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년 전인 2020년 6월 24일, 포켓몬 공식 채널을 통해 포켓몬스터 신규 대형 프로젝트가 공개된 바 있다. 방송 직전까지 포켓몬스터 4세대 시리즈 리메이크 등을 기존 라인업 신작을 후보로 떠올리던 팬들의 예상을 깨고 공개된 것은 포켓몬 IP를 활용한 완전 신작이었다.
'포켓몬 유나이트'라는 이름의 이 프로젝트는 시리즈 사상 최초로 10명이 동시에 참가하는 팀 배틀 게임을 표방하고 있다. MOBA 장르 게임들처럼 각 팀에 5명의 플레이어가 배치되고 자신이 사용할 포켓몬 하나를 고른 뒤 상대 팀보다 더 많은 점수를 내면 승리하는 방식의 신작이다. 바로 이 완전 신작 프로젝트였던 포켓몬 유나이트가 지난 21일 오후 닌텐도 스위치 플랫폼에 정식으로 출시됐다. 한국어를 포함한 5개 국어를 지원하며 심의 등급은 전체 이용가를 받았다.
한편 포켓몬 유나이트는 오는 9월 스마트 플랫폼에도 포켓몬 유나이트를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사전 다운로드 특전으로 내달 31일까지 게임에 로그인 한 플레이어는 포켓몬 제라오라를 무료로 지급받을 수 있다.
■ 포켓몬스터와 MOBA의 만남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새로운 프로젝트 포켓몬 유나이트는 수년간 많은 인기를 끌며 게임 순위 정상에서 군림하는 MOBA 장르를 접목시킨 신작이다. 동일 장르의 기존 게임들의 이름을 따서 롤켓몬이나 포오스라는 속칭으로 부르기도 하는 이 신작은 장르가 가진 기존의 요소에 포켓몬 유나이트만의 개성을 담으려는 시도를 엿볼 수 있다.
서두에서 소개한 것처럼 한 번에 10명의 플레이어가 동시에 참여해 5v5 매치를 치른다는 것이 기본 골자로, 상대 캐릭터를 처치하고 본진으로 쇄도해 최중요 건물을 파괴하는 기존작들의 보편적 방식에서 약간의 변화를 가미했다. 플레이어들이 선택한 포켓몬 외의 야생 포켓몬들이 필드에 존재하고 이들을 처치하면 포인트를 획득해 이 포인트를 상대 진영의 골에 집어넣으면 점수를 얻는 시스템이며 최종적으로 양 팀이 득점한 점수를 비교해 승패를 가른다. 이 과정에서 상대 플레이어나 야생 포켓몬에게 쓰러지는 경우 모았던 포인트의 상당량을 잃게 된다.
양 진영의 가장 바깥 골부터 80점, 100점 같은 방식으로 최대 득점 가능 포인트가 정해져있고, 골 위에서는 아군 캐릭터의 체력이 회복되며 골 안쪽으로는 아군에게 속도 증가 버프를, 적에게는 속도 감소 디버프를 거는 지대가 존재해 공세나 수세를 취할 때 골과 그 주변이 꽤 주요한 요충지로 활용된다. 각 골에 배정된 점수를 채우면 해당 골이 파괴되어 해당 효과들도 해제되므로 공격측이 더욱 손쉽게 진입할 수 있다. 일종의 슈퍼 미니언처럼 상단이나 하단에 로토무 같은 특수 야생 포켓몬이 생성되고 이를 쓰러뜨리면 상대방의 골을 향해 로토무가 이동해 득점을 용이하게 만들어준다.
시간이 많이 흘러 경기 후반부에 돌입하면 맵 중앙에 강력한 야생 포켓몬 썬더가 생성된다. 이를 쓰러뜨리면 팀 전체가 굉장한 양의 포인트를 얻어 전황을 굳히거나 일발역전을 노려볼 수도 있다. 경기의 전황이 초반부터 기울었거나 승산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선 여느 MOBA 장르 게임처럼 항복 투표를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며 너무 늘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제한시간을 두어 한 경기에서 10분의 시간이 지나면 그 시점에서 경기가 끝난다.
