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체들, 인력 모시기에 줄줄이 연봉인상...후폭풍 우려

적자 난 기업도 연봉 인상 대열 합류
2021년 03월 11일 15시 21분 56초


 

2020년, 코로나19의 영향에 따라 매출이 급격히 상승한 게임업체들이 연봉 인상을 통한 인재모시기에 나섰다.

 

엔씨소프트는 오늘, 2021년 보상 정책을 발표하면서 대졸 초임제를 폐지하고 올해부터 신입사원 시작 연봉은 개발직군 5500만원, 비개발 직군 4700만원으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또 전체 직원들의 정규 연봉을 개발직군은 1300만원 이상, 비개발직군은 1000만원 이상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엔씨는 특히 신입 사원 시작 연봉은 최소 보장 개념으로, 상한선을 없앤다. 보유한 역량과 전문성에 따라 더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으며 우수 인재에게는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을 책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번 3월 중 전직원을 대상으로 두 번의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최대 실적의 성과를 전 직원과 공유하기 위해 CEO 특별 인센티브 800만원을 지급하며, 2020년 사업 성과에 대한 정기 인센티브는 기존과 동일하게 개인별로 차등 지급한다. 신입은 물론 기존 직원들도 제대로 챙기겠다는 뜻이다.

 

이에 앞서 웹젠은 올해 임직원 연봉을 1인당 평균 2000만원씩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연봉과 인센티브, 전사 특별성과급 200만원을 더한 것이다. 개별상승률은 다소 차이를 두기로 했으며 개인 직무, 역량, 성과, 기여도 등을 고려할 계획이다.

 

모바일 게임 스타트업 베이글코드도 전 직원 연봉인상 및 스톡옵션을 추가로 제공하면서, 개발직에게는 스톡옵션 포함 최소 2300만원 인상, 비개발직은 스톡옵션 포함 1500만원을 인상했다

 

네오위즈는 2월에 적용한 기존 인상분에 더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600만원의 연봉을 추가로 인상한다고 발표하고 우리사주매수선택권 기본 300주 이상을 부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조이시티와 모히또 게임즈도 연봉 1000만원 인상을 발표했고, 베스파도 연봉 1200만원 인상을 약속했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까지, 게임업체들 사이에 불고있는 연봉인상 열풍은 넥슨과 넷마블이 올해 초 신호탄을 터뜨리면서 시작됐다.

 

넥슨과 넷마블은 신입사원의 초임 연봉을 개발직군 5000만원, 비개발직군 4500만원으로 각각 800만원씩 올리고, 재직 중인 직원들의 올해 연봉도 일괄적으로 800만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넷마블은 기존 식대 지원금 10만원에 추가로 한 달에 10만원 상당의 포인트를 지급한다고 밝혔다.

 

이어 게임빌과 컴투스, 스마일게이트도 '800만원' 연봉 인상 대열에 합류했고, 한술 더 떠 크래프톤은 2021년 연봉을 개발직군(엔지니어)은 2000만원, 비개발직군은 1500만원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크래프톤의 신입 대졸 초임은 각각 6000만원과 5000만원으로 책정됐다.

 

이 같은 게임업체들의 잇따른 연봉 인상은 최근 게임업계는 물론 ICT 업계 전반적으로 개발 인력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폭증, 음식배달은 물론 교육, 금융, 콘텐츠,엔터테인먼트 등 모든 생활 영역에 비대면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개발 인력이 부족해진 것이다.

 

그 중에서도 노동 환경이 열악하기로 유명한 게임업계 개발자들이 비교적 근무 환경이 나은 콘텐츠 기업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게임업체들이 줄줄이 연봉 인상을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게임업계 특유의 '크런치모드'가 존재할 수 밖에 없는 한, 개발자들의 이직은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게임개발자들은 연봉 인상에 대해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게임업체의 노동강도에 비해 기존 연봉이 '박봉'이었다는 것이다.

 

올해 초 넥슨 노동조합 '스타팅포인트'는 새해 신년사를 통해 "조선일보가 넥슨 직원들보다 연봉이 세다. 넥슨의 영업이익은 수십프로인데 왜 이 모양인지 모르겠다"며 "새해 연봉 많이 받아봅시다"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참고로 조선일보의 매출은 2019년 기준 2991억 원, 영업이익은 301억 원이었다. 이에 비하여 넥슨은 동년 기준 매출 2조 6840억원, 영업이익 1조 2491억 원이었다.

 

또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에서 한 개발자는 "작은 회사인데 400+@ 인상해주기로 했다"며 "대기업들의 연봉상승 릴레이가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업체들, 특히 중소업체들은 부담감이 크다며 곤란한 기색이다. 한 관계자는 "이번에 연봉을 인상하겠다고 나선 한 업체의 경우, 작년 영업손실이 318억 원이었다"며 "대기업들의 연봉인상이 중소업체 인력 유출에 심각한 영향이 있을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적재적소의 인재를 길러내지 못하는 한국의 현실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대학에선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지 못하고, 회사에서는 당장 필요한 인력을 원한다. 이러다보니 기업 간 연봉 인상 출혈 경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다른 일반 직장인의 경우 이번 게임업계의 연봉 인상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포털 인크루트는 직장인 7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8.1%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반면 '그렇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21.9%로 적었다.

 

박탈감은 특히 ▲중소기업(80.6%) 재직자가 ▲대기업(74.5%) ▲중견기업(77.8%) 재직자에 비해 높게 느끼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차별로는 ▲재직 3~5년차(82.9%) 직장인에게서 가장 높고 ▲5~10년차(78.0%) ▲1~3년차(77.1%) ▲1년차 미만(75.0%) 순으로 차이를 보였다. 이렇듯 박탈감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본인 연봉과의 큰 격차(37.4%) 때문이었다. 최근 보도되는 연봉인상 소식들을 접하며 본인 연봉과의 비교 아닌 비교로 씁쓸함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인크루트 관계자는 "최근 연봉 러시를 계기로 직장인 대다수는 상대적 빈곤감을 느끼는 동시에 현 직장의 성과 보상체계에 대한 불만, 더 나아가 본인이 선택한 직무와 회사에 대한 후회와 한탄까지 표출되는 상황임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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