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PS5 버전의 성공적인 출시에 이어서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1'의 PC 버전이 3월 29일 스팀과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통해 전 세계 동시 출시됐다.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1은 주인공인 조엘과 엘리가 경험하게 되는 긴장감 넘치고 잊을 수 없는 여정을 다시 펼쳐낸 리메이크 작품이다. 게임은 갑자기 발생한 포자 감염 사태로 인해 아비규환이 된 도시를 바탕으로 이 감염 사태 이후의 삶을 그려나가는 한편 각자의 과거를 품고 우연히 함께 하게 된 조엘과 엘리가 무슨 일을 겪게 되는지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스토리 외에도 PC에 특화된 다양한 기능을 새롭게 추가함은 물론 접근성 기능이나 스피드런 모드, 영구적 죽음 모드, 포토 모드 등 추가 게임 모드도 포함되어 있다.
한편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1의 PC 버전에는 PS5 버전에서 즐길 수 있던 플레이 경험을 동일하게 선사하며 엘리와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 라일리의 삶을 영원히 뒤바꾼 사건을 경험할 수 있는 DLC Left Behind가 기본 탑재되어 있다.
처음에는 셰이더 구축을 다 하고 플레이하는 편이 좋다.
■ 홀로 남은 아버지와 소녀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1은 흔히 좀비 바이러스 설정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들과 비슷한 맥락으로 진행된다. 조엘과 그의 딸 사라의 시점에서 짤막하게 전개되는 인트로에서는 사건의 발단을 다룬다. 인간을 숙주로 하는 동충하초 포자 변종이 퍼지더니, 그들이 사는 도시도 난장판이 되고 그로부터 20년 후 본편이 시작되는 시점에선 미국의 인구 다수가 감염 및 사망 상태에 이른다. 포자에 감염된 인간은 인간의 형태를 유지한 상태로 마치 좀비처럼 극도로 강력한 상태가 되어 주변을 습격해대며 이야기가 본편으로 넘어감에 따라 인간의 형태에서 변형된 포자 감염자들도 등장한다.
아비규환의 도시 탈출로부터 20년, 본편 시점에서 조엘은 테스라는 여성과 함께 밀수업을 하면서 무너진 사회에서도 살아가고 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밀수를 진행하던 도중 맞닥뜨린 트러블에서 시작해 이를 해결해가는 과정을 거쳐 조엘과 테스는 엘리라는 이름의 소녀를 도시 밖으로 빼돌려 운반하는 운반책 일을 맡게 된다. 여기서 붕괴 이후의 세계에 덩그러니 남겨진 아버지 조엘과 소녀 엘리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1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그들이 미국을 횡단하며 겪게 되는 이야기와 관계성의 변화를 그린다.
좀비가 원인이건 재해가 원인이건, 해당 재해와 관련된 적들도 많이 등장하지만 특히 이런 장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생존자들과의 관계나 갈등도 이야기의 구성에서 감초 역할을 한다. 2013년 원작 첫 출시 당시에도 영화적 구성과 작중의 인간관계에 얽힌 이야기 등을 바탕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게이머들이 많았던 만큼, 일부 캐릭터들의 기존에 비해 다소 달라진 외형을 갖게 됐지만 처음 이 게임을 접하는 게이머들도 보다 디테일해진 그래픽으로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스토리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제한된 자원으로 싸우는 전투
평범한 FPS나 콜 오브 듀티처럼 혼자 많은 적을 죄다 쏴죽이며 돌진하는 방식의 게임은 아니지만,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1에서도 스토리를 따라 게임을 진행하며 다수의 적과 많은 수의 전투를 치르게 된다. 그건 상대가 포자 감염자인 클리커들일 때도 있고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는 인간 생존자의 세력이 될 수도 있다. 게임의 배경이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이기는 하지만 다른 게임들처럼 총기도 직접 만들어야 하고 생존자 자체가 희박한 상태는 아니기에 너도나도 화기를 사용한다. 그럼에도 물자는 부족한 편인지라 게임 내에서도 플레이어가 자원을 수집해 장비를 업그레이드하거나, 제한적인 양으로 파밍할 수 있는 탄약 및 아이템을 활용해 전투를 풀어나가야 한다.
