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의 홈즈, 오픈월드 추리 '셜록 홈즈 챕터 원'

신경 쓰이는 존 녀석
2021년 11월 19일 09시 57분 55초

지난 16일 인트라게임즈는 프로그웨어와 협력한 수사 어드벤처 게임 '셜록 홈즈 챕터 원' PS5 한국어 버전을 정식 출시했다. 우크라이나와 아일랜드에 위치한 프로그웨어는 2002년 이후 셜록 홈즈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개발 및 유통하고 있으며 셜록 홈즈 챕터 원은 지난 2016년 셜록 홈즈:악마의 딸 이후 5년만에 선보이는 시리즈 최신작이다.

 

셜록 홈즈 챕터 원에서 플레이어는 세계 최고의 탐정으로 인지도를 높이기 전인 21세의 젊은 셜록 홈즈로 플레이하게 된다. 어머니 바이올렛 홈즈가 묻힌 지중해의 섬으로 돌아온 셜록 홈즈는 자신의 잃어버린 과거와 마주하며 다양한 사건들을 해결해나가는 여정을 떠나게 된다. 사건 현장의 여러 상황을 토대로 증거를 수집하고 사건의 경위를 추론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인물의 약점을 파악해 의표를 찌르는 추궁을 하거나 때에 따라 무력을 사용하게 될 수도 있다.

 

19세기 지중해를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섬에서 펼쳐지는 셜록 홈즈의 모험을 담은 셜록 홈즈 챕터 원은 시즌 패스가 포함된 디럭스 에디션을 구매할 경우 마이크로프트의 긍지, 미스터리의 M, 성인과 죄인, 농담 아닌 농담까지 네 개의 새로운 퀘스트를 플레이할 수 있다.

 

 

 

■ 젊은 날의 셜록 홈즈

 

프로그웨어에서 선보인 기존 셜록 홈즈 시리즈들과 달리 이번에는 셜록 홈즈가 이름을 떨치기 이전, 젊은 시기의 홈즈를 플레이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에게 익숙한 비주얼의 셜록 홈즈가 아닌 곱상하게 생긴 홈즈를 보게 된다. 그의 영원한 파트너 존 왓슨과 만나기 이전이지만 셜록 홈즈 챕터 원에서 또 다른 존이 등장한다. 출시 전 트레일러 등에서도 그 존재감을 보여주며 많은 플레이어들의 궁금증과 추리를 이끌어냈던 이 새로운 존ㅇ의 정체는 생각보다 이른 시점에 확인할 수 있다.

 

전성기의 홈즈도 충분히 재수없는 캐릭터성을 지녔지만 따뜻한 모습을 비롯해 매력적인 부분들을 보여주던 반면 21세의 홈즈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한결 재수없고 오만한 모습을 보여준다. 영국 드라마 셜록에서는 홈즈가 자신을 고기능 소시오패스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셜록 홈즈 챕터 원에서 사건을 해결하며 보여주는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고기능 소시오패스란 표현과 찰떡궁합이다. 게임의 특성상 여러 인물들과 대화하게 되는데 여기서 공감 능력이 상당히 떨어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물론 어려도 홈즈는 홈즈이기에 사건 해결에서 특정 선택을 통해 그의 다른 면모도 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론 정말 재수없다.

 

 

 

게임의 메인 스토리는 어린 시절 사망한 홈즈의 어머니 바이올렛 홈즈의 무덤과 어린 시절에 거주하던 저택을 방문한 홈즈가 잃어버린 기억들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여러 사건들을 만난다는 구조로 짜여졌다. 따라서 게임 시작부터 사건집에는 어머니와 관련된 이야기가 존재하며, 단서를 통해 알아낸 정보들을 기반으로 추론하는 시스템인 기억의 궁전 한 켠에도 계속해서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핵심 사건이 걸려있다. 생각보다 메인 스토리에서 만나는 사건의 수는 많지 않은 편이지만 주요 사건의 경우 하나하나의 길이가 나름대로 있는 편이라 플레이타임은 제법 길다.

