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플레이 게임은 이제 끝?…'응 아니야'

스벤 빙커 발언으로 보는 패키지 시장
2025년 03월 20일 12시 17분 54초

해를 거듭할수록 고개를 드는 담론이 있다. 대작 싱글플레이 게임이 점점 사장길로 들어서고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 18일 오후, 2023년 주요 시상식 올해의 게임(GOTY, Game of the Year) 5관왕을 거머쥔 '발더스 게이트3' 개발사 라리안 스튜디오의 스벤 빙커 대표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이 주제와 관련된 의견을 다시금 내비쳤다.

 

그는 "다시금 대작 싱글플레이어 게임이 죽었다고 말하는 시기가 돌아왔다"며 "상상해보라. 그렇지 않다. 그들은 그저 잘 하기만 하면 된다."고 언급했다. 이는 지난 2024년 그가 더 게임 어워드 시상 연설에서 보여준 자신의 입장에 다시금 힘을 싣는 발언으로 비쳐진다.

 


스벤 빙커 대표 소셜미디어

 

■ 싱글플레이 게임의 명맥은 멀쩡하다

 

지난해 더 게임 어워드 시상 자리에 선 스벤 빙커는 오늘의 GOTY 수상 게임만이 아니라 내년과 이듬해, 그 다음 해의 수상작도 알고 있다며 이 자리에 올라오는(수상작이 되는) 비법은 어처구니없을만큼 단순하지만 자주 잊혀지는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자'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시장 점유율이나 브랜드 수익을 위해 개발하고, 매출 목표를 위해 발버둥치거나 게임 디자인엔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수익만 늘리려는 요소를 집어넣는 대신 과감히 쳐낸 리더들이 올라올 것이라며 자신들의 게임을 사랑했기에 게임에 신경 쓰는 자들이 이 자리에 서게 될 것이라 덧붙였다.

 

게임을 소비하는 게이머 입장에서 스벤 빙커의 두 번에 걸친 발언은 백 번 공감하는 바이다. 그야 발더스 게이트3과 같은 훌륭한 퀄리티의 신작들이 수시로 쏟아져 나온다면 게이머로서 더할 나위 없는 호재가 아닌가.

 

 

 

게다가, 과거 명작이 쏟아져나오던 시절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대작 싱글플레이어 게임의 명맥은 그의 말대로 여전히 끊기지 않았다. 기존의 시리즈 명가들이 상업적이거나 사상적인 이유 등 게임 내외의 요인으로 인해 다소 아쉬운 실적이나 평가를 보이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당장 지난 달만 하더라도 워호스 스튜디오가 개발한 싱글플레이 1인칭 오픈 월드 ARPG 킹덤 컴:딜리버런스2는 재미있는 게임성으로 호평을 받으면서 출시 첫 주만에 이미 개발비를 웃도는 매출을 올리고, 10일 만에 판매량 200만장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비단 자금이나 인력이 동원된 AAA급 타이틀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단 한 명의 개발자가 만들어 전 세계의 게이머들을 감동시키기도 하는 인디 싱글플레이 게임들을 여럿 알고 있다.

 

이런 면면들을 돌아보면 스벤 빙커 대표의 변하지 않는 개발 철학은 게이머로서 충분히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내용이다. 항상 그렇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그의 말대로 잘 만들면, 그러니까 게임의 본질적인 부분을 등한시하면서까지 다른 부분을 우선하지 않는다면 게이머로부터의 호응은 따라오게 되어있다.

 

 

 

■ 국내에서는 끊겼던 싱글플레이 게임

 

스벤 빙커 대표의 발언을 보면서 불현듯 국내 싱글플레이 게임의 명맥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됐다.

 

국내에서도 예전에는 패키지 게임들이 꾸준히 명맥을 이어오던 시절이 있었다. 경험에 미루어 떠올려보면 2000년대 전후까지는 패키지 시장에 심심찮게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이 출시되고 있었다. 예를 들어 국산 턴 RPG인 머털도사2:천년의 약속이나 RTS 열풍에 힘입어 한때 인기를 끌었던 HQ team의 임진록 시리즈, 천년의 신화 시리즈, 국산 호러로 인기가 높았던 화이트데이, 추억의 SRPG 창세기전 시리즈 등은 많은 게이머들의 호응을 얻었던 타이틀들이다.

 


화이트데이는 리메이크도 출시된 바 있다

 

하지만 모종의 이유들로 인해 이후 패키지 시장이 한 풀 꺾이며 국내 게임 시장은 온라인 게임 위주로 흘러가게 되어 싱글플레이 패키지 게임을 찾아보기가 제법 힘들어졌다. 온라인 게임 위주로 시장이 확대되고, 거기에 더해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며 모바일 게임 시장이 새로운 파이를 차지한 것으로 잘 만들지 않으면 리스크가 큰 패키지 시장 쪽의 재흥은 요원해보였다. 헌데 최근 그런 흐름이 깨지기 시작했다. 국내 게임사들의 싱글 플레이어 대작 게임들이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으며 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 게이머들은 그간 재미보다는 BM이 맵고 대개 비슷한 형태로 출시되는 게임들이나 업계 자체에 불신과 비판을 거두지 않고 있었는데, 넥슨코리아의 서브 브랜드로 시작한 민트로켓의 데이브 더 다이버, 네오위즈의 소울라이크 게임 P의 거짓, 이듬해에는 시프트업이 처음으로 콘솔 시장에 도전하는 액션 어드벤처로 스텔라 블레이드를 각각 선보이며 글로벌 시장에서 호평을 받았다. 이 세 가지 게임의 공통점은 BM 같은 게임 외적인 요소보다 게임 내의 재미나 완성도에 보다 집중한 싱글 플레이어 게임이라는 것이다. 세 게임사 모두 부분유료화 온라인 게임이나 모바일 가챠 게임을 운영했던 곳이었던지라 이런 도전은 게이머들로서도 상당히 의외라는 반응들이 많이 보였다.

 

 

 

게임의 본질적인 부분에 집중해 성공적인 흥행을 이룬 세 신작들에서 그치지 않고, 국내 게임사들은 국내외 개발사들의 퍼블리싱을 맡거나 산하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콘솔 및 PC 플랫폼에 진출할 여러 싱글플레이 신작 프로젝트를 연달아 선보이고 있다.

 

넥슨은 오는 28일 던전앤파이터 IP를 활용해 개발한 하드코어 ARPG 퍼스트 버서커:카잔의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출시일은 미정이지만 알파 테스트에서 호평을 받은 마비노기 영웅전 IP를 활용한 빈딕투스:디파잉 페이트 등 PC 콘솔 라인업을 준비하고 있다. 크래프톤의 경우도 열정적으로 콘솔 및 PC 시장의 신작 개발에 착수하면서, 19일에는 인생 시뮬레이션 장르 신작 인조이의 얼리 액세스를 앞두고 쇼케이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국내 대작 싱글플레이 게임의 명맥은 끊겼나? 사실 이전까지는 끊겨있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국내 게임업계에도 싱글플레이 게임의 명맥이 부활하려는 낌새를 보이고 있다. 양질의 게임을 원하는 게이머의 한 사람으로서도, 게임 업계에 살짝이나마 발을 담그고 있는 입장에서도 부디 초심을 지키며 겨우 되살아난 이 불씨를 잘 지켜 크게 타오르는 재흥의 불길로 만들어가길 기대해본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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