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온라인 카드 게임 '하스스톤'의 아홉 번째 정규 확장팩이 지난 8일 출시됐다. 까마귀의 해에 들어선 후 두 번째로 공개된 확장팩이기도 한 신규 확장팩 '박사 붐의 폭심만만 프로젝트(The Boomsday Project)'는 황천의 폭풍에 위치한 박사 붐의 비밀 실험실을 배경으로 각 직업에 특화 분야를 부여해 새로운 느낌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준비했다.
출시 후 새로운 카드들을 활용한 신 메타가 연구되고 또 사장되는 등 하스스톤 신규 확장팩 초반부의 열기가 더해갈 무렵, 지난 22일에는 신규 확장팩 출시에 이은 신규 모험 모드 '묘수풀이 연구소(Puzzle Lab)'가 공개됐다. 지난 1인 모험 모드 '미궁 탐험'이나 '괴물 사냥'과 다르게 묘수풀이 연구소는 단계별 미션을 달성하는 퍼즐 형식의 모험 모드로 구성돼 플레이어가 언제든 네 가지 테마에 맞춘 단계들을 진행할 수 있다.
한편 박사 붐의 폭심만만 프로젝트는 앞서 출시된 '얼어붙은 왕좌의 기사들', '코볼트의 지하미궁'에 이어서 공식 만화를 연재하는 확장팩이 되기도 했다. '박사 붐의 폭심만만 프로젝트:연구소 기록 일지'에서는 아제로스의 정복을 꿈꾸는 박사 붐 및 휘하 과학자들이 펼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 질문 하나. 박사 붐은 누구?
이번 확장팩의 주인공인 박사 붐은 확장팩에 맞춰 새로이 등장한 인물이 아니다. 기존에 하스스톤을 플레이 하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고성능 전설 카드의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이전부터 이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즐기는 아제로스의 모험가들 중에서도 퀘스트 내용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라면 기억할 것이다. 아웃랜드에서 간단한 퀘스트를 통해 최후를 맞이하는 그를 말이다.
박사 붐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확장팩인 '불타는 성전(Burning Crusade, 2007)'에서 짤막하게 등장한 퀘스트 대상이다. 아제로스와는 다른 행성 아웃랜드의 황천의 폭풍 '52번 구역'에 있는 선임공병 블라스트피즐의 수련생인 '스파키 우버스러스터'로, 수련생 신분의 스파키는 황천의 폭풍에서 필수 안전 장비인 황천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대가로 미쳐버리고 말았다. 이후 그는 폭탄 로봇을 만들어 작동시키는 미치광이 박사 붐이 된다. 설상가상으로 선임인 블라스트피즐 팀의 장비를 챙겨가 52번 구역 내에선 위험시 되는 존재가 되고, 결국 52번 구역에 방문한 모험가에 의해 처치된다. 붐의 주변에는 폭탄 로봇들이 작동하고 있어 퀘스트를 진행했다면 기억에 남았을 수 있는 인물이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그렇게 죽음을 맞이한 박사 붐은 이후 하스스톤(2014)이 출시되고 그 해 말에 공개된 하스스톤의 첫 번째 확장팩 '고블린 대 노움'에서 화려한 복귀를 한다.
고블린 대 노움에서 공용 전설 카드로 출시된 박사 붐은 압도적인 성능으로 여관을 유린했다. 초보자부터 숙련자까지 고루 사용할 수 있어 여러 덱에서 거의 필수요소로 포함될 정도로 성능을 자랑해, 대격변 이후 대부분이 방문하지 않게 된 52번 구역에서 맞이한 최후와는 달리 모두가 찾는 전설 카드로의 화려한 복귀를 이룬 셈이다. 물론 여기서도 안전모를 쓰지 않아 미쳤다는 설정을 이어받아 미치광이처럼 웃어대는 것 외에는 정상적인 말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정규전이 등장하고 정규력의 첫 해, 크라켄의 해(2016)에 정규전 제외 처리가 되기까지 박사 붐은 여관 최고의 카드로 군림했다.
그로부터 2년 후, 박사 붐은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확장팩 박사 붐의 폭심만만에 특별한 카드인 영웅 교체 카드 '정신 나간 천재 박사 붐'으로 재등장한다.
■ 컨셉 충실. 합체·프로젝트, 오메가…전설!
박사 붐의 폭심만만에서 추가된 135개의 카드에는 미치광이 과학자 박사 붐과 그의 연구소라는 컨셉에 충실한 새로운 요소들이 등장한다.
이번 확장팩의 신규 하수인 카드들은 박사 붐의 주 연구항목인 기계공학에 맞춰 기계 종족이 주력으로 포진해있다. 기계 하면 떠오르는 로망 중 하나인 '합체'가 하스스톤의 새로운 효과로 추가돼 합체 능력을 가진 하수인들은 아군 기계 하수인의 왼쪽에 배치하면 능력치와 텍스트 효과를 모두 합체하는 본체 하수인에게 옮겨준다. 거듭해서 합체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적절하게 잘라주지 않으면 어마어마한 능력치를 가진 하수인이 탄생하기도 한다. 특정 직업들에는 직업 전용 합체 카드가 배정되기도 했다.
새로운 주문 카드로 '프로젝트'도 있다. 강력한 효과들을 자랑하는 주문 카드인 프로젝트는 자신이나 상대에게만 영향을 끼치는 주문이 아닌 게임을 플레이하는 양측 플레이어 모두에게 영향을 주는 주문들로 이루어져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인 '악마학 프로젝트' 카드는 각 플레이어의 손에 있는 무작위 하수인 하나씩을 무작위 악마로 변신시킨다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프로젝트 카드는 전 직업군에 추가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직업에만 추가됐다.