 

또, 메인 스토리의 사건들 외에도 서브 컨텐츠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크고 작은 사건이나 보물찾기, 도둑 소굴 등의 여러 컨텐츠를 전부 소화하려고 한다면 플레이타임이 꽤 늘어난다.

 

 

 

■ 오픈월드에서 펼쳐지는 추리

 

이번 작품은 셜록 홈즈의 추리와 오픈월드 요소를 접목시켰다. 홈즈가 유년기를 보냈던 지중해의 코르도나 섬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사건의 증거를 수집하거나, 도둑 소굴에 쳐들어가 계속해서 몰려드는 도둑들을 모두 체포하거나 사살하는 등 서브 컨텐츠들을 플레이하는 것이 가능하다. 홈즈가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며 각 사건에 발을 들여놓는 흐름이 스토리에 맞춰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튜토리얼을 겸한 첫 사건의 예를 들자면, 코르도나 섬에 도착해 일 팔라쪼 델 루쏘 호텔에 투숙하려던 홈즈가 긴 뱃여행에 지친 상태에서 분실물인 고급 지팡이의 주인을 찾는 내기를 존과 하게 되고 이 지팡이의 주인을 찾으면서 점점 사건이 꼬리를 무는 모습을 보여준다.

 

호텔에서 발생하는 첫 사건은 호텔 내부만 돌아다닐 수 있지만 이 사건이 종결된 후에는 코르도나 섬 전역을 돌아다니는 것이 가능하다. 이 때부터 다양한 서브 컨텐츠와 함께 사건들을 해결할 수 있는데, 공통적으로 사건이 발생하면 집중 능력을 사용해서 단서가 될만한 요소들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단서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거나 경찰 기록보관소와 신문사의 보관소 등을 뒤적이는 등 더 많은 단서들을 조사해 사건의 진상을 추론해나가는 것이 주된 흐름이다. 다양한 단서들을 수집하면서 주요 인물들에 대한 인상을 결정할 수 있고, 이리저리 돌아다녀야 하는 일이 많은 만큼 단서 수집 파트가 플레이타임의 상당수를 차지한다.

 

 

 

 

 

때때로 진입해야 하는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홈즈를 쫓아내거나 대화를 해주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변장의 대가인 홈즈답게 변장용 장비들을 착용하고 돌파해야 한다. 21세 청년 홈즈가 돌연 주름이 자글자글한 노인으로 변장하거나, 여성 또는 인부, 경찰 등으로 변장할 수 있고 각 변장용 파츠들은 특정 직업군에게 호불호가 설정되어 옷을 잘 골라 변장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인부들이 출입하는 발굴 현장에 신사의 모습으로 접근하면 들어갈 수 없지만 인부의 모습으로 위장하면 무리없이 지나갈 수 있는 식이다.

 

기억의 궁전에서 사건의 진상을 추론할 때 여러 가지의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 추론 과정에서 각각의 용의자가 범인이 될 수 있는 복수의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어떤 추론을 골랐느냐에 따라 도출되는 범인이 달라지는 시스템이다. 물론 이 선택지는 사건이 종결되기 전까진 언제든 뒤집을 수 있어 모든 단서를 모은 이후로는 이 추론 과정에서 고민하며 사건의 올바른 진상을 풀어나가는 재미가 있다. 범인을 도출하면 단죄하거나 풀어주는 선택지가 존재해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다른 결과를 보게 된다. 실제로 원작 소설의 홈즈 역시 특정 상황에서 범인을 모른 척 해준 경우가 있었는데, 플레이어가 이를 결정할 수 있는 것.

 


 

 

 

이외에도 홈즈의 어린 시절을 보냈던 저택에서 경매로 팔려나간 가구들을 코르도나 곳곳에 위치한 상인들에게 다시 구매해 저택을 복원하는 것도 가능하며, 보물찾기나 소소하게 추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건들이 준비되어 있다.