때문에 낮은 난이도가 아니라면 무작정 적들과 총격전을 벌이는 것이 아닌 다른 방법도 시야에 넣고 전투의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사방에 널린 투척물을 사용해 적들을 유인한다거나, 이를 응용해 클리커들을 불에 구워버리는 것도 가능하며 은신으로 조용히 다가가 적들을 각개격파해 암살하는 것으로 격돌 전 적의 전력을 줄이는 방법도 취할 수 있다. 혹은 적의 시야를 이리저리 피하며 움직이는 것도 가능한데, 특히 인간형 적들은 주위를 순찰하기도 해서 적들을 안전하게 암살하기 전 시체를 발견해 경계 태세로 전환하게 될 수도 있다.
한편 전투 관련 AI의 향상이 적용됐다는 이야기는 지난 PS5 버전에서도 있었지만 조엘이 엘리나 다른 동행자와 함께하는 경우가 잦은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1의 경우 이 동행자의 AI 작동 방식 때문에 은신 상황에서 발각되는 경우도 종종 벌어진다. 예를 들어 초반부 엘리를 처음 만나게 되기 전까지의 구간에서 군인들을 지나갈 때 조엘, 테스를 포함한 3인이 움직이는데 이 때 조엘 외의 다른 캐릭터들이 엉뚱한 은신을 하거나 불필요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발각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 PC 이식의 최대 과제, 최적화
특정 장면에서 대단한 파트2와의 연계를 위해 약간의 수정이 가해졌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PS5 버전이 그랬던 것처럼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1은 플레이 면에서 드라마틱한 차이를 보여주는 작품은 아니다. 그것이 스토리 관련이라고 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이미 원작 출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PS4 리마스터를 출시했고, 작년에는 PS5의 리메이크 버전 라스트 오브 파트1을 출시했으며 이번에 그 작품을 PC로 옮겨낸 것이니 이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미 스토리를 충분히 달달 외고도 남을 정도니까 말이다.
그래픽면에서도 확실히 향상됐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너티독이 이전부터 잘 해왔던 물이나 환경 그래픽은 물론이고, 캐릭터들의 디자인 호오를 떠나 그들의 표정만으로도 현재 극이 진행되고 있는 부분에서 캐릭터들이 느끼는 바를 잘 표현해낼 정도다. 또, 적들 중에서도 포자에 감염된 클리커들의 모습 역시 좀 더 디테일하게 표현되어 기괴함과 고어함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일단 자신의 플레이 환경이 풍족하게 잘만 갖춰져 있다면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1의 향상된 비주얼과 음향 등을 통해 몰입도 높은 경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뛰어난 그래픽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해선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풍부한 플레이 환경이라는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PC 이식작들이 늘상 겪는 최대의 과제 최적화에 대해서는 다소 아쉽다는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다. 최소사양이 GTX 970, GTX 1050 Ti 4GB 급으로 잡혀있기는 하지만 그야말로 플레이가 가능한 수준이 최소 사양이고 안정적으로 울트라 옵션을 즐기기 위해선 4000번대 그래픽 카드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론이다. 애초에 이 게임을 구매하는 이유인 리메이크의 그래픽 퍼포먼스 차이를 느낄 수 있으려면 아무리 모자라도 VRAM 8GB 이상의 그래픽 카드가 필요하며, 8GB VRAM의 경우도 짱구눈썹을 만드는 오류 등을 발생할 수 있는 VRAM 허용량을 넘기는 옵션은 권장하지 않는다. 3000번대 그래픽 카드를 사용해야 약간의 타협과 함께 리메이크 된 라스트 오브 어스의 세계를 탐험할 수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버그들이 발생하기도 하는 등 폭넓은 성능을 아우르지는 못하지만 충분한 사양만 갖춰진 상태에다 아직 라스트 오브 어스 1편을 플레이해보지 않았다면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1은 새로운 게임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 생각한다.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게임성이 크게 변화하지는 않았고 스토리도 캐릭터들의 외형을 제외하면 큰 차이는 없으니 라스트 오브 어스 1편의 컨텐츠를 고스란히 즐길 수 있을 것.
사양이 부족하면 이런 자글자글함과 타협해야 할 수 있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