졌다
새로운 하수인 유형으로는 '오메가'가 등장한다. 끝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한 오메가는 그 이름에 맞게 평소에는 특별한 능력이 없지만 자신의 마나수정이 '끝'에 달하는 10개일 때부터는 압도적인 능력을 얻는 하수인들로, 마나수정 4개로 소환하는 도발, 전투의 함성 하수인인 오메가 수호자는 마나 수정이 10개일 때 공격력 +10을 얻는 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오메가 의무병은 마나 수정이 10개일 때 내 영웅의 생명력을 10 회복시키는 등 후반부에 힘을 발휘하는 하수인들이라는 점이 특징.
이번 확장팩의 전설 카드는 직업별 하수인 외에도 전설 주문 카드가 각각의 직업에 추가됐다. 앞서 언급한 이번 확장팩의 주역 박사 붐은 전사 직업 전용의 영웅 교체 카드 정신 나간 천재 박사 붐으로 등장하며 전사용 전설 주문 카드인 '붐지옥함선'가 추가됐고, 마법사 전설 하수인으로 별관찰자 루나, 그리고 전설 주문 카드로 루나의 휴대용 우주가 추가되는 등 닥터 붐과 그 휘하의 과학자들이 전설 카드, 그리고 그들의 발명품이 전설 주문 카드로 등장한다. 이번에도 특정 전설 하수인과 주문이 굉장히 좋은 편.
전설 주문 카드
■ 점점 어려워질걸? 묘수풀이 연구소
22일부터 공개된 새로운 1인 모험 모드인 묘수풀이 연구소는 이전 1인 모험 모드였던 괴물 사냥이나 미궁 탐험과 달리 퍼즐 형식으로 이루어진 모험 모드다. 묘수풀이 연구소는 붐 박사의 붐 연구소를 배경으로 삼고 있어 박사 붐이 연구소 시설을 소개해주고, 네 개의 시설에서 진행하는 연구를 휘하의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과제들을 단계별로 달성하며 플레이어가 돕는 형식으로 이어진다.
'치명' 프로젝트에서는 도적 전설 하수인인 마이라 로트스프링이 네크리움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본 프로젝트의 목표는 상대 진영의 영웅을 이번 턴에 처치하는 것이다. '거울' 프로젝트에서는 사제 전설 하수인 복제의 대가 제레크가 복제학을 연구하고 있다. 상대편의 전장에 있는 하수들을 정확하게 자신의 전장에 배치해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 거울이라는 프로젝트 명이기는 하나 거울상으로 하수인을 반대 위치에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상대 전장의 하수인과 동일한 위치에 배치하는 것이 목표. 당연하지만 떨어진 체력도 정확히 맞춰야만 한다.
'초토화' 프로젝트에선 드루이드 전설 하수인 푸르딩딩한 플룹이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전장에서 하수인을 완벽히 치워버리는 것을 주 목표로 한다. 적은 물론 아군의 전장에 있는 하수인도 모두 제거해야 목표가 달성된다. 마지막 프로젝트 테마인 '생존'에서는 사냥꾼 전설 하수인 폭발광 플라크의 연구실에서 폭발 시험에 참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목표는 턴이 끝나기 전에 모든 체력을 회복하는 것.
각각의 프로젝트는 당연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다양한 방식을 유도하기 때문에 플레이하는 동안 머리를 써서 풀어나가는 방식을 좋아한다면 꽤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다. 단순히 하수인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때로는 특정 수는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묘수를 풀어나가는 것이 묘미.
한편, 묘수풀이 연구소를 전부 완료하면 폭심만만! 카드 뒷면을 획득하게 된다.
■ 모험 모드는 성향에 따라 호불호
새로운 확장팩이 출시됐을 때 응당 그런 것처럼 기계 하수인과 새로운 주문, 전용 전설 카드 등을 활용한 다양한 메타들이 대두됐으나 모험 모드가 공개된 지금 시점에서는 대부분의 메타가 기존 메타에 비해 부족한 점이 많아 사장되는 경향이 있고, 특정 직업을 제외하면 새로운 메타를 찾아보기가 꽤 힘든 편이다. 또, 대부분의 승률이 비슷하긴 하지만 특정 직업의 경우는 전설 하수인 승률이 다소 낮아지기도 해 아쉬운 감이 있다.
앞선 두 개의 모험 모드가 로그라이크 형식을 고수하고 있어 다회차 플레이도 가능했던 것과 달리 묘수풀이 연구소는 퍼즐 형태로 정답이 정해진 모험 모드이기 때문에 다회차 플레이를 하기에는 아쉬운 점이 적잖이 있다. 다회차 플레이를 좋아하고 원하는 플레이어라면 다소 아쉽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며, 한 번의 플레이라도 즐거움을 높게 사는 플레이어라면 묘수풀이 연구소를 진행하는 동안 꽤 즐거운 경험을 갖게 될 것.
묘수풀이 연구소가 출시된 지금, 한정된 기간 동안에 접속하는 플레이어에게는 모두 박사 붐의 폭심만만 프로젝트 카드 팩 3개를 무료로 지급하니 복귀자와 새로 시작하는 플레이어 모두 하스스톤을 시작하기에 적절한 타이밍이 아닐까.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