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파이널 판타지 7의 리메이크 버전이 발매되면서, 다시금 파판 시리즈에 대한 게이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파판 시리즈의 새로운 작품도 스마트폰 게임으로 발매되었는데, 파판 7 때문인지 아직은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이 바로 본 기자가 리뷰를 작성하게 된 이유다.
3월 말부터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한 ‘파이널 판타지 브레이브 엑스비어스 환영전쟁(이하 환영전쟁)’ 은 한 마디로 말해 파판 시리즈의 스핀오프 격인 작품이다. 하지만 단순한 스핀오프라고 하기에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먼저 ‘브레이브 프론티어’ 라는 독자적인 작품이 최초 발매되었고, 이 작품이 파판 시리즈와 콜라보레이션 하여 ‘파이널 판타지 브레이브 엑스비어스’ 라는 작품이 만들어진 후, 이를 바탕으로 하여 이번 환영전쟁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말해 본 작품은 브레이브 프론티어에 파판 IP가 섞인, 콜라보레이션 작품의 두 번째 시리즈인 셈이다.
설정이 이렇다 보니 파판 시리즈를 지금까지 빠짐없이 즐겨 온 게이머라고 할지라도 다소 생소한 캐릭터들이 제법 등장한다. 무엇보다 엑스비어스 자체가 파판 시리즈의 캐릭터들이 주가 되는 것이 아니라 브레이브 프론티어의 캐릭터들이 주인공이다 보니 더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파판 시리즈의 느낌을 잘 살리고 있고, 각 시리즈의 반가운 캐릭터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몬스터와 소환수, 무기에 이르기까지) 팬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작품일 수밖에 없다. 다만 스마트폰 게임으로 발매되다 보니 생각보다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랄까.
■ SRPG에 기반한, 제법 머리를 써야 하는 전투 시스템
환영 전쟁은 일본에서 먼저 서비스를 시작하고 이후 제작사인 ‘구미’ 를 통해 글로벌 버전이 완성되었다. 글로벌 버전은 전 세계 유저들이 모두 즐길 수 있는 버전인데, 다행스럽게도 첫 번째 작품인 브레이브 엑스비어스처럼 한글화 작업이 진행되어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도 편안하게 플레이가 가능하다.
게임의 전투 방식은 기본적으로 속도에 기반해 행동 순서가 정해지는 SRPG 방식을 따르고 있다. 스마트폰 게임이라는 한계성이 있는 만큼 대부분의 전투에서 자동 전투를 지원하고 있으며, 그만큼 손쉬운 적들을 처리하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강력한 적을 상대할 때는 조금 번거로움이 있는 편인데, 이는 SRPG 특유의 손이 많이 가는 전투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투 시 다채로운 설정이 적용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많은 시스템들은 전략을 구사하는데 있어 다양한 활용을 가능하게 하기도 하지만 본질이 스마트폰 게임이다 보니 오히려 생각하는 즐거움 보다는 번거로운 느낌이 먼저 작용한다.
예를 들어 각 캐릭터들마다 속성이 있어 속성에 따른 공격을 해야 데미지를 더 줄 수 있고, 지형 자체가 고저차가 심한 형태(파이널 판타지 택틱스처럼)로 이루어져 고저차가 다르면 공격을 할 수 없거나 이동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또한 활과 같은 원거리 무기들은 고저차에 따라 사거리가 짧아지는 등의 변수도 존재한다.
또한 사용하는 무기에 따라 사거리가 달라지는데, 이것이 단순히 인접한 한 칸이나 인접한 두 칸 형태가 아니라 상당히 애매한 형태의 사거리들이 존재해 모든 무기들의 공격 가능 거리를 숙지해야 한다. 여기에 마법이나 스킬의 경우, 별도의 코스트를 소비해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정해진 회수 제한이 있어 무작정 남발 하다가는 중요한 순간에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게이지가 차오르면 사용 가능한 파판 시리즈 특유의 소환수도 존재하고 있다.
무엇보다 번거로운 것은 맵 자체가 상당히 입체적으로 되어 있는 반면 캐릭터들의 이동 거리는 짧다 보니 정해진 포메이션을 만들거나 상대의 공격을 피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환영전쟁의 경우 2칸 이상의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캐릭터나 적들이 상당히 많은 편인데, 그렇다 보니 전술적으로 캐릭터를 활용하기도 상당히 어렵다.