 


 

 

 

■ 존의 평가가 신경쓰여

 

셜록 홈즈 챕터 원에서는 왓슨 이전의 '존'이 등장한다. 이 존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꽤 이른 시점에 정체가 밝혀지는데 이와 무관하게 시스템적으로 상당히 신경이 쓰이게 만드는 존재다. 홈즈의 옷장이나 사건집을 비롯한 메뉴가 모인 화면에서 떡하니 존의 생각이나 각종 사건 관련 기억 등을 정리한 존의 수첩 탭이 있는데, 무슨 행동을 할 때마다 존이 홈즈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 거의 '나의 홈즈는 이래야만 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자신의 가치관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면 홈즈에 대한 평가를 떨어뜨리고, 단서를 한 번에 찾아내지 못하거나 기록보관소의 정보를 여러 번 검색하면 따분하다면서 평가를 낮춘다. 사건을 재구성하는 시퀀스에서는 인물이나 사물의 배치를 완료하고 검증했을 때 맞추지 못하면 자기를 부려먹는다고 또 평가를 깎는다.

 

물론 웬만하면 조금만 생각해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과 단서들이라 그렇게 자주 평가를 깎아먹진 않지만 모처럼 단서를 설정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 조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놓고 아무에게나 말을 걸어볼 수는 없는 제약 시스템인 점이나, 시도때도 없이 존이 평가를 해대니 몰입이 깨지기도 해서 좀 아쉬웠다. 기껏 추리해서 범인을 밝히고 그 처우를 결정하는데, 존의 가치관과 맞지 않는다면 평가를 내려버린다. 게다가 사건을 해결하고 저장 데이터를 돌려 모든 선택지를 검증한 결과 이 평가란 것이 정말 존의 주관 그 자체라 사건 해결 후 의뢰인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의 대응이 영 마음에 안 들어 막무가내로 의뢰인과 관계가 깊은 용의자를 몰아붙여 억지로 검거했는데도 존은 홈즈를 지지한다면서 평가를 올린다.

 

 

 

오픈월드에 전투 컨텐츠를 넣었다는 것은 나름대로 도전적인 시도였다고 본다. 경찰과의 협업을 통해 훈련을 받으면 전투가 발생했을 때 홈즈가 총기를 사용할 수 있는데, 사살 면허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전투에서 적을 죽인다고 바로 게임오버를 당하는 것은 아니다. 전투에서 총을 발사해 방어구를 파괴하고 특정 부위를 맞춰 근접전을 이끌어내 비살상 체포가 가능한 시스템이며 총을 쏘아 방어구를 파괴하는 자체는 통쾌한 반면 체포를 위한 근접 액션이 굉장히 어색하고 맥이 빠진다.

 

모델링을 포함한 그래픽도 최고로 뛰어나다고 하기엔 어렵고 앞서 언급한 존의 신경쓰이는 평가나 허술한 전투 등 여기저기 조금씩 아쉬운 부분들도 보이지만 추리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셜록 홈즈의 근본이라고 할만한 추리 파트가 제법 마음에 들 것이다. 단서를 수집하고 재현하면서 추론을 정리해나가는 과정에서 추리물 특유의 감성을 잘 살렸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단서에 기반해 왜 이런 사건이 발생했는지, 범인이 누구인지 가려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죄의 경중이나 상황 등을 보고 이 범인을 어떻게 할 것인지 신중하게 고민하는 맛이 있다.

 

 

 

실제로 처음 게임을 시작하고 한 사건씩 끊어서 차근차근 해결할 생각이었지만 이 추리 파트가 제법 마음에 들어 앉은 자리에서 10시간을 넘게 플레이하니 PS5가 슬슬 괴로워하며 프레임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최고의 추리 게임이라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충분히 평작 반열에 들만한 추리 장르 신작이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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