가능하다. 콤보 구사야 스킬을 조금 얻고 난 뒤에 가능하겠지만 공격의 범위나 방향은 꽤 초반부부터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인간형 적을 상대할 때는 방향만 맞추고 공격하면 맞지만 이후 등장하는 쥐 마물은 작은 개체들도 있고 이들은 특정 방향으로 스틱을 움직이며 공격을 구사했을 때 타점이 높아 공격이 들어가지 않기도 한다.

 


 

 

 

기본적으로는 주인공인 유리 로웰을 조작하겠지만 원한다면 다른 캐릭터로 조작을 전환하는 것도 가능하며, 전투 이전은 물론이고 전투 도중에도 파티 전략이나 지시 방식을 변경하고, 빈틈은 발생하지만 아이템을 사용하는 등의 행위도 가능하다. 강력한 일격을 구사하는 페이탈 스트라이크 시스템이나 오버 리미트 시스템, 합동 비오의 등 파고들수록 다양한 전투 시스템은 즐기는 맛이 있다.

 

전투의 발생은 플레이어가 이동을 하는 필드에 존재하는 적 모델링에 접근했을 때 플레이어를 인식하면 쫓아오게 되고 일정 수준까지 가까워지면 전투 화면으로 전환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때문에 월드맵 필드에서 이동할 때는 도중에 적이 생성되기도 하니 부득이한 상황이 벌어져 전투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고, 고정적으로 적이 출현하는 내부에서 이동할 때는 적이 따라붙어도 손쉽게 떨쳐낼 수도 있다.

 


 

 

 

스킬의 습득 방식이 꽤 특이하다. 일부 스킬은 캐릭터가 성장하고 전투를 벌이면서 자연히 습득하기도 하지만 장착 가능한 무기들에 스킬이 붙어있어 스킬이 달린 무기를 일정 기간 사용하면서 숙련도를 채우면 스킬을 습득하게 되는 무기 스킬 시스템을 채택해 원하는 스킬을 채우려면 다양한 무기를 활용하고 SP를 투자해야만 하도록 밸런스가 조정됐다. 무기 스킬을 습득한 뒤 장착하는 것이 아니라 스킬을 덜 습득한 상태에서 해당 스킬이 달린 무기를 빼버리면 그 스킬은 사용할 수 없는 식이다.

 

전투 끝에는 참가한 캐릭터들이 특정한 대사를 말하거나 만담을 하기도 하니 처음에는 그런 소소한 재미도 느낄 수 있고, 그외에도 소지한 재료를 활용해 요리를 만들고 요리를 만들면서 더욱 발전한 레시피를 발견하는 등 소소한 재미들이 마련됐다. 저장은 저장용 책 오브젝트가 있는 곳에서만 할 수 있으니 주의.

 

 

 

■ 고전 특유의 감성

 

2000년대 후반에 출시된 작품인만큼 아주 오래되지는 않았어도 상대적인 고전 게임의 분류에 넣을 수 있는 테일즈 오브 베스페리아는 리메이크가 아닌 리마스터로 출시됐기 때문에 추억의 시리즈의 신선한 면을 발견할 수는 없다. 다만 당시의 JRPG에서 볼 수 있는, 그리고 테일즈 오브 시리즈에서 느낄 수 있는 특유의 감성 등을 느낄 수 있는 리마스터판이었다.

 

스토리에 있어서는 변경점이 사실상 없으니 기존의 것과 마찬가지로 후반부의 3부로 넘어갈수록 아쉬움이 드러나는 부분이 있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아직 본 작품을 플레이하지 않은 이들에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삼가겠지만 캐릭터성이나 초반부터 중반까지의 스토리는 플레이어가 집중하기에 좋게 잘 짜여있다. 명실공히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시리즈의 인기 캐릭터들이기도 하니 캐릭터성 자체는 공감되는 부분들이 있을 것.

 


 

 

 

메인 스토리처럼 모델링과 함께 음성이 출력되는 것은 아니지만 캐릭터의 얼굴 초상화가 다양한 표정을 보여주며 풀보이스로 녹음된 소소한 스킷들이 굉장히 많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메인 스토리와 연관이 있는 내용부터 일상적인 모습, 개그 장면 등 다양한 장르로 스킷의 분량이 꽤 방대한 편이니 이런 소소한 컨텐츠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만족스럽게 즐길 분량이다.​ 

 

불편한 점도 있다. 처음에는 초기 설정으로 정하고 이후 변경하고 싶다면 설정에서 해당 항목을 건드려야 바뀌는 방식으로 생각했던 시스템이다. 바로 음성 언어 설정인데,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영어와 일본어 중 음성 언어를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다음에도, 또 그 다음에 게임을 시작할 때도, 저장데이터가 있건 없건 처음에는 음성 언어를 선택하게 된다. 리마스터판이라도 이런 편의성 부분에서는 조정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대화 이외에는 가야할 길을 알려주지 않아 대화를 놓치면 길을 잃기도 하는 등 대부분 구작들에서 볼 수 있는 편의성 관련 문제들이 아쉽다.

 


 

 

 

한편 기존에 한 편이라도 테일즈 오브 시리즈를 해보지 않았던 플레이어라면 처음에 게임 내 전투 파트에서 다소 헤멜 수도 있다. 매뉴얼, 세미 오토를 비롯한 조작 방식 지원이 있기는 하지만 테일즈 오브 시리즈 특유의 연타가 끊어지면서 허점이 드러나는 바로 그 비는 타이밍이 작금의 자연스럽게 계속 반복 및 연결되는 연속기를 구사 가능한 게임들에 익숙한 플레이어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스킬 등을 적절히 섞어주면 인터넷에 게재되는 테일즈 오브 베스페리아의 연속기 영상과 같은 느낌을 낼 수도 있지만 처음에는 헤메기 쉬운 부분.

 

테일즈 오브 베스페리아 리마스터는 일부 편의성이 개선되지 않은 부분들은 있지만 테일즈 오브 시리즈에 입문하기에는 좋은 작품이다. 아직 이 시리즈에 손을 대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시리즈 중 가장 인기가 좋았던 작품 중 하나이자 완전 한국어판으로 출시된 본 작품을 골라보는 것이 어떨까.​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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