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게임즈 주식회사가 서비스 예정인 오픈월드 MMORPG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첫 CBT가 지난 28일부터 시작됐다. 이번 비공개 시범 테스트는 대항해시대 오리진이 대중에 공개된 뒤 처음으로 진행하는 CBT로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한 특수한 사전 예약을 통해 모집된 안드로이드OS 이용자 1만 5천 명을 대상으로 8일간 실시한다.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주식회사 모티프와 주식회사 코에이테크모게임스가 공동 개발을 진행, 1990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코에이테크모게임스의 대항해시대 시리즈 중 대항해시대2와 대항해시대 외전을 원작으로 삼고 있는 게임이다.
테스트 참가자들은 전세계 대양과 주요 지역 항구에서 진행되는 게임 컨텐츠들을 사전 체험해볼 수 있고, 대항해시대2 감동의 주축을 맡은 칸노 요코 작곡의 원작 BGM과 함께 새롭게 제작된 오케스트라 BGM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라인게임즈는 이번 테스트를 통해 얻은 유저 피드백을 바탕으로 추가 개발을 진행, 금년 중 대항해시대 오리진을 모바일 및 PC 스팀을 통해 멀티 플랫폼으로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또, 전 세계에서 수집된 빅테이터를 활용해 풍향, 풍속, 조류 등을 실제 데이터 기반으로 구축하였으며, 고증 연구와 언리얼4 엔진을 활용한 그래픽을 바탕으로 16세기 중세시대 배경의 주요 항구와 다양한 형태의 함선을 재현했다고 밝혔다.
시작하자마자 흐르는 음악에 가슴이 설렌다.
■ 초기엔 세 명의 주인공만
1차 CBT 빌드에서는 초기에 세 명의 주인공만이 선택지로 제공된다. 원작에서 모험 위주의 플레이를 할 수 있었던 포르투갈 국적의 주인공 조안 페레로, 오빠와 연인의 복수를 위해 조국을 등지고 단독행동을 벌이는 전투 위주의 카탈리나 에란초, 그리고 빚을 지고 사업 기반을 마련해 한몫 챙기는 상인 알 베자스까지 세 명 중 원하는 주인공을 선택해 게임을 시작한다. 그에 앞서 플레이어는 조안 페레로의 할아버지인 파브리스 페레로의 회고록을 통해 짤막한 튜토리얼을 경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향후 정식 빌드에서는 다른 세대 주인공들의 이야기도 대항해시대 오리진에서 경험해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어 기대감을 품게 만들었다.
원작이 대항해시대2인 게임답게 선택 가능한 주인공 캐릭터들의 스토리는 원작의 대사를 최대한 재현했고 여기에 사실상 치트키라고 불러도 무방한 칸노 요코의 음악이 흘러나와 추억을 되새기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1차 CBT는 그렇게 마냥 순항할 수는 없었다. 본 기자 역시 어차피 스마트 플랫폼을 바탕으로 출시되는 작품이니 어느 정도로 강렬한 BM을 들고 나올지 걱정도 했지만 반대급부로 굉장히 큰 기대를 품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그 기대감은 배신당했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CBT가 하루 지날 때마다 벌어지는 이슈들에 지쳐 나가떨어진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아직 평가받기에는 이른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반대로 1차 CBT이기에 아직 기회가 남아있다고도 생각하고 실제로 이슈가 되는 부분들에 대해 조금씩이지만 대응하면서 고쳐나가고 있기도 하며 CBT를 거치면서 완성도를 높이는 게임들이 있기에 원색적 비난을 하지도 않겠지만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첫 모습은 어느쪽이냐 하면 모두의 기대에 부합한 위풍당당한 범선이 아니라 유령선에 가까웠다. 대항해시대의 향수를 그리워하며 대항해시대 오리진을 기다려왔던 게이머들에게도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이제부터 전부는 아니지만 몇 가지 문제들에 대해 간단히만 짚고 넘어가겠다.