모든 플레이어의 득점량을 합산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MOBA 장르의 양상과 달리 양 팀의 플레이어들이 모두 야생 포켓몬을 사냥하면서 적절하게 상대 플레이어를 방해하거나 처치하며 득점력을 약화시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후반전에 추가되는 포인트나 앞서 언급한 썬더 처치 보너스 등의 일발역전 요소에 기대해보는 것도 가능은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비등한 상황에서 통하는 이야기지 보통의 MOBA 장르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초반에 골을 많이 파괴당하면 불리한 것은 동일하다.
■ 역할로 구분된 포켓몬들
포켓몬 유나이트에서 경기에 사용할 수 있는 포켓몬들은 유나이트 라이선스라는 해당 포켓몬의 라이선스를 획득해야 한다. 사실 고유 명사로 소개하기는 했지만 다른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게임 내 재화나 별도 재화를 사용해 캐릭터를 구매해서 사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구매하지 않더라도 패스 보상이나 이벤트 보상 등 각종 루트로 여러 종류의 유나이트 라이선스를 얻을 수 있어서 초반 포켓몬 사용풀이 아주 적지는 않은 편이다.
현재 포켓몬 유나이트에 존재하는 유나이트 라이선스는 20종이다. 포켓몬스터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피카츄부터 본가 최신작인 소드&실드에서 등장하는 윽우지까지 다양한 포켓몬들이 등장한다. 사전에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었던 거북왕이나 가디안, 요씽리스 등의 유나이트 라이선스는 아직 확인할 수 없었다. 이렇게 현존하는 20종의 포켓몬들은 저마다 특화된 역할로 분류되었으며 추가로 사용 난이도까지 표기해 플레이어가 선택하기 쉽게 표현했다.
예를 들어 피카츄는 원거리, 어택형 포켓몬으로 초급자도 손쉽게 즐길 수 있을만한 난이도의 포켓몬이다. 앱솔은 근거리의 스피드형 포켓몬으로 상급자 난이도의 포켓몬이며 앞서 이야기한 윽우지의 경우 원거리 어택형 포켓몬으로 역시 상급자용 포켓몬이다. 또 리자몽이나 이상해꽃처럼 처음 게임을 시작했을 때에는 진화 전 개체인 파이리와 이상해씨부터 시작해 점점 진화단계를 거치며 강해지는 유형의 포켓몬도 준비되어 있다. 경기에 참가하는 양 팀의 다섯 플레이어는 어택형, 디펜스형, 밸런스형, 스피드형, 서포트형으로 나뉜 포켓몬 풀에서 적당한 팀 밸런스를 맞추는 포켓몬 픽을 해야 한다. 강요는 아니지만 밸런스나 합이 잘 맞는 팀이 승리에 한 걸음 가까운 것은 당연한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각각의 포켓몬들은 경기를 진행하면서 경험치를 공동으로 획득해 레벨이 오르고, 특정 레벨이 될 때마다 원작 속에 등장했던 기술을 배우며 두 가지 기술을 모두 배우고 더욱 성장하면 기존 기술에서 두 가지 새로운 스킬 중 원하는 것을 골라 기술 배치를 결정하게 된다. 이 기술은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해당 메뉴에서 확인할 수 있다. 9레벨에 배울 수 있는 강력한 궁극기 개념의 유나이트 기술은 포켓몬 유나이트에서 새롭게 추가된 기술들이다.
후반부 레벨업에선 결정한 기술을 더욱 강화한다.
그 외에도 포켓몬 IP에서 등장했던 각종 도구 아이템들을 사전에 장착해서 경기를 진행하며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고 도구를 지니게 하거나 지닌 도구를 업그레이드해서 더욱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가령, 먹다 남은 음식은 비전투 상황에서 1%씩 체력을 회복하는 효과가 있다.
현재 유나이트 매치는 일반 매치인 스탠더드 배틀, 랭크매치와 퀵 배틀 세 종류가 존재하고 스탠더드 배틀에서 일반 플레이어와 무작위 매칭을 하는 랜덤매치, 친구와 함께 즐기는 친구매치, CPU를 상대하는 CPU전이 제공된다.
