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풍 퓨전 판타지 던전 RPG, '잔월의 쇄궁'

보편적인 던전 RPG와의 결합
2022년 12월 29일 00시 44분 11초

클라우디드 레오파드 엔터테인먼트는 어콰이어가 개발한 3D 던전 RPG '잔월의 쇄궁' 한국어판을 지난 22일 정식 발매했다.

 

잔월의 쇄궁은 어콰이어의 특기인 일본과 고전 판타지의 융합을 이룬 게임이다. 전 세계의 코어 RPG 팬들도 납득할만한 전통과 격식을 중시한 게임 시스템 및 세계관, 게임 세계를 물들이는 한 폭의 수묵화 같은 비주얼과 일본의 전통 악기로 어레인지해서 만들어 낸 웅장한 오케스트라 사운드, 캐릭터 육성과 레어 아이템 수집, 그리고 철저하게 손맛을 고려한 난이도 등 고전 던전 크롤러의 특성과 핵앤슬래시를 현대 플레이 형태에 맞춰 모던하게 승화시킨 작품으로 소개되고 있다.

 

이번 리뷰는 잔월의 쇄궁 PS4판을 PS5에서 플레이한 것을 기준으로 작성됐다.

 

 

 

■ 화풍과 어울리는 설정

 

잔월의 쇄궁은 서두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과 같이 일본과 고전 판타지의 분위기를 합친 신작이다. 그 때문인지 3D로 구현된 게임의 배경이나 2D 일러스트로 표현된 거점이자 잔월의 거리로 불리는 이토, 일부 캐릭터 일러스트 화풍 등은 일본의 색채를 많이 갖고 있다. 특히 묵으로 빚어낸 것 같은 화풍과 잔월의 쇄궁 세계관은 상당히 어울리게 짜여져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대지와 하늘에서 스며 나오듯 출현해 세계 육태륙에 퍼진 칠흑의 재앙 '묵'과 게임의 일러스트 구성이 그렇다.

 

게임 내 세계 육태륙은 멸망의 묵 재앙에 의해 세계가 점차 칠흑으로 덮여가고 있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여기서 마치 인류 최후의 도시처럼 잔월의 거리 이토가 묵의 침식에 계속 저항하고 있다는 설정이다. 중세 일본과 닮은 문화를 가진 시간의 나라 각국에 소속되어 천공에 항상 빛나는 달 바로 아래 위치했으며 강력한 마법 기술 결계로 보호받고 있는 성채 도시 이토는 정부 기관 각국태부를 통해 각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로 흩어진 생존자들을 이토로 불러들여 뛰어난 힘을 가진 자들 중에서 '묵멸자'를 선발, 묵의 침식 지대 중에서도 접근이 금지된 가장 위험한 지역 '쇄궁' 지대로 향하라는 임무를 내린다. 묵멸자들의 힘으로 멸망의 묵의 재앙을 소멸시키고 대지를 정화할 방법을 찾아내려는 의도.

 

잔월의 쇄궁에서 플레이어가 모험에 뛰어들게 되는 배경은 이런 것이다. 전반적으로 어콰이어가 일본풍의 분위기와 고전 판타지 설정, 던전 크롤러 스타일을 성공적으로 결합시켜 세계관을 짜냈는데 간단하게 보편적인 고전 던전 크롤러의 설정과 바꿔보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몬스터들에 의해 인류가 위협을 받고 저항의 거점에서 모험가를 던전으로 파견해 해결방안을 모색한다는 것과 상당히 닮아 있다. 이렇게 고전을 살짝 비틀어 매력적인 비주얼과 그럴듯한 설정을 만들어낸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 던전 RPG다운 전투와 탐색

 

게임을 시작하면 플레이어는 자신의 첫 파티가 될 묵멸자들을 구성할 수 있다. 각각의 묵멸자 설정은 종족과 성향, 직업 등에 따라 장단점이 있어 이를 고민하면서 전투에 내보낼 묵멸자 파티를 만들어가는 것이 첫 번째 과제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묵멸자를 생성하는 것도 가능하며 디폴트 파티를 그대로 사용할 수도 있다. DLC를 구입했을 경우 게임의 분위기완 다르지만 아키바스트립 등의 캐릭터를 묵멸자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전열과 후열에 배치한 묵멸자들은 행동범위에 따라 사실상 할 수 있는 행동이 제한되는 경우도 있으니 이런 부분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전투가 벌어지는 쇄궁 탐색의 경우 3D로 구현된 맵을 매핑하면서 적과 조우하거나 피해서 지나가고, 함정에 걸리거나 이에 미리 대처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기믹들이 준비되어 있다. 안개처럼 표현된 적들과의 전투는 2D 일러스트로 그려진 적들과의 턴 기반 전투를 펼치게 되며 아군과 적 모두 전투 대열의 영향을 받아 공격할 수 있는 대상이나 행동이 제한된다. 마법의 경우도 옛 정통 RPG 룰처럼 이토로 돌아가 회복하지 않으면 한 번의 쇄궁 탐색에서 각 마법 단계마다 정해진 횟수만 사용할 수 있어 사용할 타이밍을 잘 봐야한다.

 


 

 

 

던전 RPG에서 기본적으로 볼 수 있는 요소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가 방향을 도무지 인식하기 어렵게 만드는 방향전환 및 밀쳐내기 함정이나 횃불을 켜지 않으면 맵이나 시야가 극도로 제한되는 안개 지대,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표현된 첫 번째 쇄궁의 보스전 돌입 연출은 꽤나 볼만하다. 전투 난이도도 꽤 높은 편이고 파티원의 레벨업도 이토로 돌아가야 정산되므로 아이템을 충분히 챙기고, 아이템 감정이나 보물 감정, 보물 상자 개봉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상황 대응 등 단단한 준비를 갖춰야만 파티가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전투 도중 적들에게 공격당했을 때 묵에 침식되는 경우가 잦은데, 이렇게 묵에 침식되면 침식된 만큼의 최대 체력이 일시적으로 줄어든다. 이를 회복하기 위해선 이토로 돌아가 시설에서 정화를 받아야만 한다. 파티원이 전투에서 사망하는 경우 데리고 돌아왔을 때 같은 시설에서 부활을 시도해볼 수 있으며 선택한 설정이나 선택지에 따라서 파티가 전멸하면 다른 묵멸자 파티를 짜서 현장에 파견해야 하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

 


 

 

 

■ 던전 RPG가 고팠다면

 

잔월의 쇄궁은 동양풍의 배경과 판타지의 결합을 신경쓰지 않는 던전 RPG 게이머라면 충분히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을만한 신작이다. 고전 던전 RPG의 스토리 텔링이나 시스템들을 답습하거나 살짝 비틀어 구현하고 있기에 정통 던전 RPG를 원하고 있었다면 꽤 만족스러운 경험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덜 갖춰진 파티를 이끄는 초기에는 제법 힘들 수도 있겠지만 이런 부분이 또 다른 묘미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던전 RPG라는 장르 자체가 다작을 쏟아내는 장르가 아니기 때문에 선택지가 별로 없다는 것도 한 몫을 하겠지만 말이다.

 

상기한 것처럼 묵의 재앙이라는 설정과 게임의 비주얼이 잘 어우러져 좋은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아무래도 게임의 설정이자 배경에서 인류 최후의 방어선처럼 표현되는 이토가 중세 일본을 빼다박은 느낌이기 때문에 사무라이같은 요소들이 등장하는 부분에서 퓨전 판타지 특유의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이런 부분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유형이라면 한 번 고려해보는 것도 괜찮을 신작이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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