■ 지나치게 전투에 치중된 컨텐츠 밸런스
대항해시대는 전투와 모험, 교역이 좋은 균형을 이루며 컨텐츠들을 수놓는 게임이다. 플레이어가 원한다면 어느 한쪽에 치중해서 플레이하는 것도 가능하고, 모든 컨텐츠를 고루 즐기면서 게임을 즐기는 것도 가능한 IP이고 이는 개발진에서도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1차 CBT 빌드에서는 그런 세 가지 컨텐츠의 밸런스가 무너져있음을 목도하게 됐다. 아, 모험 컨텐츠는 개발자 서신을 통해 아직 미완성 단계라 신경을 써두지 못했다고 언급했으니 우선 빈약하고 직관적이지 않은 모험 컨텐츠에 대해서는 차치하도록 하겠다.
지금은 수정을 거쳤지만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경제 시스템은 플레이어가 구매하고 판매하는 교역 행위에 따라 시세가 움직이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첫 날 유저가 몰리면서 지중해 전반의 물품 시세가 크게는 160%를 넘어서는 지경까지 흘러 교역으로 이득을 보기가 너무나 힘들었다. 튜토리얼에서조차 싸게 사서 비싸게 판매한다는 명목으로 시세의 90%즈음 구매해 110% 근방에서 판매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을 터인데 튜토리얼 때문에 강제로 손해를 보며 시작한 사람들도 많았다.
발견물은 있지만 모험 컨텐츠는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
이후 시세를 안정화시키고 시스템을 조금 손본 뒤에도 교역으로 이익을 높이기란 쉽지 않은 편이다. 특히 대항해시대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원거리 무역에서도 그다지 이점을 볼 수 없고 오히려 아주 가까운 항구 사이에서 타이밍을 잘 잡거나 극히 일부의 플레이어들이 수익 실현을 하고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금의 대항해시대 오리진 교역 시스템에서는 교역 컨텐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쾌감의 대부분을 느끼기 힘든 편이다.
반면 전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은 교역에 비해 훨씬 크다. 그냥 바다로 나가서 해적이나 상선대, 경비대를 공격해도 눈에 띄는 페널티가 없기에 그들을 공격해서 수만내지 수십만, 붉은 아이콘으로 표시되는 해적들을 처치하면 수백만까지의 두카트를 획득할 수 있다. 지금은 패치를 통해 명망 높은 해적들의 난이도가 크게 올라가버렸지만 패치 전까지는 백병전으로 유명한 해적들을 무찌른 후 대형 선박을 나포하는 플레이어들이 종종 나왔다.
으악 하이레딘
해적단들은 고정된 해적 세력 항해사들만 출몰했으면 한다. 마치 클론캐릭터처럼 체사레 보르자 같은 인물들이 해적으로 활동한다.
그러나 이 전투도 온전한 즐거움을 주었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대항해시대2가 턴 기반의 전투였던 것을 그대로 차용한 것은 좋다. 본 기자가 장르적으로 크게 가리는 것이 없기 때문에 그런 부분도 있지만 턴 기반 게임도 잘만 만들어내면 얼마든 재미있게 만들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번 빌드에서 전투는 갈수록 고통스러워지는 요소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지금은 안전해역에서 강습이 들어오지 않도록 변경되었으나 그전까지는 처음 게임을 시작하는 지중해 근방에서도 해적들이 수시로 강습을 걸어와 항구를 하나 건너가는 동안에도 몇 분씩 전투를 겪어야 했다. 심지어 해적들은 플레이어의 성장에 따라 동시에 성장하기 때문에 전투력을 높이는 것이 오히려 난이도를 높이는 상황에 빠지고 만다.