■ 커스터마이즈와 각종 시스템
포켓몬 유나이트는 상당히 캐주얼하고 간단한 분위기의 게임이지만 그래도 컨텐츠를 허술하게 구성하지 않고 있을만한 기초 시스템들은 대부분 갖추고 있다. 다른 MOBA 게임들과 차별화되는 또 다른 시스템은 플레이어가 자신의 아바타인 트레이너를 생성하고 커스터마이즈 아이템을 통해 개성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이다. 포켓몬스터 본가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트레이너의 성별과 피부색, 이목구비와 머리색 등을 간단하게 결정하고 게임을 플레이하며 더욱 다양한 꾸미기 아이템을 습득할 수 있다.
트레이너를 꾸밀 수 있는 의상 아이템들은 도전 시스템이나 이벤트, 그리고 상점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처음 지급받는 의상처럼 전신 세트로 구성된 의상도 존재하나 각 파츠별로 직접 의상을 골라 코디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경기에 투입되는 포켓몬들 역시 트레이너 만큼은 아니나 스킨 계열의 커스터마이즈를 구매할 수 있다.
향후 모바일 버전으로도 출시할 것을 염두에 뒀다는 점이 드러날 정도로 각종 익숙한 시스템들 역시 확인할 수 있었다. 매일 출석 시스템이나 각종 이벤트 메뉴, 시즌별 배틀 패스, 게임을 플레이하며 얻은 에너지를 전송해서 트레이너 의상을 비롯한 다양한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에너지 리워드 시스템 등 스마트 플랫폼 게임들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구면의 시스템들이 존재한다. 이외에도 추가 튜토리얼 및 자유 연습 모드를 제공하는 연습, 지닌 물건이나 배틀 아이템을 설정할 수 있는 배틀 준비 등이 제공된다.
■ 생각보다 재미있는 신작
포켓몬 유나이트는 첫 정보 공개 당시 많은 포켓몬스터 팬들의 기대와 전혀 다른 물건이었던 점이나 포켓몬 시리즈와 묶기에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MOBA 장르와의 결합으로 큰 기대를 받지 않았던 신작이다. 헌데 오히려 엄청난 기대를 받았던 본가 시리즈 4세대 리메이크가 기대한 만큼의 퀄리티를 보여주지 못하자 오히려 이쪽이 좋은 시선을 받는 현상이 일어났다. 물론 이런 외부적 요인과 별개로 포켓몬 유나이트 자체가 최초 공개 당시보다 조금 더 다듬어져 생각보다 재미있는 신작으로 출시됐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기존의 MOBA 장르 시스템에서 포켓몬 IP와 유나이트만의 요소들을 더해 색다른 플레이 양상을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플레이에서 신선함과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또, 출시 기종인 스위치로 손쉽게 플레이 가능한 조작감이나 짧은 경기당 플레이타임을 비롯한 게임의 구성요소들이 상당히 캐주얼하면서도 MOBA 특유의 재미를 선사한다는 부분은 좋은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포켓몬들이 구사하는 기술도 직관적이고 알기 쉬운 편이며 아직 포켓몬의 종류가 적은 덕을 보기도 했을테고 이른 단계에서 성급한 판단을 내리기도 조심스럽지만 지금으로서는 밸런스도 나름대로 괜찮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런 대전 중심의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매칭 역시 출시 초기라는 점을 감안해도 빠릿빠릿하다. 구분되는 지역 내의 국가에 소속된 플레이어들만 매칭되는 것 같기는 하지만, 아시아 기준으로 스탠더드 배틀이나 랭크매치 모두 늦은 새벽 또는 아주 이른 새벽에 매칭 시작 버튼을 누르자마자 곧장 10명의 플레이어가 모여 경기에 돌입할 수 있을 정도로 플레이어의 풀이 충분하다. 포켓몬 IP를 좋아하고 스위치에서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MOBA 장르풍 신작을 기대하는 게이머라면 충분히 즐길만한 캐주얼 신작이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