범위 공격을 사용하는 적들도 많고 스킬 별로 사거리가 다른 경우도 많다. 특히나 범위 공격 시 적들뿐 아니라 아군에게도(심지어 자기 자신에게도 들어가며, 아군을 공격할 수도 있다) 데미지가 들어가기 때문에 범위 조정에 상당히 신경을 써야 한다.
인터페이스도 플레이를 어렵게 하는 요소다. 화면의 전환이 상당히 불편한 구조로 되어 있으며,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상하 각도를 조절할 수도 없다. 그런가 하면 수동 조작 시 행동을 한 후에도 추가로 두 번의 버튼을 눌러주어야 캐릭터 하나의 턴이 끝난다.
이렇다 보니 수동으로 전투를 진행할 경우 상당히 피곤한 느낌이 강했다. 여타의 SRPG처럼 수 십 번의 전투로 플레이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루에도 상당한 플레이가 진행되는 편인데 불편한 인터페이스와 더불어 다채로운 전투 시스템이 오히려 플레이를 더 귀찮게 하는 듯 보인다. 차라리 조금 더 단순한 시스템을 구성했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 이것 저것 할 것이 매우 많은 성장 시스템
전투 시스템은 다소 번거로운 느낌이 있지만 과금 시스템은 나름 나쁘지 않은 모습이다. 환영전쟁의 경우 일반적인 가챠 시스템 형태의 캐릭터 뽑기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데, 게임 초반 주어지는 게임 화폐의 양도 상당히 많고, 심지어 손쉽게 모을 수도 있다. 대략 하루만 열중해서 플레이 하면 10연차 뽑기를 10번 정도 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이다.
물론 이렇듯 플레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화폐와 현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화폐가 구분되어 과금 화폐로만 살 수 있는 아이템이나 가챠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 차이가 그리 크지는 않다. 다만 캐릭터 성장 시스템은 난이도가 꽤나 높은 편인데, 다채로운 전투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만큼이나 캐릭터 성장 요소 역시 현란한 요소들이 준비되어 있다.
캐릭터의 성장은 기본적인 레벨링에서부터 소환 카드 및 장비 세팅, 어빌리티 습득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레벨을 높이기 위해서는 특정 아이템을 모아 더 높은 등급으로 각성을 해야 하고 같은 캐릭터 조각을 모아 한계 돌파도 진행해야 한다. 여기에 장비나 소환 카드 등을 업그레이드 하고 이 또한 동일한 조각을 모아 상위 등급으로 각성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추가로 캐릭터 직업 레벨도 별도로 올려 주어야 한다.
그냥 나열하는 것 만으로도 상당히 복잡하게 느껴지겠지만 실제로는 더더욱 복잡하다. 특히 각성을 위해 필요한 재료를 모으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이러한 아이템 수집은 직업 레벨을 올리는 등의 거의 모든 행동에 필요하기 때문에 꾸준한 플레이가 강제되는 느낌이랄까.
그나마 파판 팬들이 좋아할 만한 시리즈 캐릭터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나 각 캐릭터의 모델링이 제법 괜찮다는 점 등은 매우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아직까지는 글로벌 버전이 발매된 지 얼마되지 않아 브레이브 프론티어 캐릭터들과 오리지널 캐릭터들이 대부분이지만 기존에 발매되었던 브레이브 엑스비어스의 상황만 봐도 그렇고, 먼저 서비스가 이루어진 일본 버전에서는 이미 파이널 판타지 택틱스 캐릭터들이 나오는 등 파판 시리즈의 인기 캐릭터들이 서서히 등장하고 있다.
■ 게임성이 나쁜 건 아니다. 다만 스마트폰 게임이라는 게 문제다
사실 환영전쟁은 스마트폰 게임 치고는 매우 높은 게임성을 가진 게임이다. 이것 저것 가챠 시스템이 많은 것은 일본 게임이니만큼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충분히 전략적인 플레이가 가능한 게임 시스템이나 작지 않은 맵 크기, 그리고 다채로운 성장 시스템과 즐길 거리가 많은 점들이 이를 반증한다.
여기에 매력적인 파판 IP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팬들이라면 충분히 플레이 할 가치가 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파판 시리즈는 캐릭터 게임이 아니다. 게임성으로 지금까지의 명성을 얻은 게임이다.
물론 스마트폰이라는 플랫폼의 한계로 인해 이 좋은 시스템들이 다소 거추장스럽게 변해버리게 된 점은 아쉽다. 그럼에도 환영전쟁은 팬들은 물론이고 SRPG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꼭 즐겨 볼 만한 작품이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