게다가 그 전투 자체의 재미를 살렸느냐하면 그것도 긍정하기는 어렵다. 턴 기반의 전투에서 캐주얼한 범위 내로 살릴 수 있는 요소들이 있음에도 실제 지금 전투 양상을 보면 선공을 잡아 백병전을 들이받고 수적인 유리에서 승리를 거머쥐는 것이 거의 유일한 전략이다. 항해사들이 사용하는 다양한 기술들도 있지만 UI의 배치가 불편해 그냥 빠르게 백병전으로 적을 들이받아버리는 단순화된 전략이 선호되고 있다. 게다가 전장의 지형도 매번 방해요소가 되어, 망망대해에서 싸움이 벌어졌는데 주변에 수많은 암초나 바위섬 등이 배치된 상태로 전투를 펼쳐 템포를 깎아먹는다. 적어도 이런 전장은 해안선 근처에서 싸움이 벌어졌을 때나 나와야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보상 역시 직관적이지 않다. 배를 나포해도 나포했다는 알림이 나타나지 않아 전투 후 선거(Dock)에 들러서 직접 확인해야 한다. 이런 불친절한 요소들이 산재하고 있다.
적이 플레이어의 성장에 맞춰 성장하는 것을 극복하기 위해 차근차근 조선소에서 함선의 설계도를 사용해 강화하는 것을 방법으로 제시한 테스터들도 있는데, 이에 따른 비용이 어마어마하고 과정도 부자연스럽다. 강화에 사용되는 설계도는 기본적으로 배를 해체하면 얻을 수 있는데 일정 확률로 나포할 수 있는 함선들을 해체해서 강화하기엔 어마어마한 시간이 필요하고, 그렇다고 강화를 주로 이용한 플레이어들이 사용한 건조->해체->강화의 사이클 역시 부자연스러운 방식이다. 게다가 다음 트리의 설계도를 개방하고 강화하는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뛰어오른다는 것도 단점.
결투는 원작처럼 3가지 선택지를 운에 맡기는 방식
■ 불친절과 가혹한 두카트 소비량
UI의 불편함도 불편함이지만 불친절한 게임 시스템이 현재 첫 CBT인데도 받고 있는 많은 혹평의 한몫을 가져간다. 공식 커뮤니티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이러이러한 요소가 없다'라며 실망하는 요소들이 종종 있는데 이들 중 꽤 많은 수가 메뉴를 이리저리 뒤져보면 이용할 수 있는 기능들인 경우가 많았다.
1차 CBT 빌드로는 극초반 파브리스 페레로의 회고록과 캐릭터 스토리 초반부에서 알려주는 튜토리얼 외에 설명이 부족한 요소가 많았다. 굉장히 많이 나오는 질문이 선장을 바꾸는 방법이나 항해사를 수동으로 배치하는 방법일 정도니 현재 게임의 UI와 시스템이 얼마나 불친절한지 감이 대충 잡힐 것이라 생각한다.
참고로, 마을에서 항해사를 배치할 수 있다.
교역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적은 편인데 비해 두카트가 필요한 컨텐츠의 두카트 소모량이 굉장히 가혹하다. 특히 항해사나 함선 관련 컨텐츠에서 이런 경향을 쉽게 볼 수 있는데, C등급 항해사를 영입할 때는 확률이 고만고만하더라도 30000두카트 내지로 시도해볼 수 있는 반면 A랭크부터 영입 확률이 크게 떨어지고 한 번 영입 시도를 할 때 필요한 두카트가 어마어마하게 많이 들어간다. 게임 내 각 항구에서 컨텐츠를 소화하기 위해 특정 언어 레벨의 항해사가 필요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고레벨의 언어는 높은 등급의 항해사에게 대부분 배정되어 있어 이들을 영입하기까지의 과정이 굉장히 늘어진다.
항해사만큼 중요한 선박 관련 컨텐츠의 두카트 소모량도 무시할 수 없다. 앞서 언급한 선박의 강화도 많은 양의 두카트가 필요하고, 선단 레벨이 높아지고 전투력이 높아질수록 향상되는 해적들에게 대응하려면 강화와 설계도 트리 개방을 멈추지 않아야하는데 아래로 내려갈수록 증가폭이 매우 가파르다. 여기에 선단을 구성하는 배에 달 수 있는 개조 부품들의 가격도 어마어마한 편이고, 한 번 구매한 부품을 해체하는데에도 장착 시와 거의 동일한 금액이 드는데다가 해체한 부품을 다시 사용할 수도 없었다.
1%에 4400만 두카트를 때려박기엔 부담감이. 후원을 해도 확률이 크게 상승하진 않는다.
이외에도 며칠밖에 사용할 수 없는 면세권이 억단위 두카트를 요구한다거나, 타국 항구의 관세 20%로 이익 실현이 많이 힘들다는 부분 등은 게임플레이의 흐름을 강제로 잡아늘리려는 요소로 보이게 만든다.
여기에 불을 당기는 것은 뽑기 시스템이다. BM상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대항해시대 시리즈의 매력인 차근차근하게 성장해나가는 재미를 뽑기로 생략해버리고 처음부터 고레벨의 함선을 몰고다닐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아쉬움을 전했다. 또한 뽑기 풀이 분류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풀에서 함선, 장비, 코스튬, 항해사, 항해사 승급용 계약서 등을 몰아넣었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페이트 그랜드오더마저 뽑기 시스템에 두 가지 요소만 섞여있는데 말이다. 이외에도 다수로 분할된 다양한 패키지형 아이템들을 엿볼 수 있다.
■ 평가받기엔 너무 이른
앞서 언급한 것들 외에도 아직 수많은 논쟁거리들이 남아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다고 했던 사람도 있기는 했지만 다수가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언어 레벨 시스템이라던가, 땅을 뚫고 전진할 수 있는 버그, 물 속에서 항해하는 버그, 하늘에서 배가 날아다니는 버그, 거짓알람 버그, 왕궁 호출 문구가 계속 노출되는데 왕궁에 찾아가면 그런 일이 없었다는 양 칙명이 진행되지 않는 버그 등 수많은 버그들도 여기저기에서 발견되고 있다.
이런 부분들을 아울러 봤을 때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1차 CBT는 무언가를 재단하기에 너무 이른 단계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칸노 요코의 음악들이나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스타일로 재해석된 항해사들의 일러스트, 다양한 항해사의 종류 등은 개인적으로 매력적이라 느끼는 부분이지만 그외의 단점들이 아직 너무나 많이 존재한다. 솔직히 말해, 개인적으로 정말 들어가지 않는 공식 커뮤니티에서도 조금씩 제보를 하거나 댓글을 달 정도로 이번 신작에 대한 기대감을 품고 있었는데 지금으로서는 아쉬움만이 남는다.
다양한 항해사들을 만나서 고용하는 것은 수집욕을 자극했다.
혹독한 이야기들을 뱉어냈으나 다시금 말하지만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아직 '1차' CBT 단계를 밟았을 뿐이다. 드디어 첫 선을 보이는 자리에서 큰 기대감을 가진 팬들의 실망감을 받아내고는 있지만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기엔 시기상조라 여겨지기도 한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흔히 말하는 최근 수년간 무수하게 쏟아진 트렌드를 거스르는 작품을 완성해주길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
연내 출시를 못박아두기는 했지만 얼마든 그 사이에 피드백을 반영하거나 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남아있다. 항구에서 돌아다니는 주민의 대사를 통해 2차 CBT에서부터 갈 수 있다는 언급이 있기도 하고, 이미 인터뷰를 통해서 다음 CBT에 대한 언급을 하기도 했으니 게임의 준비단계인 CBT를 착실히 밟아가면서 점점 발전해 출시 빌드에는 충분히 즐길만한 게임으로 환골탈태하기를 팬으로서 바랄 따름이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